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차례
①신학교 교육의 쇄신 (역사적 배경과 방향)
②신학교와 교구 사제단
③영신 생활 지도 문제
④지성교육의 문제
⑥신학교 교육 중 3분의 1이 방학이다. 방학 동안 신학생들이 본당에서 병원에서 혹은 공장에서 실습하는 것은 추천할 만한 일이나 이는 각 지방의 사정에 맞추어 할 것이다.
그러나 방학 때 계속해서 연구하고자 하는 신학도에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여 주는 것도 대단히 중대하다. 누구든지 자유시간인 방학 때 전연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정신적 해소감이나 문제의식의 상실을 신부가 되어서도 계속 가지게 될 것이다.
⑦강론과 교리교수법에 대한 좀 더 근본적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사목신학에서 다루어야 하며 신학 시기의 마지막 참이 좋다.
⑦신학의 각 전문 분야에 대해서 어떻게 과목을 배치하며 시간표를 짜는 지는 각 지방과 신학교의 사정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우리는 이미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무슨 방법론을 통해서 이 신학의 전문분야의 내용을 신학도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있다.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교의신학, 윤리신학, 신구약의 성서 주석학, 교회사, 교회법 중 우리는 아무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분야의 좀더 효과적이고 현대적 교육 방법론(시청각교육, 소그룹활동, 세미나 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좀더 많은 교육자를 양성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것 외에 전공 선택으로서 사회윤리 부교학, 종교사 및 종교심리의 입장에서는 본 종교학, 신학 및 종교 철학이 중대하다.
이와 같이 많은 전문 분야의 교육을 누가 하느냐하고 반문할 것이다. 이는 물론 각 신학교의 사정에 해결책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이해서 몇 가지 구체적 제안이 있다. 먼저 학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각 신학교(혹은 신학대학)에서 강의보다 학문 연구에 더 전념할 수 있는 연구 교수들이 필요하다. 둘째로 전문 교수의 부족을 메꾸기 위해서 교환교수 제도 (국내 혹은 국제적으로) 를 설립한다. 셋째로 초청교수 제도를 확장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강연이나 방학 동안 특수교육 기간을 설치하여 성인교육론의 원칙을 따라 세미나 형식을 발전시킨다. 이렇게 하여 신학교에서 부족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 이상의 열거한 과목 외에서도 특히 현대인을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심리학, 교육학, 자연과학 및 의학의 경계문제, 사회학의 중대한 요소들, 정치학 등 한마디로 현대인의 정신 상황을 판단 지도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학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신학도들이 피상적으로 또「딜레탄티즘」적 태도로써 이것 저것 수박 겉핥기 식의 지성교육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철학적 지성교육에 있어서 불행히도 우리는 스콜라 철학의 교육과정에 노예가 되어 있다. 인식론 존재론ㆍ자연철학ㆍ우주론 하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철학교육은 현대 철학문제의 핵심인 언어철학ㆍ역사철학을 까맣게 모르고 있고 신학 연구에 이상 두 철학이 얼마나 중대한 것도 잊고 있다. 이것이 오늘 신학에서뿐 아니라 철학에서도 가장 중대한 석의학란 역사철학이다. 공의회는 또『철학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여러 체계의 궁극 원리를 파악하여 거기서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오류의 핵심을 찾아 논박할 수 있게 가르칠 것이다』(사제 양성 교령 제15조) 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개신교에 있어서는 벌써 19세기부터 석의학과 역사철학이 신학 전개의 중심 체계를 이루지 아니했던가! 물론 학생들이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모든 철학 체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함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 철학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스콜라 철학만 습득한 신학도가 현대의 변증법적 유물론, 실존철학 실증주의로 물들어 있는 현대인과 어떻게 감히 대화할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철학과 신학의 너무 뚜렷한 구분이다. 공의회는 그래서 철학과 신학의 조화를 사제 양성 교령 제14조에서 강조하고 있다. 신학과 철학은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철학과 신학의 대화를 위해서 우리에게 훌륭한 지침을 준 사상가들이 곧 가브리엘 마르셀ㆍ떼이야르 드 샤르댕 같은 분들이다.
떼이야르는 비록 자연신학자였지만 그의 사상은 철학과 신학의 문제를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던 것이다.
⑧교육 방법론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전문 분야들이 너무 엄격하게 서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신학 내에서의 상호 통신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분야는 서로 이해하는 태도와 통신의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 점은 레크렐크나라너 교수가 많이 주장함) 예를 들면 교의신학과 윤리신학의 엄격한 분리를 포기함은 추천할 만하다.
철학도 예과과정에선 인문으로 그치고 조직신학에 와서 좀더 전문적 철학 연구를 흡수함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누가 감히 성서, 신학, 철학 등이 광대한 범위를 통솔하여 교육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신학에 있어서 이러한 종합력을 요구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곧 현대를 위한 사제 지성교육의 난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 분야를 통솔하여 교육할 수 있는 학자를 지금부터라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⑨마지막으로 신학 4년 혼은 신학교 7년이라는 기간으로 현대가 요구하는 사제의 지식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현대는 영속적 교육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제도 계속적으로 자신을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사제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교육할 수 있기 위해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그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은 당분간 연구생활을 하기 위해서 사목생활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 사제들은 세미나, 연구 발표회 등을 통해서 자신의 지성교육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직업인들이 벌써 이 영구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라 교구 행정은 서 이 영구적 교육을 제도화할 것이다. 혹자는 본당을 지키는 것과 사목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닌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근시안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현대의 사제가 본당이란 좁은 테두리 안에서 주저앉아 버려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이 영구적 교육은 물론 각 사제의 자유에 달려 있다. 아무도 이 교육을 강박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 계속적 교육을 포기하면 자신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도 사실이다.
이것 외에 우리는 아직 많은 문제들을 지성교육과 관련시켜 다루어야 한다.
그 중 예를 들면 현대신학에 있어서 성서 주석학의 위치, 성서신학의 제문제 교의신학의 그리스도 중심 사상, 윤리신학의 문제, 등등이 있으나 다른 분이 취급할 수 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여기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 현대의 사제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와 세계의 복잡한 상황을 대면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이처럼 신중하고 시간이 들고 힘이 드는 지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 참다운 기독교, 진실된 그리스도의 모습을 선교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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