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온 대구대교구 신자들의 염원 복자성당-한국 교회를 빛낸 순교 선열들을 기념하는 이 복자성당만은 남의 힘을 빌지 않고 우리들만의 힘으로 완공해 보자는 신자들의 정성이 뭉쳐 성당 건립에 착수한 지 5년. 신자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공을 못 본 채 또다시 복자성월을 맞았다.
독일인 알빈 신부 설계로 대구시 신천동 청구중학교 뒷편 언덕 위에서 대구 시가를 한 눈에 굽어보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이 성당은 복자 김대건 신부가 타고 황해를 건넜던 배를 상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앞쪽이 좁고 뒤가 넓어 유선형을 이루고 있는데다 둥근 곡선을 이루고 있는 지붕의 처마 끝과 종각은 각각 뱃전과 돛대를 너무나도 닮아 금방이라도 푸른 물결을 헤치고 앞으로 뚫고 나갈 기상을 띄고 있다.
대지 2천여 평 위에 자리잡은 건평 2백40여평의 복자성당은 1966년 10월 17일 착공 이래 5년이란 긴 공사 기간 동안 대구대교구 당국과 전 교구 신자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공을 못 보고 있다.
그동안 든 공사비만 2천만이 넘는다.
그러나 성당을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들만의 힘으로 기어이 이룩해 보겠다는 신자들의 뜨거운 정성은 여름 햇볕 아래서 손이 터져 가며 앞다투어 노력봉사에 나서는가 하면 어려운 주머니를 털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과 협조의 보람이 있어 지금 복자성당은 그 모습이 하루하루 변해 가고 있다.
지저분하던 성당 뜰은 이들의 힘으로 깨끗이 정리되어 가고 황량하기만 하던 성당 구내엔 복자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들어섰다. 풀 한 포기, 돌 한 개라도 스스로 뽑고 치워서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순교 선열들의 그 거룩한 발자취를 기념하는 이 성전을 가꾸기에 온 심혈을 바쳐왔다.
그러나 이 성당에는 아직 복자성당이 명실공히 순교자 기념성당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순교자 기념관은 물론 제대 감실 등의 내부 시설과 외부 벽의 미장작업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복자성당만이 갖추고 있는 건평 25평의 지하 기념성당도 내부 시설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본당 아동 교리반으로 쓰여지고 있는 서글픈 실정이다.
순교자 기념성당으로서의 시설이라곤 하나도 되어 있지 않는 복자성당-.
지금 같아서는 평범한 1개 본당 구실 외엔 더할 수도 없고 또 바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성당을 이름 그대로 순교자 기념성당으로서의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전 교구 신자들이 보여 준 그 협조의 미덕이 다시 한 번 절실히 요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준공도 채 보지 못한 이 성당의 초대주임으로 사목을 맡게 된 서정길 (요한) 신부는 이 지역 신자들의 뜨거운 신앙심에 놀랐다고 솔직히 말하면서 지금까지는 건축일에 매달려 아무 일도 못했으나『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전교에 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그 포부를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 줄 인적 자원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그 애로를 말한다.
이 성당은 신암, 범어, 수성, 그리고 삼덕성당에서 분할된 신천동, 만촌동, 효목동 일대의 1천7백여 명의 신자를 갖고 있다. 현재 서 신부는 유동적인 신자들의 확실한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신자들의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복자성월을 맞아 이 성당에서는 오는 20일경에 병인박해 때 신자들이 많이 살았고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이 있는 칠곡군 한티부락을 본당 신자들과 함께 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미사 중 강론을 통해 순교자들의 얘기를 자주 함으로써 복자 현양정신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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