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이 정말 행복한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마드레느는 천천히 대답했다. 벌써 어두운 밖에 나가 있는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쟝 하고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저녁에 그가 오지 않길 잘 했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을 테니…잘 가요, 마드레느』
얼마 후에 피에르는 침대 속에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비겁하게「싸니」를 도망쳐 잠 속으로 피난했다.
한 시간 후에 쟈꼬와 뽈래트가 사는 집에 불이 났다. 난로에서 새어나온 불꽃이 옆에 쌓인 나무 조각에 붙어 빨랫감에 번졌다. 꼬마 알랭이 잠이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 쟈꼬는 어린 애를 꾸짖으며 눈을 뜨자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정신을 차린 그는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뽈랫트, 뽈랫트, 일어나 일어나…애들을 데리고 나가 자전거도 내 가고…』
쟈꼬는 물통을 비우고 그 말썽 많던 빨래통을 든다. 불길은 더욱더 세진다. 쟈꼬는 골목 끝에까지 물을 길러 뛰어간다.
『제기 이렇게 먼 데 있으니!』그는 뛰어가며 이름을 부른다.
『마르셀! 루이! 앙리! 불이야!』방화용 수도선에 짚을 둘러 놓았다. 얼어 있으면 어쩌나! 아니나 다를까 얼어붙었다. 야단났군…아, 됐어! 물이 나온다.
아이구 이렇게 조금씩 나오니 더러워서!
앙리와 다른 친구들이 헐어 빠진 외투 하나만 걸치고 양말도 없이 신발을 걸치고 덜덜 떨면서 손에 물통을 들고 나왔다. 줄을 지어 물을 나르는데 그놈의 물줄기가 제대로 나와 줘야지! 집주인은 실내용 가운을 걸치고 명령을 하면서 불 가까이에는 오지도 않는다. 그놈의 집까지 타버렸으면 꼴 좋겠는데!... 에띠엔느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불 앞에 서서 황홀해져 움직일 줄을 모른다.
어른들이 야단을 친다. 눈이 어두움에서 번쩍이는 고양이들은 모두 한 구석에 번쩍이는 고양이들은 모두 한 구석에 모여들어 목청을 높여 울어댄다.
자꼬는 가구를 드러낸다. 시커먼 땀줄기가 흐른 그의 얼굴이 불빛에 번쩍거린다. 드니는 이 광경을 창문에서 바라보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다.
『감기 들릴라』
그의 어머니의 목소리다.
『알베르, 알베르, 가까이 가지 말아라!』
피에르는 머리칼이 곤두선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달려왔다. 소란한 사람 소리 불빛 등이 그를 꿈 속에서 끌어냈다.
꿈도 악몽이었는데 현실은 더욱 악몽이다. 삽, 비, 남비 뚜껑 등으로 썩어빠진 마루에 번져가는 불길을 때린다. 놀란 쥐들이 다리 사이를 누비고 달아난다.
팡! 팡! 유리창 터지는 소리. 불에 타다 남은 병풍이 무너진다. 자전거가 새빨갛게 보인다. 샹딸은 깨지도 않았다.
『어린애는 참 편하군요.』
알랭도 루이네 침대에서 벌써 잠들어 있다.
새벽 한 시 십 분에 불이 꺼졌다. 아무도 소방대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방은 모두 무사했다. 다만 쟈꼬의 방만이 시커먼 구녕이 되어 연기가 서려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이 방에 내년 봄에는 풀이 무성해지고 작은 나무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기웃거릴 것이다. 집주인은 쟈꼬와 뽈랫트를 욕하고 있다.
『그놈들 살고 싶은 데 가서 살라지 !셋방살이 연맹이라고? 이번엔 한 번 일을 처리해 보시라지! 방화자놈들… 그리고 수리는 어떻게 하고? 수리비를 다 받아내고야 말 걸! 방화자…』
『닥쳐!』참다 못해 루이가 스페인 말로 소리쳤다. 앙리가 옆에서 친절히 통역을 한다.
『당신 입을 닥치랍니다! 이 사람들이 당신보다 훨씬 더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고…』
이때 아흐메드가 나타났다. 모자를 껴쓰고 주황색 와이샤쓰에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다. 또 어떤 여자와 자고 오는 길이겠지. 그는 묘한 미소를 띠우고 불탄 방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있었던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하는 것인지『내가 없기를 잘 했군』하는 것인지 알쑹달쑹한 미소다. 그는 잿더미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더니 돌아서 열쇠를 꺼내서 말 한마디 없이 자기 방에 들어갔다.
불탄 집의 식구들이 이 밤을 보내기 위한 게획이 세워졌다. 알랭은 루이네 방에서 그대로 잘 것이며 쟈꼬와 뽈랫트와 애기는 피에르의 집에서 자게 되었다.
집주인네 집에는 빈 자리야 많지만 이「방화자」들에게 줄리 만무하다. 벌써 그 집 덧문은 굳건히 닫혀져 있다. 창문이 마치 금고 비슷하게 보인다.
루이는 밤새껏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쥐가 와서 꼬마 알랭을 깨물까 염려가 되어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잠들려고 하면 낮은 소리로 욕을 하며 잠들지 못하게 한다. 쟈꼬네 집에서 나온 쥐들까지 이 동리를 온통 쏘다닐 것만 같다.『어린애 살 냄새가 나니까…』
루이는 이 꼬마 옆에 있으니 스페인에 남겨 놓은 두 아들 생각이 난다. 그 아들들이 이 애비를 배반하고 고발까지 했지…참 더러운 세상이야? 현재 그들이 부자로 산다는 애기는 들었다. 그 중 한 아들은 이 만한 나이의 아이가 있겠다…루이는 그 손자의 모습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만나 볼 기호도 없을 손자, 아마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알고 있겠지. 그는 흐려지는 안경을 벗고 등에 두 손을 돌리고는 어린애 이마 위에 몸을 구부린다. 이 아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자기 할아버지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 이 아이가 울며 팔을 내밀면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고 싶을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사랑 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 얼마나 생명의 샘물 같은 것인가!...그는 스페인 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애기 우리 귀여운 애기, 우리 꼬마…』
어린애는 돌아누웠다. 말을 하려고 한다. 아마『할아버지』라고 부르려는가? 아! 루이…
『버스…버스…』
알랭은 버스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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