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차례
①신학적 교육의 쇄신(역사적 배경과 방향)
②신학교와 교구 사제단
③영신생활 지도 문제
④지성교육의 문제
누구든지 사제의 지성교육이란 문제를 취급할려고 할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중대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었 때문에 당황하는가? 이는 지성교육 그 자체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주변의 새로운 상황이, 우리가 지금까지 실시해온 지성교육에 도전해 오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기독교가 아직도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까지 의문시한다. 그래서 현대 신학에 있어서 기독교가 오늘날 인간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하는 문제는 신학적 반성의 중심이 되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사제의 지성교육에 반영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사제는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 하며 기독교 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기독교를 세상에 선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대한 것은 어떻게 교과과정을 짜고 시간 배척을 하며 무슨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것보다, 먼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대 세계의 상황을 좀 더 세밀히 검토하여 이 검토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반성의 내용을 앞으로 사제의 지성교육에 적용해 보자는 데 이 소고의 목적이 있다.
①누구든지 지금까지 실시하여온 지성교육이 너무 일방적이고 이론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신 스콜라 철학은 이 같은 경향을 더 강화하였으며 그의 이론적 경향은 현대신학이나 사상사적 문제들을 무비판직으로 다루었으며 철학문제에 있어서는 너무 합리적 해결책을 찾았다. 따라서 현대의 정신적 역사적 문제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상 주장한 사실을 전통적인 신학철학 교과서를 통해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②『실천만을 위한 이론, 사목만을 위한 신학』 그것은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사목에 필요한 것만 배운다는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사목을 해 보니 신학교에서 애써 배운 희랍어 헤브레아어가 전연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갈라진 형제들은 성서를 알아듣고 번역하기 해서 무엇 때문에 이 고리타분한 옛말들을 배우는가? 그들이 로마서의 의화(JUSTIFICATIO) 란 중대한 단어의 희랍어 헤브레아어의 어원을 들고 나오면 가톨릭의 신학도는 그만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도 교회 재일치 운동이니 하고 왜 운운하는가? 비판정신에 입각한 근본적인 학문교육이 좋은 사목자를 낳게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백 보 양보한다면 이와 같은 지성교육의 포기도 결코 이상적 사목자를 배출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학문에 토대를 둔 지성교육이란 물론 모든 신학도를 학자로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분명한 태도는 장차의 사제들이 학문에 근본을 두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 줄 아는 목자를 배양하자는 데 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재교육을 부르짖고 있는 이유는, 시시각각으로 변천하는 사회적 여건에 대면하여 각자가, 독립하여 자발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신학도 (혹은 사제, 성인 신앙인도 포함) 라고 해서 이러한 요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
③신학도는 그의 지성교육을 위해서 교회의 산 전통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20세기 후반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의 사상사와 전통을 올바르고 깊게 연구해야 한다. 성 토마스의 위대한 가르침을 신 스콜라 학파 식의 좁은 시안으로 주석한다든지, 철학 교회사 및 성서를 단순히 호교론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태도는 오늘 모든 신학자들이 틀린 생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중대한 것은 가톨릭 신학만이 유일한 진리의 척도라는 고집을 우리는 버려야 한다. 남을 이해하고 들을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개신교의 신학을 깊이 연구해 보지도 않고 이를 반박할 생각도 하지 말 것이며 변증법적 신학이 무엇인지 모를 때 입도 벌리지 말 것이며 신화 (MYTHE)가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고서 비신화화(ENTMYTHOLOGI들 ESIERUNG)의 논거를 욕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④우리는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 복잡한 신학의 전문분야를 개관 종합할 수 있는 학자및 교육자를 계획적으로 배양해야 한다. 이는 또 주교들의 가장 중대한 의무 중의 하나라고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은 강력히 주장한다. (교령 제78조 참조)
⑤혹자는 말하기를 한국에는 신학자가 없다고 한다. 한국과 같이 짧은 역사를 가진 교회가 이와 같이 강한 현대사상의 도전에 대결할 학자가 없음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기독교적 전통이 짧고 또 많은 신학생들이 신문교우로서 젊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온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한 어려운 학무의 요구에 응할 수 있겠는가고 그들은 반문할 것이다. 한국 교회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또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지성교육의 문제가 있다. 오늘날의 젊은이는 매우 조숙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육체적 조숙이 반드시 정신적 조숙을 수반하다고는 주장할 수 없다. 이 같은 젊은이가 어떤 학문적 방법론이나 철학의 전문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성숙한 지성의 소유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을 학문하는 자세, 방법론, 연구열의 태도로 인도하기 위해서 예과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이들이 신학의 전문분야에 들어가기 전 그리스도의 신비는 무엇인가, 기독교는 현대인에게 무슨 의미를 주고 있는가, 성서는 무엇인가, 어떻게 성서를 공부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알 수 있는지에 대한 입문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또 공의회의 교령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제14조 참조) 이 입문과정을 수도회의 수련기에 비교할 수 있다. 이때에 신학도는 신학을 연구할 수 있는 자세와 영성생활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시기에 신학 연구에 필요한 언어 (라틴어 희랍어 헤브레아어 등) 고대어를 연마하여 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때 언어 강습으로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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