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마음이 흐뭇합니다』
쟝의 목소리가 보통 때와 달라서 마드레느는 외면했다. 그녀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마드레느…할 말이 있는데…』
쟝의 말을 사작하려는데 키다리 미쉘이 불쑥 들어섰다. 쟝은 실망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잘 있었소? 마드레느. 아 자네도 왔군 피에르는 어디 있나?』
『여기 있소』
피에르가 나오며 대답한다.
『뭣이 또 잘못됐나?』
『천만에! 아니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삼십만(30萬)을 지금 막 잃어버리고 난 길이야. 잘했지?』
『완전히 돌았군』
『여보게 요전날 자네가 한 얘기가 내겐 구원이 됐단 말이야』
『요전날이라니 언제 얘긴데?』
피에르는 다소 경계하듯 물었다.
『그 일요일… 회합이 있던 전날 밤이지』
그것은 바로 미쉘이 와서 이쪽 입에 담배를 연달아 물려놓고는 혼자 떠들고 간 날이다. 피에르와 마드레느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우스운 소릴 하네. 난공장에서 돌아올 때 둘이서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 헤어질 때는 무엇인지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것을 느끼는데』
『그것이 지금 여기에 무슨 관련이 있나?』
미쉘이 반문한다.
『아무런 관련도 없지. 그런데 우리 얘기하고 자네가 잃었다는 삼십만 하고는 또 무슨 관련이 있나? 뭐가 삼십만이란 말이야?』
『돈이지 돈. 다시는 만져 보지도 못할 돈이야!』
미쉘은「릴르」의 어느 상회의 담요 판매를 중개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약간씩 팔고 있는데 최근에 자기 처남의 친구가 큰 돈벌이를 알선해 주었다. 국방부 직원으로 있는 이 친구는 인도지나에서 전쟁하는 군대를 위해 천만 장의 담요를 주문 받게 해 준 것이다.
『삼십만 프랑의 코밋숀이 생긴단 말이야 알겠나? 처음엔 물론 쾌히 승락했지. 그리고 나서… 난 거절했어』
얼마 전부터 방 안에는 몇몇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예끼, 바보 같은 것! 다른 놈이 자네 대신 팔 건데 뭘.』
『그리고 어차피 군인들에겐 담요가 필요하지 않아요?』
한 처녀의 말이다.
『우리 마누라도 그런 말을 하더군 그렇지만 난 내가 잘했다고 생각해. 난 전쟁을 반대한단 말이야. 그리고 평화를 위한 서명도 했고. 그 인도지나 전쟁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 그런데 그 전쟁 덕에 돈을 벌다니 말이나 돼? 안 그런가 피에르?』
모두 감동하여 칭찬을 한 번 했다. 피에르는 곧 엄격해졌다.
『물론 자네는 달리 할 도리가 없었지. 돈을 가지고 친구들을 무슨 면목으로 정면으로 볼 수 있었겠나? 십자가 앞을 지나가지 않으려고 이사를 가야 했을 거야.』
『친구들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지.』
삼십만이라는 돈을 만져본 지가 까마득한 늙은 친구의 말이다.
『여보게 미쉘 다른 일거리를 빨리 찾아야겠어. 난 백만장자를 도울 길은 없으니까.』
미쉘은 일등을 한다고 믿었다가 중간밖에 못한 국민학교 학생 같은 얼굴을 했다.
『이리 와서 미사봉족이나 들게』
모두 큰방으로 건너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에르는 제단 앞에서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방구석에 마르고 키 큰 노인이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얼굴이 어쩐지 낯익었으나 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늦었으니 다른 친구들을 기다릴 것 없이 시작합니다. 그 친구들을 미사 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미쉘, 영성체할 사람을을 보도록….
미쉘은 제병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붉은 손, 검은 손이 제병을 집어놓는다. 그들은 함께 불란서 말로 미사를 드렸다. 쟝은 언제나 남보다 늦게 외었다. 쟝의 입에서 미사경문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경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나 자기가 완전히 믿지 못하는 부분일 때는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질 때면 부엌에서 루이가 마드레느에게 요리에 마늘을 적게 넣는다고 잔소리하는 것이 들린다. 조금 후에 마드레는도 방에 들어와서 눈을 감고 미사경문을 외웠다. 쟝은 그녀의 입술을 보고 따라 외웠다. 이렇게 하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을 수 없어 좋았다.
그러나 갑자기 그는 가슴이 저려오고 목소리가 탁 막히는 것을 느꼈다. 아마 마드레느의 얼굴이 죽은 사람 모양 눈을 감고 앞으로 향해 있어 비장해 보이는 탓이라고 스스로 믿고 싶다. 그러나 사실 이 얼굴이 자기에게 향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는 것을 괴로워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산 이를 위해 기구하는 부분에 오자 한 사람씩 큰 소리로 기도드렸다.
『병든 공장 친구를 위해 기도합시다. … 외로이 죽어가는 늙은이를 위해 기도합시다. …감옥에서 나온 한 청년을 위해 기도합시다. 아무도 그를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죠죠의 어린애를 위해 기도합시다. 이젠 희망이 없습니다. …』
『아니오. 희망이 없지 않다고 믿는 겁니다』
피에르가 조용히 계속했다.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곤경에 빠질 친구를 위해 기도합시다. …』
미사가 끝난 후 피에르는 노인을 눈으로 찾았다. 그는 벌써 그 자리에 없었다. 이번 목요일에는 상점에 싸구려 콩이 나와서 모두 그것을 가져왔다. 할 수 없지! 모두 세 곱을 먹기로 하지. 피에르는 빈 방이 어디 없는가를 물었다. 어린 애가 셋 딸린 부부가 벌써 일주일 전부터 이리저리 전전하며 잠자리를 구하고 있다.
『「싸니ㆍ오」의 사제관 유리를 닦았는데 이층집입니다. 본당신부와 수녀 셋이 사는데 그렇게 큰 이층집을 쓰다니!』
『두고봅시다』
피에르는 낯이 붉어지며 대답했다. 그는 제랄 신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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