【서울】성모승천 대축일인 15일 밤 영화「새남터의 북소리」를 뚝섬에서 야간 촬영한다는 말을 듣고 기자가 촬영소를 찾은 시간은 저녁 9시20분. 제작진과 최하원 감독 남궁원 씨(민서 역) 이낙훈 씨(용팔 역)를 비롯한 전 스탶이 유하나(산월 역) 양을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날의 촬영 스케줄은 기생 산월이 집에서 벌어지는 장면과 깊은 산중의 오두막 초가에서 민서가 동정녀 다련(윤정희 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그리고 모방 신부가 은신해 있는 방을 찍는 것.
50여평짜리 세트로 지은 기생 산월이의 집안 마당에는 최 감독이 조감독 촬영기사 조명기사「기록」「소품」「장치」들과 촬영 준비를 마지막 점검하고 있었다. 최 감독의 넓은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혔고 첫 컷을 찍을 땐 이미 불을 타고 줄줄이 흘러내렸지만 더위를 도시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세트장 안은 분주와 긴장과 열기와 초조가 뒤범벅이 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카메라가 단 몇 초 동안에 한 컷을 찍고 나면 천정의 조명들이 옮겨지고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고「장치」와「소품」의 손길이 바쁘게 돌아가고… 그 사이 세트장 밖으로 나가 땀을 식히고 있는 연기자를 부르는 소리「분장」을 부르는 소리 무희를 부르는 소리「엑스트라」를 부르는 소리… 『자아 슈팅! 레디! … 액션! … 컷!』하는 감독의 고함소리 대사를 불러 주는 소리… 한마디로 야단이다.
새벽 한 시가 지나니 스탶들이 교대해 가며 북어국밥으로 밤참을 떼우는데 촬영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드디어 새벽 3시, 기방(妓房) 촬영이 끝났다.
유하나 양은 밤 11시30분부터 대기하고 있던 XX영화사 제작부장에게 끌려(?) 다른 촬영장으로 달렸고, 새벽 두 시부터 촬영소에 나와 기방 촬영이 끝날 때까지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윤정희 양을 깨우니『얼굴이 부어 못 찍겠다』고 잠깐 애교(?)를 부려 제작진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이모가 갖다주는 복숭아를 깎아 들며 윤정희 특유의 재치를 발휘, 연기자로서의 적절한 의견을 그때그때 제시하여 스탶들의 감탄도 사고….
새벽 5시30분, 쿵! 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보니 천정에서 조명을 돕던 아이가 졸다 떨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거슴츠레한 눈이 번쩍 뜨였다.
최 감독은 이러한 소독엔 아랑곳 없는 듯 그의 연출 자세는 문예 작품을 많이 다룬 감독답게 진지하고 성실했다.
특히 이낙훈 씨의 시원스런 연기와 윤정희 양의 깔끔한 연기, 그리고 그 열성은 연기자로서 모범이 되고도 남을 듯했다.
이 같은 열의는 가톨릭 연예인으로서 그들의 돈독한 신앙심을「새남터의 북소리」에 투명해 보려는 결의와 전전한 순교 영화가『종교물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영화계의「터부」를 깨뜨릴 수 있다는 신념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것이 요구하는 피와 땀의 분량을 놀란 가슴으로 측정해 보며, 이들의 노력이 빛을 볼 날을 고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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