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권위

그러나 단순하고 재빠른 몇 가지 고찰에만 한정시켜 보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교회는 봉사의 정신으로 통치되어야 한다고 유언한 사실은 교회가 권력을 행사하는 교계적 통치체제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베드로가 받은 열쇠는 예수께서 그의 신적 권위를 사도들에게 맡긴 말씀과 같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누구든지 너희 말을 들으면 내 말을 듣는 것이요 누구든지 너희를 배척하면 나를 배척하는 것이다. (루가 10ㆍ16)』라고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말씀하심으로써 예수님은 자신을 사도들과 거의 동일시하셨으니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자들에게 주신 권력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셨다. 그 권력은 언제나 사목적인 것이며 교회의 유익을 위한 것이고 강력하며 효과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선거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공동체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신품성사에 의한 사도적 계승을 통해서만 온다. 이것은, 어째서, 모든 이를 섬기는 위치에 있다-빚 진 사람(로마전 1ㆍ 14)-는 것을 깊이 인식한 사도 바오로께서 불안한 꼬린토인들을 회개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하면 그들을 벌 줄 채찍을 들고 협박하기를 주저않는가 하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

바오로 사도는 근친 간을 범한 사람을 사탄에게 넘기겠다 즉, 파문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 다른 면으로 고찰해 보자.

교회는 봉사를 위한 질서로서 생각될 때만 이해가 가능하다. 교회의 교계적 직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교회 구성원 전체에게 관계되는 봉사의 기능하라는 더 광범위한 문제와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교회의 봉사는 교회 구성원 전체의 특수 임무다.

▲교회의 두 가지 임무

이것은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적용되지만 교회 전체에 더욱 적용되는 것이다. 온 교회는 인간에게 봉사한다는 것이 현대 교회의 사목헌장「기쁨과 희망」의 중심 사상이다. 교회가 세상에 빚지고 있는 구원의 봉사를 깨닫는다면 교회는 일치되고 성스럽고 공정하고 이 새대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것에 열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목적으로 교회에 맡겨진 두 가지 사명에 충실하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첫째 임무는 신앙을 온전히 지키는 것 즉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남기신 진리와 성총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다.

둘째 임무는 교회가 그의 메시지와 구원의 특은을 인류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더 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봉사의 사상은 교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압력을 가하는 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교회로 하여금 그 확고한 내적 소명을 쇄신케 해 주고 언제나 시로운 모습으로 또 새로운 영감으로 그리고 언제나 폭 넓은 사도직으로 밖으로 뻗어가게 해 준다. 이것이 의무가 차지하는 재생력이며 크나큰 사랑의 활력이다.

이제는 봉사의 사상이 어떻게 자유의 사상과 일치될 수 있는가를 설명할 차례다. (이것 역시 공의회가 우리에게 남겨 준 잊을 수 없는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람이 공의회의 사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한 스스로 이 두 사상 간의 훌륭한 조화관계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를 강복을 보낸다.

1970년 6월 17일 바오로 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