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신문을 펼치고 제일 먼저 들여다보는 면이 「오늘의 날씨」-
『고온 다습한 고기압이 계속되고 있어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곳에 따라 구름이 끼겠고 산악지방에서는 소나기가 예상된다. 한난계는 33~34도로 치솟고, 불쾌지수 85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
판에 찍은듯한 기상예보가 벌써 보름인지, 스무날인지. 30년만이라, 50년만이라, 아니 백년만의 더위다. 백년을 겪은사람은 없을터인데 누구는그렇게 말한다.
나는 산에도 바다에도 가지 않았다. 「서울 파숫군」을 맡은 것처럼, 꼬박 서울을 지켰다.
오늘 새벽에는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후딱 눈을 떴다. 좀 더 자야겠는데 다시는 눈이 붙지 않는다.
몇시나 됐는지 창에 이웃집 지붕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다. 불현듯 새소리가 들려왔다.
근방에 나무가 있던가? 이 동네에 들어온지 3년째 되도록 주변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모른다. 그저, 집집이 다닥다닥 산비탈에 달라붙어있는 줄만 안다. 버스를 타러 나가기만 했을뿐, 뒤로는 한번도 간 일이 없다. 비로소 「뒤에 나무가 있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는 한마리가 아니다. 창이 차츰 밝아지면서 2중창ㆍ3중창ㆍ코오러스로 번져간다.
이렇게 가까이 들리니 바로 뒤에 숲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설마, 바깥은 좀 덜하겠지.
하늘은 이제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샌들을 신은 발바닥이 시원하다.
새소리를 따라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몇 걸음 안가서 까만숲이 나타났다. 낭떠러지에 병풍을 두른 것처럼 희미한 어둠속에 늘어서 있다.
새는 그 품에 안겨있다. 아직은 나르지 않고 새벽의 노래를 지저귀고 있다.
나는 숨을크게 들이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무가 있는데 까지는 새소리가 들린다.
「새는 왜 노래를 부르나」누구던가 그런 책을 써서 콩물인지 아카데미인지 상을 탄 불란서 사람이 있었다. 정말이지 새는 왜 노래를 부를까? 필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에서 동이트는 것을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둠이 사라지면 곧 날개를 펼치고 나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고요한 시간이 평화롭기 때문이다.
나무와 평화가 있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새의 노래가 있다.
지난날 시골에서 살 때에는 나도 이 풍경을 지금보다는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새는 그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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