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의 성서적 의미
그런데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오시기로 되어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또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하고 묻게 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대답하셨다『여러분이 듣고 본대로 요한에게 가서 알리시오. 맹인이 보게 되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쁜 소식을 듣습니다. 내게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복음화의 개념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인가? 시대와 지역과 종파와 어떤 선입견에도 상관없이 복음은 또 같은 감동일수 있는가?「현대세계의 복음화」를 의제로 채택한 차기 주교시노드는 우선 이 설문에 대하여 누구나 만족할만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현대의 성교회는 과연 복음화의 개념을 누구에게나 명료하게 심어줄 수 있을까? 물론 이것은 쉽지않을 것이다.
예수시대에 있어서 복음화가 가능한 사람은 예수의 기적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가난한 사람도 예수의 행적을 전해 듣고 감동을 받았으니 기적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구체화된 말씀인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최후의 인간인 사도 요한이 세상을 떠났을 때 말씀은 여전히 말씀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고대의 이스라엘 백성이 일차적으로는 예언자들을 믿은 것과 마찬가지로 요한 이후의 복음화란 일차적으로는 예수의 위탁증인인 교회를 믿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수많은 기적을 목격한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지 않았는데 하물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천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교회가 그를 믿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래서 교회는 그가 하느님의 아들임과 자기가 평소에 행한 기적이 마술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을 빈 순수한 기적(超自然事)임을 최종적으로 증명한 부활을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신앙의 문제로 못박아두고 다른 측면에서 신학을 통해 이를 논증해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에 와선 복음화란 감동의 문제가 아니라「지(知)」의 문제가 돼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즉 복음화란 인류일반을 하나의 전형적인 신학자로 만드는 일이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복음화란 보편적인 과제가 될수없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의 경우처럼「선은 지(知)」이고 악의 원인은 무지이며 따라서 가난한 마음의 조건인 무지는 복음화의 적이며 뛰어난 지각의 소유자만이 이상적인 복음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각한 모순이지만「하느님은 만인의 아버지」란 명제에 의해 무난히 해결되고 있다.
이 감동과 지(知)의 모순은 신학이란 단어 속에 공존한다. 즉 형이상학인 자연신학과 본질적으로는 신화인 교의신학이 신학이란 영역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일반개념으로서의 신학은 신화(啓示宗敎)와 철학의 합성이다. 그러나 신화와 철학은 교직될 수 있는가? 철학은 신화성과 절연하고 실험과학이 창세기의 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한 철학인 것이다. 만약 과학이 신화적 인류의 기원을 완전히 증명할 때 철학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철학은 생명의 본질을 연환적인 것으로 가정할 때 진정한 한계를 드러낸다. 만약 이 전제를 무시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철학은 없으며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의 실험과학만 남게 된다. 그러나 계시종교는 철학의 사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시종교는 당초부터 철학과는 성서적 창세기의 탈과학성을 증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당초 성서의 취지는 과학을 설명하는데 있지 않았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과학은 절대과학인가 하는 설문에 대해서 아무도 만족할만한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철학의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하느님 증명을 철학에 의지하겠다면 절대과학이 확립될 때까지 신앙을 보류해야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여 확립된 교의신학이자 성서제석학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성적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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