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볼 필요도 없어!』
상대방은 쓰디쓰게 내뱉는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울분을 털어놓았다.
본당신부는 자기네 공장주와 사이가 좋다는 것이다. 공원 옆에 있는 그 새 집에 사는 놈이 바로 공장주인데 그놈이 어제 저녁 공동 요구서에 승락 서명을 해놓고 오늘 와서 다른 공장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승락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분 상한 것은 그놈이 본당신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나!
『자네 주인은 본당신부와 사이가 좋지만 자네는 그리스도와 사이가 좋지 않은가…』
피에르는 낮은 소리로 계속했다.
『그리고 자네만이 주인과 싸움을 한 게 아니야. 우리 공장주는 어제 아침에 날 내쫓겠다고 했네.』
『왜?』
루이가 묻는다. 그는 먹기 편리하라고 안경을 벗어서 마치 눈 먼 고양이 같다.『공장주한테 올라가서 법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했소. 강철회사에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그대로 식사를 하고 있소. 아래 공장에는 통풍이 되지 않아서 지난 주에도 일곱 명이나 기절을 했단 말이요』
『그래 뭐라고 대답합디까?』
『난 제일 나중에 들어온 놈인데 잔소리가 많다고 하더군. 창고에서 인부 노릇 하는 내가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내게 대단히 실망했다나! 적어도 나는 자기의 입장을 알아 주고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래서 왜 적어도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느냐고 물었소.』
『그야 자네가 신부니까 그렇지.』
『글쎄 그 말이 나오나 볼려고 했소 감히 그 말은 못하더군… 그리고 만일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붙들지 않겠다고 하더군.』
『오래 못 붙어 있을 거야.』
『잘 됐어!』 미쉘이 책상을 치는 바람에 그릇이 튀었다.『피에르가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건 이젠 안 되겠어. 너무나 여기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식탁의 여기저기서 반응이 일어났다.
『그 말이 옳아… 너무 필요해… 이젠 안 되겠어…』
피에르는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이상한 얘기를 하네…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오!』
『우리가 그건 해결하지.』
『아니오, 특히 난 친구들과 접촉을 가져야 하오.. 공장에 꼭 남아 있어야 하오.』
『자네가 얘기하던 그 공장주놈을 위해 짐을 나르는 것이 친구들 일을 돌봐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
『그런 얘기가 아니고… 글쎄 내 말을 이해 못하는군.』
『하구 말구』어느 결에 들어와 서 있던 앙리가 대꾸했다.『난 이해하고 있어. 자넨 시간제로 일해. 다른 일자리를 구해 줄 테니. 당 세포위원회에 얘기해서…』
쟝이 불쑥 입을 연다.
『참 빈 집을 찾아야 하는데… 빈 집을 점령해서 입주권을 얻도록 합시다. 우선 집주인과 담판을 하고 패하면 적당한 시간을 택해서 몰래 점령해 버리고 며칠 동안 지키는 거요. 계획을 잘 꾸미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는 걸.』
『여보게 빈 집을 점령하다니?』
아직까지 입도 열지 않고 웃지도 않던 한 사나이가 피에르에게 못을 박는다.
『자네 얘긴 결정이 난 거야. 알겠소?』
『마드레스 생각은 어떻소?』
『당연하지요, 뭐. 베르나르 신부님도 결국은 하루 종일 여기 일만 보게 된 걸요』
『그래서 그는 끝까지 여기 남아 있구먼!』
피에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공연히 즐거워했다. 루이는 방 구석에서 마직막 포도주병을 찾아냈다.
『마드레느가 아마 내일 쓸려고 감취둔 건가 본데…』쟝이 말린다.
『내일? 그런 건 몰라. 내일은 다 죽는다…』
피에르는 묵묵히 앉아서 베르나르를 생각했다. 밋숀 생각도 났다.
『마드레느 아까 미사 때 그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누군지 아시오?』
『물론이지요「빠리」대주교님 아니에요.… 이젠 콩 더 드실 분 없으세요?』
다음 일요일 오후 늦게「싸니ㆍ오」의 본당신부가「조라」거리의 집을 찾아왔다. 하늘은 흐리멍텅하여 곧 눈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피에르는 럭비 시합을 하고 오는 길이다.
그는 쎙ㆍ드니 팀에 이긴 강철회사 팀의 우익을 맡아보았다. 그는 피곤했으나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지금 막 순박한 운동 선수들간의 우정을 맛보고 돌아오는 길이다ㅡ 한바탕 샤워를 하고 친구 간에 등을 북북 치고 28번지 문 앞에서「싸니」의 본당신부를 만났을 때 그의 정신은 아득한 먼 나라에 가 있었다. 오히려 성 바오로나 성 안드레아와 훨씬 가까이 있는 기분이었다. 복음도 우선 처음엔 열한 명 손에 맡겨졌겠다. 좋은 팀이야!「싸니ㆍ오」의 본당신부는 늙은 수녀들 대동하고 있었다. 교회의 성단체를 이끈다는 이 수녀는 마치 바닐라 크림 위에 생긴 껍질처럼 희멀겋게 주름이 간 얼굴이 피둥피둥하고 연극 배우 모양 면도를 말끔히 했으며 머리칼이 눈 같이 하얗다. 푸른 두 눈동자는 항상 그의 말보다 늦게 움직이는 듯했다.
검은 상자에 검은 마스크, 단추를 꼭꼭 채운 두꺼운 옷을 입은 본당신부, 그 앞에 선 피에르는 모자도 쓰지 않고 외투 깃을 올린 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르고 운동복 꾸러미를 팔에 끼고 있다. 28번지 문에는 백묵으로 커다랗게『평화 만세』라고 쓰여 있다.
『본당신부님 미안합니다. 제가 이곳에 올 때 처음 찾아뵈온 후로는 아직』
피에르는 불기 없는 부엌으로 안내하며 인사를 했다.
『대단히 바쁘신 줄 알고 있소.』
『날보고 놀랬겠지만…』
『왜요?』
『여긴 수단 입은 사람을 볼 수 없는 곳 아니요?』
『신부님 이곳 책임을 진 보좌신부는 누굽니까?
『당신이지요!』
수녀가 하얀 손가락으로 피에르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물론이지요 그러나…』
『물론 아니요.』
그의 곱게 다듬은 손으로 내젓는다.
『보통 지리상으로 보좌신부를 파견하는 건 아니오. 당신이 이 본당을 맡았다면 그렇게 하겠소?』
『신부님, 오늘 여기 오신 것은 물론 제가 이 본당을 맡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러 오신 건 아니시겠지요?』 피에르는 한마디 한마디 똑똑히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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