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를 가할수록 문학 예술은 침체에 빠지고 일반적으로 사이비 예술이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진실의 표현을 생명으로 삼는 문학이 압제하에 놓을수록 저항적 차원이 심화되는 일면을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대체로 무사안일 위주의 가사상태에 머물거나 끊임없는 퇴조현상을 보이는 일이 많다.
그리하여 헛된 관념의 유희를 일삼는가 하면 반진실을 합리화하는 방면으로 우리의 고귀한 언어가 희생되는 일이 없지 않음을 본다.
이러한 폐단을 나는 인간 구제에의 역행으로 간주하여 참된 언어의 회복을 분연히 촉구하고자 한다. 오늘의 한국 문학은 빛을 잃어가는 언어의 실악단이다. 사고와 언어를 억압 당하고 있는 탓일까.
물질만능 기계만능의 비인간 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탓일까. 한갖 동물상태로 전락해 가면서도 깨달음이 없는 무신앙의 비극이 아닌가 한다.
알렉산드로 이세비치 솔제니친은 하나의 돌파구다. 그 전엔 부르짖음이 있다.
『커튼을 걷어라. 창 밖은 대낮이다』「크레믈린」상속부의「네오 스탈리니즘」파는 금년도「노벨」문학상 수작가인 그를 그러나 다시금 고행 작가로 두어 둘 모양이다.
솔제니친에겐 현대의 체흡다운 면모가 있다. 그가 비관적인 현실을 묘파한 것은 정당하다. 생명이 없는 획일적인 병든 사회에 반발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공감이 간다. 빵만으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에트」체제의 압제에 대한 그의 문학적 저항은 인간 구제에의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 문학에 있어서도 그러한「솔제니친」적인 현상들이 있다.「커튼」을 거두고 창 밖이 대낮임을 예견하는 시인들이 그 좋은 예다.
월간문학은 만해 한용운의 유고 18편을 전전하고 있다. 구도의 시편들도 있지만 소박한 서정시 속에 생에의 달관이 엿보이고 산문정신에 접근된 것도 있다.
밤에는 비바람은/구슬 같은 꽃 수풀을/가엾이도 지쳐 놓았다./꽃이 피는 대로 핀들/봄이 몇 날이나 되랴마는/비바람은 무슨 마음이냐/아름다운 꽃밭이 아니면/바람 불고 비올 데가 없더냐. (「비바람」全文)
비바람은 역사의 중압일 수 있다. 일제치하 만해의 양은 이처럼 안으로 빛을 내며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달은 기울기 쉽고/아름다운 곳엔 풍우가 많다./그것을 모순이라 하는가/어진 이는 만월을 경계하고/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니/그것은 모순의 모순이다. (「矛盾」에서」)
탁월한 인생 비판의 경지에 이르고 있지만 미묘한 체념사상이 깃들이고 있다. 모순 속에서 비모순을 찾는 인생의 측은함을 시인은 탄식하는 것이다.
박두진 씨의「에레미아의 노래」(現代文學)를 읽으면 치열한 부르짖음이 솟구침을 억누를 길이 없다.
그것은 일어나리/(…) 날개는 날개끼리 발톱을 발톱끼리/눈은 눈끼리/ 이는 이끼리/불 은 불/ 칼은 칼끼리/일어나리/바다에서도/산에서도/네거리에서도/뒷골목에서도/낮에도/ 밤에도/ 새벽녘/해거름에도 일어나리 (「에레미아의 노래」에서」)
여기에 목마름이 있다. 기다림이 있다. 예언의 아우성이 있다. 한국의 솔제니친도 더 많은 자유를 고려하게끔 되었다.
형식적인 자유만으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10월호 문예지에서 두드러진 소설을 찾아내지 못한 허탈감을 나는 되씹고 있다.「가톨릭」문학의 바람직한 태동은 그만두고 보편적인 인간 구제에의 정신작업마저 지극히 등한한 우리 문학 현실이다. 시시한 설교 문학은 있어어도 영혼과의 긴장 어린 대화가 없다.
무미건조한 전세기의 작가들은 많아도 베르나노스와 같은 인간혼의 심오한 전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구원은 누워서 잠자는 자의 것이 아니다. 앉아서 사념에 잠기는 자의 것이 아니다. 오늘의 인간 구제는 행동인의 품에 있다. 착한 싸움에 나서는 사람의 전리품인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문학은 병든 영혼과 병든 사회 속에서 곪아 가는 비통한 아픔을 접어 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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