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세계의 특성을 지적하는 이들은 누구나「물질주의」「메카니즘」「상업주의」등을 든다. 그리고 아울러서「비인간화」현상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인류는 계속 물질문명을 발전시키고 경제체제를 비대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이 흐름은 아마도 인류세계가 진화해가는 운명적인 한 도정일 것이다. 물질주의가 우려된다고 해서 우리가 소박하게 원시적 자연인으로 되돌아가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질과 경제의 운영을 필요에 따라 계속 확장하여 산업화시대를 솔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나 기업체는 물론이고 교회까지도 산업사회의 특성을 잘 알고 거기에 대처하는 데에 능숙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특히 교회로서는 인간이 산업에 예속되지 않고 산업이 인간에 예속되도록 지도하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 시대의 표징을 알면서 인간본성을 지켜가기를 촉구한 제2차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인간회복의 경영학』은 바로 이 산업화시대에 있어서 인간 본성의 옹호를 주제로 한 책이다. 이 책은 다만 기업경영을 가르친 책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경영 더 나아가서 문명의 경영을 목표로 한 책이다. 우선 이 책의 목차가 이 점을 증명해 준다.
<행동과 사색의 순환><독창적인 상상력><미래의 지표><레저문명><기업의 개혁과 새로운 경제><데이야르드 샤르땡의 사상><진화는 인간을 통하여 계속한다><현대생활이 요구하는 정신성><지도자의 겸허><자연의 관상><마음의 지주, 종교><교양은 정신을 풍부하게 한다>이와 같은 내용들은 저자 조셉 바질의 폭넓은 교양에 의하여 다채롭게 엮어져 나아간다. 그리하여 이 책 속에는 역사 철학 문학 종교 수학 공업 미학 등에서 지식과 지혜가 풍부히 인용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역점이 가해진 내용은 <행동과 사색의 조화> 그리고 <미래에의 가능성>인 것으로 보인다.「서두르지 않고 강하게 사는 것, 생활 전체가 자기의 양심이라는 축에 완전히 집중되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일, 자신에 맹세한 약속을 지키며 안락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일, 이런 것이 활동가로서의 품격이다. 지성의 활동에도 호흡과 같은 작용이 있다. 정신은 우선 행동에서 숨을 들이쉬고 사색에서 숨을 내뿜는다」
이와 같이 행동과 사색의 조화를 강조하는 내용에서는 처칠이 중요한 토론에 앞서서 홀로 밀실에 들어가 그리스의 고전들을 읽었으며 존ㆍ케네디도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정신의 힘과 내면의 소리에 행복이 있다…>고 한 페리클레스의 유명한 연설을 낭송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끝으로는「두 개의 수레바퀴가 같은 추진력에 의해 움직이듯이 나의 사색과 행동도 조화를 이루며…」한「신곡」의 4행시가 펼쳐진다. 이처럼 이 책은 고전적이고 교양서같이도 보인다. 그러나 결코 회고조가 아니고 미래지향적이다. <이제까지 지도자에게는 제기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템포가 점점 빨라지는 세계 안에서 전대미문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의 행위의 동기는 우리 앞에 있다」「우주의 진화가 오늘날 도달하고 있는 지점에서 정지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는 아직도 무척 젊다. 인간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서 열려있다-
이렇게 사색하며 무한한 미래에의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지도자는 겸허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을 명령한다고 하는 것은 가능한 한 자발적이고 열의 있는 동의를 부하로부터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사람이 겸허하게 되는 것은 사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뿐이므로 겸허는 사랑의 소산이다」
수학ㆍ과학ㆍ공업ㆍ기업으로부터 고도의 지식을 활용하고 있으면서 예술ㆍ철학ㆍ종교에까지 이르고 미래의 지도자상을 그려 보이고 있으므로 이 책을「1980년대의 지도자상」에 관한 중요한 교양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조셉 바질은 가톨릭 신자이며 벨기에 루벵대학 교수로서 한편으로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문학 철학 역사의 연구가 아마추어 화가로서도 알려져 있다. 살벌한 현대산업사회의 인간회복 운동자 다웁다고 보게 된다. 그리고 「인간회복」운동은 오늘날 기독교가 짊어진 큰 사명일 것이다.
(조셉 바질 저 김병도 역 가톨릭출판사 발행)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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