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와 개발이라는 두 개념이 갖는 대비는 서로의 종합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신자들로서는 선교활동이 지상 현실을 유일한 주목적으로 삼아 근본 목적을 상실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모든 인간을 신앙의 빛에로 인도하고 성세로 새 생명을 주고 교회인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가입시키고 크리스챤답게 살도록 가르치고 영생에의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선교활동의 근본 목적이다.
그렇다고 교회의 선교활동이 발전하는 인간의 기대와 요구를 소홀히 하고 종교적인 방침 때문에 인간 사랑이라는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을 사랑하라(마테 25ㆍ31~46)는 복음의 가르침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제민족의 발전」회칙을 통해서도 민족 간에 특히 선교활동의 주무대인 소위 제3세계 민족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정신적 복리를 길러 주도록 강조했다.
그러므로 전교와 개발은 상치되지 않는다. 목적과 뜻과 의무의 선후문제가 있을 뿐이다. 선교활동은 근본적으로 전교와 관련되므로 개념에 있어서나 방법에 있어서나 선행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교활동이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켜 그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최고의 계명으로 또 영원한 생명을 최후 목적으로 제시하는 하느님의 왕국이라는 종교적 주축을 제쳐 놓는다면 그「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는 이 선교활동의 근본 계획에 충실함으로써 때로 발전과 확장을 막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겠다. 바로 이것이 초세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선교활동의 힘이요 지혜이다. 실은 오늘날에도 전교의 영신적인 면을 지상적인 기준에서 볼 때에는 방해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학의 구속과 식민주의라는 의심과 자연주의라는 무능을 벗어난다면 오히려 전교를 도울 수 있다.
전교와 개발의 논쟁은 오히려 어느 것이 먼저냐 하는 방법의 문제다. 대답은 언제나 같을 수 없고 특수한 상황에 좌우된다. 이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사업의 능률과 성성이라는 관점에서 사도적 정신과 상황에 맞는가를 경험의 빛으로 연구해야 한다.
현세적 수단을 이용하는 개발은 사목적 우선권을 가질 수 있고 전교는 언제나 근본적 우선권을 가진다. 전교는 앞으로 크리스챤이 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함으로써 그들과 접촉하고 그들을 돕고 그들에게 크리스챤 생활의 모범을 보여 주는 전교 이전의 단계와 그리스도의 메시지에 대한 인간적 타당성을 증거하고 학교 병원 사회 보조 기술 훈련 등의 모습으로 복음의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의 단계와 이 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더 높은 생활 수준 등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교와 개발을 교리적인 각도에서 살펴본다면 그 대답은『선교활동의 본 목적은 복음을 선포하며 교회를 부식하는 일(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6)』이라고 말한 공의회 율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전교 대상자들의 현세적 인간적 발전과 관련되는 활동이 전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선교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사랑으로 이루어지면 전교와 하나가 될 수 있고 수단으로 사용되면 앞장서서 복음사업을 완성시키게 된다. 이것은 특히『현세적 일에 종사하며 천국을 찾도록(교회헌장 31)』불린 평신자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평신도들은 세속일에 종사하면서도 세계 복음과 운동을 실천할 수 있으며 또 실천해야(교회헌장 35)』하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이 전교사업과 손을 잡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ㆍ인권ㆍ자유ㆍ책임ㆍ의무ㆍ일ㆍ사회적인 조화와 모든 가치(현세적일지라도)의 선용 동의 개념에 크리스챤적 빛을 띠게 한다. 또한 인간 무대에 빛을 비춰 그 아름다움과 중요함과 존엄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인간 즉 크리스챤은 이제 판단하고 치료할 줄 아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불의와 불행을 보여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발은 거기에서 발전과 일치와 정의와 평화를 얻게 된다. 아직도 전교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전교를 올바로 이해하고만 있다면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인간적 크리스챤적 지혜와 사랑에 전교를 맡기는 바이다. <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