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지. 여보시오. 그만두시오!』
『당신은 또 누구요? 너희들은 계속해!』
『난 이 집 주인의 아들이오. 이 사람들을 그대로 놓아 두도록 명령하겠소. 합의가 되었소…』
『그것과 이 사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온 동네가 다 찬성하고 있습니다. 우린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할 작정입니다. 벌써 전에 이쪽에서 청을 한 일이 있는데 주인이 거절했지요. 그렇다고 이 친구들을 밖에 재울 순 없지 않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버려 두지』앙리가 중얼거렸다.
파출소장은 그곳에 집합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소장은 순경들에게 신호를 하더니 함께 떠나가 버렸다. 루이가 승리의 기쁨을 외치는 것을 앙리가 저지한다.
『아직 몰라. 내일 저녁까지는 보초를 서야 해.』사람들은 보초를 설 순번을 정했다. 피에르와 그 친구들은 깊은 밤 시간에 지키기로 했다. 한편 마드레느와 몇몇 사람이 구청에 가서 합법화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동안 온 동네가 힘을 합하여 어려운 지경에 처한 성(聖)가족을 지키기로 하였다.「싸니」마을이 온통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빠리」의 다른 교외에도 소문이 터져 서로 이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친구들 잘 했군!…글쎄. 아마 쫓겨나고 말 걸… 그런데 그 사건에 신부가 하나 끼어 있다더군…살아갈 수 있을까? 만일 재판이 있게 되면 우리 가서 그 친구들에게 유리하게 증언해 주자!』
멀리서 일부러 보초 선 것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초라야 몇몇 여자들이 앉아 뜨개질을 하고 남자들은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날씨는 맑았다. 하늘에는 새 각시의 면사포 같은 하얀 구름이 깔려 있었다. 지키는 사람들은 호기심보다는 친근한 마음에서 가끔 헛간 속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기도 한다. 뽈랫트는 빨래를 하고 재꼬는 자전거에 기름을 치고 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마치 복권이 맞은 사람의 표정 같은 행복하고도 불안한 미소가 깃들여 있다.
그들은 속으로 오늘 낮과 밤이 한시 바삐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나면 일종의 권리가 생겨 여기서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꼬마 알랭만은 벌써 마음 편히 자리잡고 있다.
벌써 누더기로 만든 인형의 집이 될 만한 구석을 찾아 내었다. 그리고「갸멩」이라고 부르는 나무 토막 말을 위한 마굿간도 만들었다. 어린 애들은 어디서나 마음 편히 자기 집일 수 있다.
오늘 따라 무척 시간이 더디다. 하늘까지도 지루해하는 듯하다. 구름이 짙은 회색으로 변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모두 피에르네 집으로 피신을 했다. 피에르는 문을 항상 열어 놓고 긴급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일단 유사시에는 친구들에게 신호를 하면 온 동네가 몰려와서 경찰의 행동을 저지하게 되어 있다.
저녁이 왔다. 래디오가 켜지고 영화관의 매표소가 열렸다. 토요일 저녁, 타잔과 부르빌(희극 배우)이 활약하는 시간이다. 아코오디언과 선술집이 활기를 띠는 순간이다. 뿔랫트와 쟈꼬, 그리고 지키는 사람들은 외로워졌다.「싸니」전체가 등을 돌리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쪽으로 빨려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외로운 보초인 성당의 종소리가 소음 속을 끈질기게 시간을 알려 주고 있다.
새벽 두 시. 피에르와 그의 친구들의 차례다. 동이 틀 때까지 지켜야 한다. 바람이 일고 가끔 눈물 방울 같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들은 누더기로 잔뜩 무장을 하고 헛간문 앞에 놓인 걸상에 서로 몸을 붙이고 앉았다. 말 한마디 없는 쟝, 약간 술기가 있는 마르셀, 패배한 권투 선수 같은 표정을 한 미쉘, 그리고 무릎 위에 고양이를 앉힌 루이가 있다. 남들이 지켜주는 데 자기가 잘 수 있겠느냐고 생각한 쟈꼬도 의자를 가지고 나와 한 패에 끼어들었다. 그들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할 얘기가 없어지면 다시 애써 찾아 내었다. 모두 잠이 올까 염려되어 열심히 얘기를 계속하려고 안간힘을 썼다.『여보게 루이 자나?』『미친 소리 말아?』피에르는 한 사람 한 사람 잠에 못 이겨 눈을 스르르 감는 것을 보았다.
『조금 있다 깨우면 되겠지 내가 깨어 있는 이상…』
그리고는 빗방울을 쳐다보던 그의 눈도 어느덧 스르르 감겨 버렸다.
피에르는 깜짝 놀라 후닥닥 일어났다. 두 대의 경찰차가 헛간 정면에서서 헤드라이트를 비치고 있다. 열 명, 스무 명의 망또를 입은 순경이 벌써 문을 부수고 가구를 들어내고 있다.
『여보게. 빨리들 일어나 순경이 왔어』
피에르는 소리쳤다.
『뭐… 뭐야?』
『움직이지 마. 거기 있는 사람들! 조용히 집에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오늘 아침의 파출소장이다. 면도도 못한 얼굴이 수면 부족으로 형편 없이 되었다.
피에르와 친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수치에 떨며 한바탕 싸울 기세를 보인다. 피에르는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잠깐만! 자네는 알랭을 집에 데려가 주게…』
『난 뽈렛트와 쟈꼬를 재울 수 있어.』
『상딸도 함께?』
『물론이지』
『그럼 그렇게 하지. 자네는 기다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일 만나세…너무 상심 말고!』
피에르는 그들이 어두움 속에 사라져 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한 시간도 나와 함께 깨어 있지 못하는구나…』예수님의 말씀….
이때 문소리가 요란하더니 누군가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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