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복자성월-. 순교의 피를 뿌린 무수한 선열들을 추모하고 그얼을 기리는 달이다. 아무리 생활이 바쁘더라도 이달에는 이름난 순교 성지를 순례하고, 목숨과 바꾸어야 했던 순교자들의 비장한 신앙과 용기와 처절을 묵상함이 좋으리라. 본란에서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전국의 순교자 기념성당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에서 김포로 빠지는 제2 한강교 입구 유엔 참전 기념탑 옆 무심히 흐르는 한강물이 굽이치는 강가에 우뚝 솟은 작은 돌산. 이름하여 잠두봉(蠶頭峰)-옛날에는 도성과 김포를 잇는 나루터 양화진(楊花津)가의 경승지로 풍류객이 산수를 즐기고 나룻터 길손이 그늘을 찾던 평화로운 곳이었단다.
1866(병인)년 9월 25일 프랑스 군함 두 척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곳 서울의 문턱인 양화진에서 그 해 봄부터 돌연 일기 시작한 천주교 대박해로 죽음을 당한 프랑스 선교사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쇄국정책을 펴온 당시의 집권자 대원군은 프랑스 함대를 몰아낸 후『오랑캐에 의해 더렵혀진 땅과 강물을 천주교도의 피로 씻어야 한다』면서 이곳 잠두봉에 6년 간 대학살을 자행했다. 이때부터 잠두봉은「머리를 자르는 산」(切頭山)으로 어느새 이름이 바뀌었다.
그 후 90년 만에 한국 교회는 이 절두산을 순교 성지로 확보하여 산정에 기념탑을 세우고 노천 제단을 마련했다. 1966년에는 병인 순교 1백주년을 기념하여 전국 각 교구에 복자성당을 건립키로 결정함에 따라 절두산에는 한국 순교자 기념관과 기념성당이 들어서게 됐다. 깎아지른 듯한 묘한 절벽의 봉우리에 한국미를 살려 설계된 이 기념성당과 기념관은 이희태 씨의 설계로 총공사비 3천3백만 원을 들여 1966년 3월 10일에 착공, 1년 7개월 만인 1967년 10월 21일 윤공희 주교에 의해 축성됐는데 연건평은 4백59평이다. 김세중 교수 솜씨로 형장으로 끌려가는 순교자들이 부조(부彫)된 성당 지하실에는 병인년 순교 복자 24위 중 16위의 유해가 모셔져 있고 박물관에 전시된 순교자의 유물들과 사료 및 각종 형장구는 한국 천주교회의 유래와 그 발전 과정 및 순교사를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교회 초창기에 활약하던 이승훈, 이벽, 이가환, 이수광, 정약용 선생 등의 유필과 김대건 신부의 유품, 정약전 선생이 애용하던 삼위일체를 새긴 도장, 민 대주교의 유품, 안중근 의사의 선명한 사진과 친필 등이 시선을 모운다. 초대 최석우 신부에 이어 제2대 기념관장으로 부임한 박희봉 신부는 나날이 소실돼 가는 교회 문화재를 보존하기위해 김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가톨릭시보사 주간 등이 수여하는 상패와 상금을 걸고 순교 선열의 유품 수집운동을 벌이면서 연세대학교 박물관의 학생들을 동원, 기념관 소장 순교자 유품 등을 재정리하고 있다.
또한 박 신부는 절두산 주위에 1만 평 규모의 순교 성지 조성을 목표로 절두산 비탈의 대지 3백22평을 8백50만 원에 구입하고 3백만 원을 들여 강변3로를 가로질러 성당에 이르는 지하도 80m를 이어내는 한편 하천 부지 사용 허가를 얻어 우선 성당의 동쪽 저지대를 흙으로 메우는 매립공사를 벌이고 있다. 금년 성탄절까지 이 공사가 완료되면 약 8백 평의 주차장과 성지공원을 조성한 후「가톨릭 아카데미 하우스」를 지어 회의장, 호텔, 휴식처로 이용케 할 것이라 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한강 하류의 행주「댐」이 완성되면 여의도 수중도시가 1천7백m 저쪽에 둥실 떠 있을 것이고 이곳 절두산의 모습은 새로운 면모로 순교자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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