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호 잡지에서만 받는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지만 종합 교양지의 권두를 장식하는 글들이란 대체로 일정한 허구성을 면치 못한다. 그것은 네임밸류 과시의 허장성세이거나 내용없는 구호의 나열이 아니면 정책적인 배려에 따른 여론의 오도현상 따위로 나타난다.
12월호 잡지 권두를 채운 기획물들만 해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알수있다. 월간중앙의 대담「남과 북의 관계」신동아의「사람으로 살기위해」(안병무) 세대지의「중화학공업시대의 개막」이니, 북한지의「긴장 완화는 어디까지 왔나」(김원중)등의 글을 보면 피상적인 논리의 조작으로 일관하기 일쑤이며, 문제의 제기와 처리가 형식적인 에세풍에 그칠 뿐이고, 때로는 국제적인 마술행각에 분망한 미래학자 허만칸의 황홀한 거짓말과도 동궤의 별천지구가 일색이다. 특히 세대지가 특별기획으로 잡은「중화학공업」타령은 민중의 현실과 괴리된 푸른 꿈의 설계도로 다만 독자를 질리게 할뿐이다. 또한 동지는「고독한 지식인의 73년」이라는 제목아래 칼뢰비트 Pㆍ카잘스 사하로프 Pㆍ네루다 그리고 콜라코브스키 등의 업적과 생애를 돌이켜 보고 있다. 인류의 문화에 크게 기여한 이들의 인간상이 반드시 고독한 것이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지성의 참모습에 대한 우리의 사무친 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 준다고 보아 그래도 안도감을 품게 한다.
「신동아대담」인 박순천 송건호 양씨의 대화는 이렇다 할 비젼제시는 없다 하더라도 체험을 통한 민주주의에의 염원이 이제는 미래사회에 대한 두려운 예감을 지니게 한다는 점에 심각한 무엇이 있다고 직감한다. 진리는 평범속에 있다. 박씨의 평범한 주장 속에 숨은 진리를 회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줄 안다. 가령, 『민주주의가 독재를 하는 것 보다 훨씬 쉬운 일인데…민주주의는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가지고 여러 사람이 옳다고 믿을 때에는 다수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혼자 해 가지고 무리한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 것인지… 옳고 너그러운 정치, 보람있는 정치를 해야죠』라고 박순천씨가 경고할 때 단순히 노파심에서 나온 개탄으로만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수 10인의 어용교수들이 연막전술을 펴면서 현실 긍정을 역설하는 것보다 가식없는 직언의 호소력이란 훨신 막강한 법이다.
구영록 교수는「UN과 세계정치」(신동아)에서 UN이 국가간의 갈등을 극소화하는 반면, 협동에 의한 국가기관의 관계를 극대화하는 복합적인 개념에서 이해될 때가 왔음을 상기시킨다. 세계정치에 기여해온 점 못지않게 UN은 국제기구로서 제 구실을 하기가 어렵게 된 오늘, 그 전망이 비록 밝을 것으로 내다보기 어려우나 UN없는 미래세계 또한 어둡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북한지의 특집「단일민족의 시련과 그 극복」에서 강조되고 있는바 민주주의의 대중적 토착화(노명식)나 유리되지 않는 지성재정위, 빈부의 격차 파당의 지양과 자유민주주의의 신념확인(김대환)의 과제는 민중의 자각과 정치의 정화에 의하여 달성될 성질의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우리는 시련을 스스로의 것으로 알고 극복해 나가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인권선언일을 앞두고 월간중앙은「인권선언 4반세기」를 다루고 있다.「인권사상의 원상과 허상」(김철수)이 자유권과 생존권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 헌법정신을 밝혔다면「양심의 자유와 정치범학대」(윤현)와「소수민족과 유색인종의 인권」(이영희)은 억압받는 인권에 대한 외국 의실례를 반영한 것이다. 이영희 교수의 지적과 같이『세계 도처의 소수 민족ㆍ유색인종의 인간적 권리 회복과 집단적 상종권 및 정치권력을 지향하는 투쟁은 날로 격렬해 가고 있다. 어떤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냐는 문제는 그 나라와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것을 언제 어떻게 그들이 달성할 것이냐도 그들의 자각의 도에 달려있는 문제』이고 보면 우리 앞에는 인권옹호의 문제는 산적돼있는 형편이다.
문예지는 물론 다수의 교양지들이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패트릭ㆍ화이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탐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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