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또 어느날 이곳 번화가에 있는 주교좌 성당을 찾았다. 역시 두 구 씨(케네디 신부)가 동행이다. 여기 본당 주임 케쿠마노 신부에게서 하와이 교회의 역사와 현황을 아무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분은 여기 하와이의 최초의 방인 사제로 하와이 교회의 백과사전이었기 때문이다. 토착민 출신이라지만 혼혈로서 얼굴만 좀 검은 편이지 모습과 몸가짐이 너무나 단정하고 조용하여 우리의 옛 선비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하와이에 가톨릭이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직도 하와이가「카메하메하」왕조 시대였다. 즉 1827년 벨기의 성심회 신부 3명이 들어와 전교를 벌였으나 이보다 앞서(1820년) 들어온「칼빈이스트」들의 정치력을 이용한 박해로 4년 만에 쫓겨났다. 그러다가 10년 후인 1840년 그 성심회가 다시 들어와서 바로 이「평화의 모후」대성당을 건축하고 1880년 까지 불과 40년 동안에 원주민의 40%를 입교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과는 달리 그 동안 신학생 등을 유럽으로 여러 차례 보냈으나 결국은 하나도 성공 못하고 1919년생인 이 케쿠마노 신부가 미 본토「캘리포녀」「성바르나바대」신학교에 유학하여 1949년 처음 신품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순교자가 있은 일도 없다.
1890년 후부터 각국 이민들이 쏟아져 들어옴과 함께 전기 성심회의에도 매리놀회, 성모회 등 각 수도회와 전교회가 이어서 들어와서 선교사업을 벌여 현재는 본당 64개소에 성당 수는 114요, 신부 수는 163명인데 대부분이 수도회 신부요, 세속신부는 그 중 28명뿐 또 개중 하와이안 출신은 오직 4명에 불과하다. 하와이 주 전체의 신자 총수는 현재 24만 명으로 전 인구의 약 3할이 되며 이것을 인구별로 따지면 순수 원주민이 약 1만, 백인과 혼혈이 10만, 필립핀인이 7만, 중국인 1만, 일본인이 5천, 한국인이 약 1천 명 등으로 교회는 완전 자치 운영이다. 연간 영세자 수는 약 5천 명이 되나 이는 영아 영세가 대부분으로 성인들의 회교는 약 3백 명을 헤아릴 정도인데 그와 반비례하여 냉담자 수가 연간 성인 5천 명이 추산된단다.
교육기관으로 성모회 경영의「샤미나드」대학을 비롯해 고등학교 6개교, 소학교 27개교요, 사업기관으로 병원 하나와 주립「모로카이나」 나병원을 성프란치스꼬회 수녀들이 관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가톨릭「액션」은 별로 특별한 게 없고「꾸르실료」와 교리 강습 기관인「명도회」와 그리고「써치」라는 10대 아동들의 영신 보호운동이 있을 뿐이요「에큐메니칼」운동도 기구는 있지만 별로 적극적인 대화나 노력은 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오해할까봐 서로 손을 내밀기를 꺼린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여기서도 제일 큰 문제는 성소의 감소 정도가 아니라 단절문제로 소신학교는 지망자가 없어서 금년부터 문을 닫았으며 대신학생도 여기「샤미나드」대학과 미 본토 대신학교에 각 6명씩 재학 중인 12명뿐으로『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하고「케쿠마노 신부는 가만히 한숨을 몰아쉰다. 이분에게서뿐 아니라 내가 이제까지 와서 직접 보고 간접적으로 들은 바에 의해도 하와이 교회는 저 대학 미사의 분위기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라 할까 또 우리 한국 교회보다도 활기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먼저 소개한 대로 저렇듯 격렬하고 새로운 욕구에 찬 젊은이들을 안고 있는 교회가 언제까지나 이런 전통적인 안온을 유지할는지 의문시되었으며 이것은 교회뿐 아니라 여기에 와서의 일반적 나의 느낌이지만 인간은 가난 속에서나 풍요 속에서나 같은 비중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안고 있음을 확신하는 바였다. 그래서 이러한 인간 세계 안에 있는 교회가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각양각색의 십자가를 잘 짊어지고 헤치고 나아감으로써 어서 당신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룸 같이 이 지상에도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 정녕 간절하다. <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