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다운 눈물이 없다면 거기에도 현대의 비극은 있습니다. 함부로 눈물을 쏟는 낯익은 습관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만 그 격조 자못 저하일로에 있는 형편이어서 흔해빠진 신파로부터 고귀한 눈물이 진주탑을 마련하는 작업 또한 우리 문학이 당면한 하나의 과제가 아닌지 모릅니다.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나 흘릴 수 있는 절실한 눈물이라면 크고 작은 인생문제의 제기에 보탬이 되어 주리라 믿어집니다.
다만 눈물의 양이 아닌 질이 문제인 것이며 그 질적인 승화가 작품 세계를 참되게도 새롭게도 한다고 나는 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눈물을 잊어서 안 되는 우리로서는 사도 바오로의 애타는 눈물을 가슴에 새깁니다. 인생을 새 출발하는「참회」와 비장한「결의」에 찬 그들의 빛나는 눈물이 우리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한 인류의 장래는 밝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문학 예술은 그러한 눈물이 응고된기념비일 때 한 극치를 이루게 되며 목마른 이들에게 생명수가 되어 줄 터입니다.
중견 시인 박희진 씨는 제3시집「미소하는 침묵」을 수확했습니다.
이 시집에서 20편 가까이가 구도의 시편들입니다. 선에의 추구도 있습니다만「방 안드레아 신부」는 가톨릭 인간상의 절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누린다 항금의 시간을
이승에 살면서도 그분은 바람처럼
에덴을 넘나들며 나날이 침묵의 열매를 거둔다.
오늘을 지키는 성자의 모습입니다. 실재하는 인간의 초상을 이처럼 부각하기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에의 끝없는 찬미와 구도에 대한 집념이 혈육화된 빛을 뿜는 희열의 향취-그것은 필시 눈물로 빚은 언어의 황홀경입니다.
늘 새롭게 샘솟는 부드러움
그분의 있음이여 목마른 영혼에겐
물처럼 흘러들고 캄캄한 영혼에겐
촛불처럼 켜지어서 어둠을 비치네
「참 인간」앞엔 언제나 정신의 승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혼을 비추는 광채 방 안드레아 신부의 영광은 하늘의 것이요 땅의 것인 줄 압니다.
박희진 씨는 이 작품에서 성자의 자태만을 박진하게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버림 받은 세대의 절박한 문제로서 곧 불신시대에서 암흑에 신음하는 카인의 후예들에게 믿음과의 만남을 계시합니다. 씨의 작업은 구원한 시대정신의 값진 추구임이 스스로 명백합니다. 마침내는 흘러도 흘러도 잇따른 눈물 이미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사랑의 구슬이자 흔적도 없을 이슬 풀꽃 향기이자 무심한 바람… (시집『미소하는 침묵』중「하늘의 물로」에서)으로까지 시의 체취를 눈물의 결정체로 선명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김남조 씨의「범부의 노래」(월간문학 II)를 보면 바다는 큰 눈물 웅얼웅얼 울며 달을 따라가지. 그 눈물 다 가면 광막한 벌이라네.
바다는 그저 눈물 눈물이 더불어 누워 돌아오지 그리곤 또 가네 몇 번이라도 달 때문이네.
생에의 번민과 고뇌를 치열한 눈물의 미학으로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중편소설 류현종 작「섬진강」(현대문학 10ㆍ11)에 모진 생활고의 눈물이 넘칩니다. 한국의 강들은 역사와 더불어 호흡하는 민중의 피맺힌 눈물의 사육제일 마련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사회적 생존 여건인즉 슬픔의 강줄기를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사회의 수난이 이처럼 암담한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정직한 삶의 보상이 농민들에겐 거의 없는 눈물겨운 실태를 방관하지 말고 거듭 증언해야 합니다. 물론 작품「섬진강」의 눈물은 연민의 정에 불과하고「거돌」이가<성난 강물 같은 눈물을 참으며> 숨을 몰아쉬는 결말의 처리에 무리가 없지도 않으나 농촌소설의 보편적 표준형을 모색한 흔적은 엿보입니다.
그런데도 비극의 형상화가 전 근대의 농촌 구조 파악에 미급한 일면은 육안의 눈물보다 심안의 눈물을 자아낼 작가의 과단성이 요청됩니다. 고뇌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민중상을 위해서 말입니다. 알프렛ㆍ비니 못지 않게 우리는 인간 고뇌의 위대성을 사랑하고자 합니다. 그렇습니다. 고뇌하는 인간 영혼을 우리는 아끼고 예찬합니다. 그것이「눈물」로 선택되어 언어나 정신의 기념비일 수 있다는 점을 나는 지켜본 것입니다. 따라서 문학의 세계에 깊은 뜻을 심는 당신이라면 광휘로운 마음의 눈물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인간 운명의 타개에 철저해야 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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