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경남 고성군 고성읍 기월리. 고성읍에서 1km 안팎에 자리잡고 있는 고성천주교회 신자 공동묘지는 본당 가족묘지로서 질서정연하고 깨끗하여 극히 평화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흔히 도회지 공동묘지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봉분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는 일견해서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색이 있다. 그것은 첫째로 봉분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 같이 시멘트로 나지막하게 네모지게 덮여 있다. 그리고 묘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지 않고 맨 앞자리서부터 순서대로 서 있다. 묘지를 조성할 때 미리 구획 정리를 해서 도로를 내고 묘터를 닦아 둿던 것이다. 또한 크고 작은 것도 없고 한결같이 모양이나 크기가 꼭 같다. 이러한 외형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평화스런 기분을 느끼게 하며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여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 가족을 이루는 본당 신자들은 빈부의 차이나 살았을 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꼭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너희는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가라』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고요히 묵상케 한다.
63년 3월 26일자로 설립 허가를 받은 총 1천5백5평의 이 묘지는 처음에 본당 신자 개개인이 성의껏 비용을 부담하여 마련한 10만 원으로 대지구입비에 5만 원 묘지 조성비에 5만 원씩을 들여 본당 가족묘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묘를 쓰기 위해 묘터를 돈 주고 사지 않는다. 다만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 재료비와 약간의 인건비로 1기당 3천 원씩 받을 뿐이다.
묘지 관리는 본당 청년들의 모임인 대건계에서 맡아 보며 초상이 나면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처음부터 모든 궂은 일을 보살펴 주고 만일 약간의 사례가 있으면 계의 기금으로 적립하여 훗날에 대비하고 있다.
이 묘지를 처음 만들 때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오랜 유교적 관습에 젖은 노인들이 특히 봉분을 없앤다는 것과 죽는 순서대로 묻힌다는 데 반대를 했다. 남녀가 서로 섞일 수 없고 노소의 서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당 김 신부는 봉을 만들면 필요 없이 장소를 많이 차지하고 또 후손이 끊기든가 성의가 없으면 초라해지고 일률적인 관리가 어렵게 된다고 했다.『더욱이 본당 신자는 모두가 한 가족인데 하느님 앞에서 무슨 순서를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고 신자들을 설득했다. 그래서 7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아무도 불평하는 이 없고 외교인까지도 부러워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방법으로 하면 최소한 묘 1기당 반평 가량의 땅이 소요되어 도로 등 공용지를 제한 1천 평 정도의 묘터에 모두 2천 기를 안치시킬 수 있어 서울 부산 대구 등지의 공동묘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모범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해마다 위령의 달, 혹은 명절이면 모든 신자들이 함께 성묘하고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어 이제는 소풍객들까지 제법 모여들고 있다.
무덤 머리맡에는 시멘트로 된 십자가가 서 있고 조그마한 아크릴로 된 묘비명이 붙어 있어 무덤을 찾는 후손들에게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평화와 안식을 찾는 이들에게 좀더 즐거움을 주고자 앞으로 무덤에 화강석이나 또는 인조대리석 같은 것도 덮어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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