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이 사랑과 봉사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또 본란에서 이미 여러 번 되풀이되었다. 어머니는 자녀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제 사명을 잊고 있는가를 말해 주는 셈이다.
■사랑의 교회
지난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주목적의 하나인 교회 쇄신은 오늘의 교회를 사랑의 어머니로 바로잡고 그 사랑이 모든 현대인에게 구체적으로 봉사케 하자는 데 있었다. 성직자나 평신자나 예수께서『나는 섬김을 받으려 오지 아니하고 섬기러 왔다』고 하신 말씀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인간을 사랑하고 그렇게 인간에게 봉사한 하느님의 아들을 붙들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일 때의 그 고통의 마지막 순간에도 바른편에 매달려 통회하는 도적을 구원하셨고 당신을 붙들어 두 도적과 함께 매달아 죽이는 인간을 용서해 달라고 당신 성부께 청하셨다. 그래도 모자라 부활하신 후 당신의 사랑과 봉사를 길이 계승케 하기 위해 지상교회를 세우셨던 것이다.
■사명 잊은 반역자
그런 사실을 다 아는 하느님의 백성들(교회)이 왜 어제까지 그 사명을 잘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좀 지나친 말이 될지 모르겠으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와 같이 인간을 사랑하고 봉사해야 할 교회 안에 자기 기분(관능)에 맡겨 자기 만족을 위해 사랑하고 봉사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깨달은 가라지가 많이 섞여 있었다고 할까? 삘라또의 군사와 같이 칼을 뽑아 교회를 다스리는 성직자가 있었는가 하면 강도의 칼에 맞아 길가에 넘어진 형제를 보고도 지나치는 신자들이 많았다고 할까? 어느 것이나 교회의 본질을 부정하는 반역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군림에서 공복으로
현세 사회에서도 근대 국가는 민주주의를 지향하여 왔다. 백성 위에 군림하던 위정자들이 지금은 공복(公僕)으로 자처하고 있다. 근대 국가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봉사는 정치 구조의 산물이 아니기에 위정자의 봉사는 먼저 국민에 대한 사랑이 앞서야 한다. 그러므로 현세 사회의 위정자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현세 사회가 말하는 봉사는 물론 현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익이 초자연적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한 인류의 참된 이익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현세적인 봉사를 초자연적인 봉사로 이끌어 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
■법조인의 직능
법조인이라는 뜻을 넓게 말하면 법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판사ㆍ검사ㆍ변호사와 같은 실무자는 물론 그 외에도 법을 제정하고 또 법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진 직능은 그 직분에 따라 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적용하고 연구하는 것이나 적어도 민주 국가의 법조인은 그 직능을 통하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현세 사회의 복리를 위해 봉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자인 법조인은 그 직능을 통한 사도직으로서의 또하나의 봉사를더해야 하는것이다. 정의로운 사회질서(自然法)는곧 초자연질서로 통하는 하느님이정한 길이다.
그 질서의 중요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인들의 사명은 곧 하느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사도직을 맡고 있는 셈이다. 만약 그들이 사도적인 봉사의 소명을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입법자는 악법을 만들어 그 사회를 악으로 이끌게 하고 법관은 죄인을 놓고 죄 없는 자를 잡아 가두게 한다. 변호사는 죄악을 변호하여 돈을 벌고 법률가는 정의로운 법을 빠져 나가는 재주를 가르치게 된다. 뇌물을 받으면 불의가 정의로 바뀌고 돈을 많이 받으면 죄인에게 상을 주게 된다. 그런 사회에서 선과 정의를 지켜 산다는 것은 순교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가라지밭에 복음의 밀이삭이 자라기는 매우 어렵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
어떤 사회의 무질서나 사회악은 모든 위정자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 속에서 선인의 구제는 법조인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모자보건법(母子保健法)이란 악법이 입법 과정에 있다. 어머니가 제 쾌락이나 이익을 위해 뱃속의 자녀를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의학적인 이유, 우생학적인 이유 윤리적인 이유, 사회ㆍ경제적인 이유 중 어느 하나가 있으면 인공유산을 시켜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을 본 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유를 또 가장 쉽게 인정하고 있다. 물론 그런 법률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그렇게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법률이 인정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구실 삼아 이 사회의 성 질서와 가정의 평화가 크게 파괴될 것은 뻔한 일이기에 교회는 그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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