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미국 교우들이 잘 살기는 하지만 돈 내는 데는 좀 인색한 모양이다. 사람들의 도박적 심리를 이용해서 이런 것으로 모금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덕택에 저녁을 잘 얻어먹었다. 잔치가 무르익어갈 무렵에 악대가 와서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신이 나는 사람들은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기도 했다. 대개 10시쯤에 추첨을 할 모양인데 회장이 나를 소개하고 또 몇 마디 말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간단히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내가 주교이고 이색적인 존재라서인지 날 보고 대중 앞에서 추첨하라고 해서 내가 직접 추첨을 했다. 나도 이런 식으로 교우들에게 하도록 권장하고 교구 운영비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
▲7월17일
이제 프란치스꼬회 신부와 함께 먹고 자면서 내가 성신강림 운동에 취미를 가지고 있고 또 꾸르실료도 받았다고 했더니 자기도 꾸르실료를 받았고 성신강림 운동을 직접 지도하고 있노라면서 자기가 지도하는 기도회합에 오면 적어도 1백불은 거두어 주겠노라고 했다. 또 기도회에 참석하여 더 인식을 깊게 하고 싶어 참석을 승낙했더니 오늘 아침 10시에 연락이 있었고 거기에 참석할 바론 부인이 나를 데리러왔다. 신학생 한 사람과 그의 딸이 같이 가게 되었는데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같은 차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만 갔는데「버팔로」시내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외로 나가 고속도로로 달리는데 모임장소가 꽤 먼 것 같았다.
약 30분 후에 넓은 평지의 고요한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곳이「월리암빌라」이고 성 프란치스꼬 수녀회 모원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꾸르실료나 다름없이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라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반가이 대해 주었다. 짐작컨대 인원이 대개 3백50명가량 되는 것 같았고 8시쯤 노래부터 시작하는데 역시「노틀담」에서와 같이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서 읽고 노래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모두가 지루해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1시간반 동안을 지냈다.
오늘은 예언을 하는 사람은 없었고 자기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시하는 것은 여러 번 있었다. 성서를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자유로 누구든지 하는 것이 특색이다. 자연적으로 노래만은 누가 시작하면 다 같이 부른다. 맨 끝으로 미사를 드리게 되는데 미사에도 내가 주례자가 되었다. 영성체후에 메슈 신부가 헌금통을 제대위에 가져다두면서 전교지방에서 오신 주교를 마땅히 도와드려야 한다고 강조를 하고 자기가 먼저 10불짜리 지폐를 넣었다. 그리고 몇 사람이 헌금한 다음 시간관계로 미사 후에 누구든지 원하는 분은 헌금을 하시라고 말씀하셨다. 즉시 미사를 시작하여 강복을 준 후 마쳤다.
미사 후 헌금하는 것을 지켜보기는 미안하여 담배도 피울 겸 밖에 나와 있었더니 돌아가는 신자들이 모두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시간이 늦어지기에 얼른 돌아가야겠다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남아있던 신자들, 수녀들이 고맙게 인사했다. 10시30분쯤 메슈 신부님이 돈을 헤아려 가지고 내게 주었다. 1백불 정도 예상했는데 뜻밖에 3백62불이나 되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누구보다도 이렇게까지 애써주신 메슈 신부가 참으로 고마웠다. 이것 때문에 6개 본당에서 거둔 돈이 3천불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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