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책은 사람과 닮은 데가 많다. 소크라테스는 대낮에 등불을 켜 들고 사람을 찾아다녔다고 한다.「아데네」시에 사람은 무수히 많아도 사람 같은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현명을 가지고도 찾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이라고 다 믿으면 책이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은 맹자의 말인 것 같다.
헌데 책은 무엇보다도 친구와 같다. 친구를 만나듯이 책도 만나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운 것 같이 좋은 책을 만나기도 어려운 것이다.
공리적인 사회의 여러 가지 실리 때문에 접하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친구가 아닌 것처럼 실생활 또는 전공 연구를 위해서 읽는 책들도 모두 좋은 책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양서라는 것은 학자의 전문서적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실무자들의 기술적 서적도 아니고 시간을 메우는 오락을 위한 서적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금력과 권력이 사라진 후 외롭게 있을 때 찾아주는 참된 친구가 있듯이 전문과 기술과 오락과 실리를 떠나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우리가 독자를 근장하고 독서에 희망을 걸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독서를 말한다. 독서하지 않기 때문에 한탄하는 것도 바로 이 분야의 독서다.
현대에 있어서 인간생활의 중심이 될 뿐 아니라 그것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상업과 공업이다. 그리고 국가나 문화의 선진 후진의 기준도 여기에 두고 있다. 서점에 가 보아도 이 방면의 책으로 가득 차 있다. 후진보다 선진이 물론 좋은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는 물질보다 인간을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는 앞지르기 경쟁을 하고 있는 만원뻐스 같이 보인다. 자칫하면 인간이 희생되기에 알맞다.
이러므로 우리는 독서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독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우선 학자 성직자 공무원 군인 정치인 의사 법률가 예술가 등 모든 사회인에서부터 남녀노소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만일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이범주 외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해마다 돌아오는「독서주간」이라는 것은 서적상을 위한 상업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르고 몇 권 안 되는 종교 관계 책을 내놓고 신자들의 독서 부족만을 일방적으로 나무라고 한탄하는 것은 무책임한 독선이다.
친축를 만나듯이 책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처럼 등불을 켜 들고 찾아 다녀야 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책 그 자체보다도 마음의 태세가 더 중요하다. 마음이 바쁘면 찾아온 친구도 섭섭히 돌려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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