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문헌에서 교회의 사명이 봉사에 있음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전부터 그랬어야 할 것이었지만 지난날의 교회는 지나친 권위의식에서 봉사하기보다 받기를 더 원했던 것이 아닐까?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 왔고 많은 사람을 구속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 주려 왔다』(마테 20ㆍ28)고. 우리 교회의 창설자이신 예수께서 뜻하신 봉사의 한계는『목숨을 바치기까지』즉 약간의 수고나 손해 정도가 아닌 전적인 자기희생에 있었다. 그러기에 당신의 구속성업을 이어서 해 나갈 사제직을 세우시기 직전에 사도들의 발을 겸손되어 씻어 주시고『내가 한 것을 알아 듣겠느냐. 내가 주요, 스승으로서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이같이 행하여라』(요한 13ㆍ14) 하시면서 사제에게는 봉사정신이 권위에 앞서야 함을 수범으로써 가르쳐 주셨다.
교회헌장에서도『사제들은 일상생활과 일상 노고로써 신자들에게나 미신자들에게나 가톨릭인에게나 비가톨릭인에게나 참으로 사제답고 목자다운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모든 이에게 진리와 생명을 증거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제들은 봉사하여야 할 대상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구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미워하는 사람들 까지도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사제들이 봉사하여야 할 장소나 시간에 제약도 없다. 한마디로 사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전적인 봉사를 하라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모든 사랑을 구하기 위하여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코린도전서 9ㆍ19~23)
사제의 봉사는 원칙적으로 사제가 지닌 여러 가지 성직을 하느님과 인간을 위해서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첫째,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로서 진리를 올바르게 전하고 필요한 모든 이에게 전하고 효과 있게 전하여야 한다.
여기서 사제들의 설교나 강연이나 교리 해설이 얼마나 알차게 준비되고 효과 있게 즉 신자나 미신자에게 잘 알아듣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설명되어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그 다음 여러 성사의 교역자로서 전례를 집전함에 있어서 겸허하고 친절학 경건한 자세가 필요하다. 신자들이 정당하게 성사의 집전을 요구할 때 충실이 받아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백의 성사에 있어서 죄인이 안심하고 고백하며 좋은 훈시로써 죄를 뉘우치고 개심할 수 있게끔 자비로운 목자로서의 태도와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미사성제는 사제생활과 전례의 중심임으로 전례의 정신에 입각해서 참예자에게 신앙을 기를 수 있게끔 편리한 시간에 충실히 이루어져야 하며 또 성무일과를 정성되이 바침으로써 기구를 통한 전 세계에 영신적 봉사가 매일 치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하느님의 백성의 지도자로서 구체적인 봉사가 가장 다양하게 요구된다. 우선 신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권위를 드러내기보다는 겸손과 인자가 앞서야 한다. 전에는 명하는 사제 순종하는 신자였으나 이제는 봉사하는 사제, 협력하는 신자로 표현함이 적절하다. 교회헌장에서는 말하기를『교회의 사목자들은 주님을 거울 삼아 사목자들 서로와 다른 신자들에게 봉사할 것이며 신자들도 또한 사목자들과 스승들에게 협력을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교ㆍ헌 32)고. 사제들의 봉사는 강자보다도 약자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사제는 모든 사람에게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과 무력한 사람은 특별히 사제에게 맡겨진 것이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제생활 교령)
우리 한국 교회도 이미 예비선교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 사제들의 친절하고 헌신적인 봉사가 동반해야만 신자들에게는 신앙의 부흥과 미신자들에게는 그리스도의 소개가 효과 있게 이루어질 것이다. 사목헌장 서론의 말씀을 옮겨 씀으로 이 글을 끝맺으려 한다.
『교회의 소망은 성신의 인도로 그리스도 자신이 하시던 일을 계속 하려는 것 한 가지뿐이다. 진리를 증거하고 판단하기보다 구원하며, 봉사를 받기보다는 봉사하러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일을 계속하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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