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가 끝나면 차채회가 열린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 주위에 몰려든 몇 젊은이들과 대화를 가졌다. 서명에다 그들 자신들이 밝혔듯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수녀도 있고 의사도 있고 도서관원도 있고 교사도 있고 어류 생물학자도 있다.
또 그 중에는 불란서 사람이 둘이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른「히피」스타일도 있었다. 나는 실로 단도직입 말머리를『가톨릭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이렇게 꺼냈다. 정식 좌담회를 채비한 것이 아니므로 누가 어떤 말을 했다고 기록할 수는 없으나 그 중 한 사람은『우리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 자신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예리한 자아비판을 했고 어느 젊은이는『진리(신)에 무관심한 현대 속에서의 자기 소외다』라고 외계 상황과의 단절감을 호소하였다. 그래서 내가 이번엔『그런 우리가 현대 세계에 참다운 충고자가 되고 또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바 평화사상이나 세계관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느냐』고 하였더니 그들은 서로 말을 앞질러 가며『우리 신자들의 단합의 결함도 있지만 교회 자체가 현세적 권력에 무력하고 나아가서는 조종되는 느낌마저 있다』고 규탄조로 말한다. 즉 그들은 교회가 사회에 대하여 너무나「물렁물렁」하다는 표현을 쓰며 특히「내 쇼나리즘」의 예를 미국 자본주의에다 들고 우리 교회의 평화사상이나 사회사상이 구현되기 위하여는 교회의 전 세계적 단합과 신자들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교회에 대한 새로운 미래상은? 』하고 다그쳐 물었더니 그들은 첫째『성직자와 신자의 관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보이기를『옛날에는 신부가 상층 지식인으로서 또 그들만이 신학을 독점하였기 때문에 신자와 함께 진리를 추구한다든가 함께 교회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의식이 결여되었었다. 그러나 현재는 지식인이면 누구나가 다 신학적 문제의식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고 또 교회의 행정은 오히려 신자들의 기능적 참가가 요구된다. 그러니까 이제까지의 교회의 권력적 위계는 시정되어야 하며 사제로서의 직분적인 품계만이 남아야 한다』고 마란다. 그 중에 하나는『미래에 있어선 사제직도 고대 교회처럼 가문 중심에서 나올 것이다』라고 비약적인 예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우리의 대화 중 지극히 전통적이고 보수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오직 이곳 가톨릭 젊은 지성들의『오늘의 문제의식이나 교회관』을 끄집어 내보고 또 소개해 보려고 이렇게 강렬한 것만을 골라서 쓰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상의 대화들은 어찌 보면 놀라운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신기할 것도 없고 더욱 나에게 있어서 어떤 새로운 교회상을 발견케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언어의 장해로 마치「멘탈테스트」하듯 하는 나의 실례스런 질문 형식에도 진지하게 토론해 준다는 자체가 오늘의 가톨릭 문제의식의 핍진성을 반증해 주는 동시에 역시 가톨릭 신앙신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서 신앙의 벗 즉 교우라는 친근감을 어느 성당, 누구에게서보다도 더욱 느끼고 맛보았다면 과장일까? <계속>
본란「하와이 교회 점묘」가 지난주「하와이 교회」로, 그리고 필자의 이름이 빠졌음을 깊이 사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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