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에 이런 상대자와 대화하는 습관을 잊어버린 그였다. 그는 무척 기분이 언짢았다. 상대방의 말투가 오래 전부터 미리준 비해둔 것 같고 이쪽의 답까지 예측하고 있는 듯한 품이 마치 그를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았다. 부자연스럽게 연극적으로 움직이는 그 고운 손에서 피에르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같은 이 자리에 사흘 전엔 루이의 굵직한 엄지 손가락이 마늘을 자르고 있었는데…
『난 당신한테 우리 보좌신부 르바쐬르에 대한 얘길 하러 왔소』
『그런 사람 모르겠는데요』
『정말 모르시오? 제랄ㆍ르바쐬르를?』
『아, 네 제랄이오. 화요일에 여기 왔다 갔습니다』
『나도 알고 있소. 그래 무슨 얘길합니까?』
『신부님이 오늘 저녁에 여기 오신 것은 그 사람이 무슨 얘길했다는 걸 알고 미리 오신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오…당신은 본당일은 잘 모를 거요…그건 정확하게 조직된 공장 같은 거요 만일 그 기계 중의 한 부분이라도…』
피에르는 다음에 올 말을 알고 있었다.
『…한 부분이라도 정지하거나 잘못 돌아가면? 기계 전체가 고장나는 거요』
『물론입니다. 신부님』
『르바쐬르 신부가 바로 그 믿을 수 없는 기계 부분이란 말이오. 그 사람은 우리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또 어린이 교리반을 맡고 있소. 그런데 잘못 되면 얼마나 큰 혼돈이 생길는지…』
『네 그런데 제가 무슨 힘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 불안정한 사도직에 기울어지려는 르바쐬르 신부를 돌아오게 하는 거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소?』
『신부님은 저의 사도직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손짓은 그렇다고 하면서 말은 점잖게 회피한다.
『그런 뜻이 아니고! 난 르바쐬르 신부를 잘 알고 있소. 그 사람은 대부분의 신부들처럼 본당일을 하기에 합당한 신부요. 그 사람을 만나보고 얘기해 주시오…』
『신부님, 신부님의 보좌신부가 절 보러 왔을 때 다른 사도직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지만 그의 지금 일을 충실히 하도록 격려하긴 했습니다. 그 사람이 또 다시 절 보러 오면 저는 똑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일생을 건 사도직을 나쁘게 말하라고 하시지는 마십쇼.』
『그렇게 해 줘야 하겠소』본당신부는 자기 손톱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계속했다.
『당신이「싸니」에 자리잡지 않았다면 르바쐬르 신부도 그런 유혹은 느끼지 않았을 거요』
늙은 수녀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의 선임자가「싸니」에 오지 않았더라면 마드레느도 아직 열심한 마리아 회원이었을 거예요. 이젠 일요일 미사에서도 못 만나겠으니…』
『전 매일 보는데요. 수녀님은 마드레느가 뭣에 필요하셨습니까?』
『교리교사도 도와 주고 교회 장식도 하고 묵주신공도 하고…』
『그 여자는 우리 본당 처녀들의 모범이었소』
본당신부는 두 팔을 벌리며 말한다.
피에르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처녀들이 몇 명이나 되나요?』
『…스물 두 명이지요』
『본당 처녀 이천 명 중에 겨우 스물둘입니까?』
『이천 명이라니요?』
『그렇습니다. 수녀님. 이천 명의 처녀들, 같은 수의 청년, 삼천 명의 어린이 이천오백 명의 늙은이, 육천 명의 어른들 이것이 본당 인굽니다.』
『아니오. 그건 이 이 마을의 인구지 본당 인구는 아니오』본당신부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무엇이 다릅니까?』
『무엇이 다르다니? 우리 교우는 약 천이백 명이오. 그들만이 본당 교우란 말이오』
『어째서 그들만이 본당 교우입니까』
『우선 있는 것부터 지키고 구원하는 거요. 나머지는… 나머지는 뒤에 해야지 한꺼번에 모든 걸 할 수 없지 않소』
본당신부는 일어서 걷기 시작했다. 등짐을 진 손이 신경질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제가 바로 그렇게 르바쐬르 신부에게 말했지요. 그랬더니 복음을 그렇게 적은 수의 영혼들하고만 나눈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벌써 복음을 알고 있는 영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허황된 망상이오. 갸륵하다곤 하겠지만!』본당신부는 두 팔을 들고 외쳤다.
『신부님 열한 명의 사도들이 온 세계에 전도하러 떠날 때는 더 기막힌 망상이었을 것입니다. 』
『정말 그렇군요』늙은 수녀의 생기 없는 두 눈이 번쩍 빛나는 것을 피에르는 보았다. 본당신부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난 한 무리의 양떼를 책임지고 있소. 그것을 지키고 천주 앞에 이끌어 가는 것이 내 임무요』
『아닙니다. 신부님은 한 본당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여기 만육천 명이 사는 마을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도 신부님의 양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분별이 있어야지』
『길 잃은 양을 찾으러 가노라고 양떼를 버리고 떠나는 것은 조금도 분별 있는 짓이 아니지요. 그러나 이것은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천만에. 남은 양떼가 그동안에 충실하리라는 것을 알 때는 그것도 아주 분별 있는 처사요. 불행히도 지금 세상은…』
『그들도 신부님을 떠날 리 없습니다. 그들 전체와 함께 다른 영혼을 정복하러 떠나셔야 합니다. 그들은 양떼가 아니라 군대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보게, 제각기 자기 직책이 있는 법이네』
『아닙니다. 제각기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모든 기독교인은 똑같은 직책을 갖고 있습니다. 』
『모두「투사」란 말인가? 나도 알고 있소. 현대 유행어를』
『「구제회」라는 것이 옛날엔 유행이었지요. 그러니 별로 사용하지 않는 말을 씁시다.「사도직」이 어떻습니까』
본당신부의 고운 손이 신경질적으로 움직였다.
『이 거리에서 그 사도직인지 뭔지는 당신 마음대로 하되 본당은 침범하지 말라는 것이오. 』
『저는 오히려 본당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새 교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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