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빠리」소르본느대학에서 연학 중인 본사의 前 주간이던 박도식 신부님이 지난 여름 예루살렘 순례단의 학생 지도신부로서 성지에 갔다. 이 글은 그 순례기로서 앞으로 수 회에 걸쳐 필자와 더불어 성지의 자취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이곳「빠리」의 소르본느대학 가톨릭 학생회에서는 매년 연중 행사로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을 순례하는 학생 신심 행사가 있다. 금년 성지 순례 행사에는 나도 영광스럽게 이곳 학생 지도신부의 한 사람으로 후대를 받아 18일 간 성지순례의 은혜를 받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가 1백60명이나 되었고 그 중에 12명의 지도신부단이 끼어 있었는데 사람들은 우리 지도신부단을「그리스도의 십이제자」라고 불렀다.
우리 일행은 떠나기 전날 소르본느대학 가톨릭 학생회관에 모여 앞으로 18일 간 계속될 여행 과정과 이스라엘 나라에 대한 강연회를 갖고 미리 학생회에서 준비한 2백여 페이지나 되는 순례 예절책을 각자 하나씩 가지고 다음날「빠리」「오르리」비행장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그러니까 8월 7일이었다. 우리 일행은 성지순례라는 감격적인 여행으로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오르리」비행장을 떠나 순례 여정에 올랐다.
약 3시간 후에 우리는 그리스「아테네」비행장에 하륙했다. 아름다운「아테네」도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해서 서로들 불과 한 시간의「아테네」체류를 아쉬워하면서 또다시 우리는 성지로 출발했다. 약 한 시간 30분 후에 우리 일행은 이스라엘 나라「텔 아비브」에 착륙했다.
「텔ㆍ아비브」는 40만의 인구를 가진 도시로서 이스라엘 나라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며 최근 30년 내에 건설된 현대 도시로서 교육 경제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다. 이땐 벌써 저녁 10시가 넘었었다. 드디어 우리는『정말 여기가 이스라엘인가? 바로 예수님이 탄생하셨고 설교하신 성지인가? 』하면서 비행장을 벗어나오자 역시 우리를 제일 먼저 기쁘게 맞이해 주는 첫 손님들은 택시 운전사들이었다. 택시운전사들이 떼를 지어『윌깜ㆍ윌깜』하면서 서로 자기의 택시를 타라는 것이다. 역시 성지에도 세속의 아들들이 현명하고 성지의 명목을 걸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무리들이 있구나 하는 첫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다섯 대의 전세버스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버스에 승차했다.
버스는 낯선 어두운 길을 계속 달린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1백20km나 남았다고 한다. 이윽고 나타나는 푯말「예루살렘 65km」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가 정말 성지 예루살렘 도시에서 65km가 떨어져 있는 곳일까? 생각할수록 흥분되었다.
약 두 시간 후에 우리 순례단은「베에르쎄바」에 도착했다.「베에르쎄바」로 말할 것 같으면「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1백24km나 떨어진 약 7만의 인구를 가진 도시로서 남쪽 이스라엘의 중심 도시라 할 수 있고 성서상으로 볼 것 같으면 구약시대 야훼께서 이사악에게 나타나 아브라함에게 하신 계약을 새롭게 한 곳이며 따라서 이사악은 거기에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단을 만들어 주께 제사를 바친 곳이다. (창세기 26장23-35절)
그리고 같은 창세기 46장 1~5절을 볼 것 같으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곳「베에르쎄바」에 도착했을 때 야훼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시어 에집트로 다시 돌아갈 것을 권고하신 구약의 성지이다.
우리 일행은 모처럼 성지에 도착했건만 캄캄한 밤중이라 밖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은 채 미리 예약된 호텔의 영접을 받으면서 성지에서의 첫날 밤을 지냈다.
이튿날 아침이다. 우리는 날이 새기도 무섭게 호텔 옥상에 올라서 성지의 모습을 본다.『남쪽 나라 야자수 그늘 밑에서…』라는 말이 즉시 떠올랐다. 길거리에 마냥 커다란 잎사귀가 땅에 닿을 듯이 늘어선 종려나무들의 행렬은 우리로 하여금 정말 별천지에 온 것처럼 느끼게 했다. 조반을 빨리 해치우고 우리는 또 다시 여기서 남쪽 73km나 떨어진「아브닫드」로 향했다.
이스라엘 남쪽인지라 이곳은 온통 사막이었다. 가도 가도 매마른 사막뿐이다. 인가도 볼 수 없고 촌락도 볼 수 없는 햇빛이 쨍쨍하는 사막의 연속뿐이었다. 성서에는 기록되기를「꿀과 젖이 흐르는 복지」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이처럼 메마른 사막의 연속일까 어찌하여 이런 메마른 곳을 주께서는 당신의 성지로 택했을까? 사랑에 메마르고 진리에 굶주린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수를 주시기 위하여 이런 자연 조건을 택하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리스도께서 비옥한 불란서나 미국 땅에 탄생하시지 않으신 것이 참말 다행이다. 언제나 그리스도는 인류의 생명이요 진리의 샘이요 사랑의 원천이시기 때문에 아예 이 세상에 오실 때도 이렇게 메마른 땅을 택하신 것 같다.
버스는 약 2시간 사막 속을 달리더니 큰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자갈길이었고 먼지를 풍기면서 4ㆍ5백 미터를 가더니 멎는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바로 이 계곡이 그옛날 모이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에서 구해올때 걸어온 곳이란다. 정말 감격적이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차에서 내려 이 계곡을 약 30분 간 걸으면서 그 옛날 성조들이 40년 간 광야에서 헤매면서 꾸며 놓은 역사를 연상했다. 이곳에서 모이세가 물을 달라고 기도했고 성조들이 만나로써 살지 않았느냐 말이다.
바로 그 옛날 역사가 아로새겨진 이 땅을 밟으면서 우리도 구원을 받아 복지로 행진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윽고 우리는 높은 계곡으로 인해 그늘진 곳을 찾아「출애급기」를 낭독하면서「시편」을 읊고 다음에는 모이세에게 봉헌하는 합동미사를 올렸다.
우리가 미사를 바친 바로 그 옆에 맑은 오아시스가 있었다. 정말「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하더니 메마른 사막의 여행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생기를 부어 주는 오아시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오아시스에서 목을 추겼겠지? 학생들은 더위에 시달린 몸을 이 오아시스에 담그면서 그 옛날의 역사를 제각기 자기 나름대로 연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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