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아기는<아유, 착해라. 얼마나 나를 믿으면 저럴까>하면서 화내지도 속상해하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굴 하나 안 찡그리고 다람쥐가 올라앉은 그 밤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뽀삐는 또 아기의 참으로 훌륭한 가정교사이기도 했습니다.
말로써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는 가정교사 말이지요.
첫째로 다람쥐는 너무나 깨끗하였습니다. 오줌 똥을 제 집에서 절대로 안 싸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걸레나 행주 같은 것이 눈에 띄기만 하면 쫓아가서 그 위에 몸을 데굴데굴 굴려가며 온 몸을 닦는 것이었습니다. 종이나 헝겊 조각들이 눈에 띄면 입 안에 처넣어 오물락거리면서 양치질을 하고는 도로 꺼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봄메는 제 방 소제를 제가 할 줄 아는, 목욕을 자주자주 하는 부지런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또 다람쥐는 저축심이 무척 강하였습니다. 드롭프스나 캰디나 뭘 주면 꼭 먹기 전에 먼저 찬장이나 옷장 밑에 들어가 감춰두고 나왔습니다. 수박씨 참외 무엇이든지 입 안에 가득가득 자꾸자꾸 쳐넣어서는 모두모두 그랬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봄메가 뽀삐에게서 발견한 단 하나의 결점은 다람쥐 뽀삐는 되게도 의심이 많다는 것 그리고 맛있는 걸 먹을 땐 꼭꼭 돌아앉아 먹는 것이었습니다. 아기가 준 말이지요. 그러나 그럴 때마다 아기는 화내거나 미워하지 않고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아유 되게 의심도 많구나 홋호 누가 뺏어 먹을까봐』하면서 남을 용서하는 너그러움까지도 차츰차츰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을 의심하는 나쁜 것은 본받지 않고 먼저 저축부터 할 줄 아는 좋은 것만을 본받기로 했습니다. 그래 아기도 당장에 저금통을 샀습니다.
그렇게 아기와 다람쥐는 용서하고 배우면서 날로 친해갔습니다. 아니 하루하루 다람쥐는 자라났습니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일요일엔 주일학교에서 올바른 것 착한 것을 배우는 아기의 지혜도 날로날로 자라갔습니다. 그러나 다람쥐의 몸이 커갈수록 아기의 지혜가 자랄수록 그들에게 다가오는 이별의 그림자를 그들은 하루하루 가까이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날은 성모승천이 아닌 예수승천을 앞둔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하늘나라로 떠나가시는 예수님을 우러러보던 성 마리아님과 사도들의 눈빛을 설명하시던 마리아 선생님은「참사랑」의 의미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보다 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라고 그리고 마음 착한 우리들의 봄메 아기입니다. 자기는 슬프지만 사랑하는 다람쥐의 행복을 위해서-그러나 한꺼번에 띄워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차츰차츰 그 이별을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 어느날도 다람쥐를 데리고 나갔는데 여느 때처럼 성당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곳이 아니고 바로 다람쥐가 태어났고 자라난 수도원 뒷산의 숲 속이었습니다. 물론 목덜미엔 노란빛 쇠줄이 매어진 채로-그리고 미리 준비해 간 얼마나 긴 줄로 더 달아 매어 멀리멀리 다람쥐를 놓아 주었을 때 아아 봄메는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그처럼도 행복하고 그처럼도 아름다운 다람쥐의 모습을…
풀밭으로 달려나가 그 작은 키를 곤두세워 두 앞발을 치켜들고 연한 풀잎을 뜯어먹는 그 모습 더구나 그 위에 새파란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내려앉아 다람쥐의 그 모양은 눈물이 흐를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여태까지 분홍빛 초록빛 황금빛 리본으로도만 들어 주지 못한 뽀삐의 참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풀넝쿨과 나뭇가지 사이로 뛰어다니며 뒹굴어대는 모습 속에선 봄메 자기네가 원기소로도 비타민으로도 줄 수 없는 참 힘이 거기엔 샘솟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기는 종알대었습니다.
『알았어 뽀삐야 여기가 정말 네가 와서 살아야 할 곳이구나 보내 줄게 띄워 줄게 그러나 오늘은 안 돼 며칠 밤만 더 나와 같이 지내자』
그래도 아무 일도 없었다면 몇 밤 지나고 뽀삐는 고향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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