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생 또는 일반 지식인을 위해서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리고 어느 수준을 가지고 시대성에서 공명감을 자아낼 책자가 우리 한국 가톨릭에서 풍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대학생이나 일반 지식인이 무엇인가 가톨릭적 지식의 공백을 메꾸워 줄 공급원이 곧 책자라고 하겠다.
미사의 강론이나 강연 세미나론 감명은 받을 것이나 망각이란 병리 앞에 구체적인 내용이 남기 어렵다. 여기 계몽용(傅敎) 외에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자의 생산이 절실한 것이려니 한다. 한자도 외국어도 섞이고 주역도 붙은 정도의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도 또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바쁜 전공의 일로 빚어 쫓기듯 서재, 연구실 연구소(東亞文化硏究所)로 맴돌고 있어 전공 외의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이 생활한다.
그러나 가톨릭의 새로운 무엇인가를 알려고 해서 책자를 구하여 읽는 데 흔히 여행 때나 또는 전공 책을 손댈 수 없는 경우에 읽는다. 조용한 여관 방에서 일찍 자지 못하는 버릇도 있지만 밤 늦게까지 읽으면 감명과 아울러 얻는 것이 많다. 따라서 숱 두터운 책을 피하고 백면 남짓에서 2백 면을 넘는 3백 면 이내의 소책자를 읽는다. 그러데 흔히 일본어판을 읽게 되는데 그것이 한글판보다 책의 종류도 많거니와 내용도 수준 높은것 같기 때문이다.
라벨 신부의「공의회」래주에르 신학 교수의「사제란 무엇인가」小林珍雄 교수의「교황청」(岩波新書) 中央出版社의「현대인의 병리」여기서 前 三者는 내게 큰 감명을 준 책이다.
제2차 공의회가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려는 이 사실에서 우리 가톨릭을 반성해 보고 또 서구의 새로운 교리 해석의 놀라운 전진을 보이고 있는 이 시대성에서 우리는 장차 닥쳐올 거센 물결에 외면해야 할 것인지 또는 보수 고루 고식 무관심의 장벽 속에서 어느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할 것이지 결코 안역하게 생각한 문제는 아니려니 한다.
가을은 독서의 기간이라고 책을 읽으라는 자기 반성의 표어가 나붙는 계절이다.
독서와 아울러 사색이 뒤따라야 할 계절이기도 하다. 기구의 생활과 아울러 우리 가톨릭의 내일을 위하여 신자인 자는 무엇인가 더 뚜렷이 보고 알고 내어다 보고 걱정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생 청년 일반 지식인을 잡아야 하지 미사에서 노부인들이 거의 4분지 3의 좌석을 차지해 가고 있는 이 현상은 의미심장한 그 무엇을 암시하는 듯 걱정이 된다.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은 연중행사와도 같이 가을이면 표어가 나붙어 반성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우리는 교우들은 자기 자신에 맞는 한 권의 책자를 독파하고 음미하고 체득하는 데 노력 있기 바란다. 근자 책을 읽지 않는다든지 따라서 출판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든지는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 우리 가톨릭 신자도 가톨릭의 책을 읽지 않고 있음이 사실이 아닌가 하여 미사에 나감을 가지고 만사 다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니 피차 반성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외람된 말을 한다면 한국 가톨릭 신자의 가톨릭적 지성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 나아가서는 교회를 돕는 정당한 여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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