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봄메가 성당에서 돌아왔을 때 그만 뽀삐가 간 곳이 없습니다. 오빠와 함께 이모집에 가고 없었습니다.
『??』
눈이 동그라진 아기는 냅다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내 다람쥐 어디 갔어요?』
『다람쥐? 음 오빠가 산에 가서 놓아 주었지』
그때부터 오빠가 다람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다섯 시간 동안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봄메는 내내 울었습니다. 다섯 살짜리 슬기로의 누나라는 사실도 주일학교의 모범생으로 상으로 성모상까지 탔다는 것도, 모든 것을 잊은 채 그저 그저 방바닥에 뒹굴면서 울기만 했습니다.
『오빠 나빠! 엄마도 나빠! 모두 나빠요. 왜 왜 내 다람쥐를 말없이 보냈어요? 난 인사를 해야 했는데 할 말이 많았는데 선물을 주어야 했느데 목욕을 시켜 보냈어야 하였는데… 앙앙…』
어둠이 깃들자 다람쥐는 돌아왔습니다. 아예 제 팔에 눕힌 채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람쥐를 보낼 생각을 아주 잊은 것 같았습니다. 성모승천축일이 돌아오기까지…
성모승천날 이른 아침 수도원엔 초인종 소리가 난데없이 일찌감치 울렸습니다.
『??』
때마침 뜰을 산책하시던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 원장 신부님이 나오셨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 안녕? 어떻게?』
『저 미사를 청하러 왔는데요. 여기 미사 예물…저 저금통의 것 전부예요.』
『무엇을 위해서?』
『저 오늘 제 다람쥐 뽀삐를 저 숲으로 띄워 보내려는데요. 산엔 나쁜 짐승들이 많을 것 같아 하느님께 부탁드리기 위해서…』
신부님은 한참 동안을 우리 봄메 아기의 얼굴을 굽어보시다가는
『그래 그래 그렇게 하지.』
그날 수도원의 성모승천 대미사는 뜻밖에 봉헌자(바치는 사람)가 나타났기 때문에 바쳐지고 있었습니다. 유례없이 작은 미사 예물로서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한 신부님의 기도에 의해서…
그리고 비 내린 후의 하늘이 맑아 온 숲이 그 새파란 빛을 더한층 드러내고 수도원의 종소리도 한결 더 우렁차던 성모승천의 그날 아침 다람쥐는 물론 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기와 다람쥐의 그 안타까운 이별의 장면을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어요.
다람쥐가 떠나간 후 몇 번이나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기는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아기는 하느님의 착하심을 믿으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가을이 다가왔다 지나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도 왔습니다.
아기가 그 숲 속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람쥐야 네가 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좋아.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몰라도 좋아. 다만 그처럼 귀엽던 참깨 같은 네 두 눈동자가 반짝 빛을 내면서 한 번 쳐다보아 주기만 한다면 나는 그만인 것이다. 그것만을 원하는 것이다』하는 편지와 함께요.
(그리고 바람이 몰아간 그 편지는 어느 참깨 장수의 손을 거쳐 동화 작가에게로 가서 한 편의 작품이 되어 숲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란 제목으로 잡지에 실리기까지 했습니다.)
또다시 여름이 왔습니다 뽀삐가 간 지 만 일 년 만인 그날이?
그래 아기는 이번엔「성모동굴」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아기의 성모동굴이란 고작 담장이 넝쿨이 휘감긴 바위 속 움푹 파여진 어떤 곳에 자기의 그 성모상을 놓는 것이었습 니다.
동굴 속의 성모상은 웃고 계셨습니다. 성모님의 발 밑엔 한 떨기 패랭이꽃이 수줍은 듯 피어 있었습니다. 아기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는
『성모님 이 숲을 이 산을 모두 모두 당신께 바치오니 내 사랑하는 뽀삐를 언제까지 잘 돌보아 주셔요!』
하고 기도하였습니다.
『구구 구구』
하늘의 대답인 듯 비들기 몇 마리가 수도원의 처마 밑으로부터 날아와 앉았습니다.
양들이 풀을 뜯어 먹다 말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팽이도 소나무 밑엘 오르다 말고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다음 일은 더욱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밤 수도원의 장엄한「성모찬미의 밤」이 자기의 쬐끄만 성모상 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을…그 앞에 한 떼의 다람쥐들이 몰려와서 깜짝 놀란 눈으로 그 큰(?) 키들을 곤두세워 가며 싸다니고 있었던 것을… 그 중엔 그의 뽀삐가 꼬리를 살레살레 흔들어가며 아장대고 있는 것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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