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일동「로타리」에서 해운대 쪽으로 15분 가량「하이웨이」를 달려 남천동을 지나면 관광지로 유명한 광안(廣安)해수욕장 푸른 수평선과 모래사장이 시원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육군 측지부대 입구 급행버스 정류소에 내리면 맞은편 쪽에 순교복자 기념성당 광안천주교회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 성당은 부산시가 새 부산 개발지구로 설정한 이래 곳곳에 주택들이 바둑판 같이 들어서기 시작하던 때를 같이하여 제5대 장주민(발다살) 신부가 64년 5월에 부임하면서 최재선 주교의 협조를 얻어 그 해 가을에 왜관 안알바 신부 설계로 착공했다. 대지 1천 평에 성당 148평 사무실 8평 사제관 60평 강당 40평 등 도합 257평으로 된 우아한 현대식 건물이 67년에 완공되어 전 수영천주교회를 흡수하고 넓은 관할 지역에 신자 1천1백40명의 큰 성당으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 성당은 처음부터 기념성당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고 부산교구가 병인 순교 1백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행사와 함께 광안교회를 기념성당으로 지정한 것인데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남과 부산 지방에는 대원군의 부친 남영군의 무덤(덕산군 내면 가야동에 있다) 사건으로 인한 병인교난 제3단계인 1886년(戊辰)에 많은 순교자를 냈는데 그 중 동래 출신 이요한(廷植) 회장과 맏아들 프란치스꼬 며느리 박마리아, 동생 李베드로 그리고 이생원과 차프란치스꼬, 마르띠노 옥바르바라 등 많은 순교자가 광안교회 정문에서 북으로 약 5백「미터」떨어진 지금의 육군 측지부대 바로 뒷편에 있던 옛 수영 장대(將台〓死刑場)에서 순교한 부산의 성지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67년 순교 1백주년에 완공되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동래구 맹장동 산마루에 함께 안장되어 있다. 그 외도 부산교구 내에 오야보고(밀양) 신마르꼬(김해) 허야고보(김해) 박대식(언양) 윤요셉(양산) 등 많은 순교자가 있다.
지금은 제7대 김유재(그레고리오) 신부가 부임하여 성당 살림을 맡고 있는데 김 신부는『말만 기념성당이지 기념성당으로서의 구실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면서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성직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기념사업은 괄목할 만하다. 기념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제찬규(중앙본당 주임) 신부의 말에 의하며 수영 장대와 동래 순교자 묘지가 있는 맹장동의 성지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설사 구입한다 하더라도 땅값이 비싸다는 이유에서 이미 부산교구가 확보하고 있는 오륜대 입구(부산고속도로 종점지구) 25만 평 중 일부를 활용하여
①교구 관내에 있는 순교자의 유해를 옮겨 와서 ②기념탑을 건립하고 ③누구든지 애용할 수 있는 기념공원을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 교회의 정신을 부각시키고 ④한국 순교복자수녀원을 유치하여 수련원과 부속 기념관을 만들고 그 관리를 수녀원에서 맡아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순교복자수녀원에서는 68년에 임시로 조그마한 집을 마련하고 선발대가 와 있다. 제 신부는『한국 교회 앞날의 발전을 위하고 신앙의 부흥을 위해서는 모든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고 정신을 부각시킬 상징적인 것은 오직 한국 순교자들의 얼』이라고 말한다.『우리의 선조들은 치명으로 교회를 지켰지만 우리 세대는 후손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교구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이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협조만이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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