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관계는 걱정마시오. 당신이 깜짝 놀라게 할 테니까』
주인은 포도주를 한 잔 따라서 쭉 마시더니 어조를 바꾸었다.
『빨리 가서 그 사람들한테 이 소식을 전해 줘요.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당신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한 번 이해만 하면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지요. 얘야 가자 고맙다고 인사하고…』
『어린 애들은 고맙다고 할 필요가 없소. 오히려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고맙다고 해야지』발따르 씨는 목메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밖에 나오자 피에르는 알랭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일을 잘 했다.』
『일 잘 했다』꼬마는 뜻도 모르고 되풀이한다.
이제 마음이 급한 피에르는 어린 애와 발을 맞추어 갈 여유가 없었다. 알랭을 덥석 안고 성큼성큼 걸어 앙리 방에 이르렀다. 앙리는 머리를 빗고 있는 중이다.
『여보게. 그 헛간 주인놈 공장에서 동맹파업을 일으키게 할까?』
『자넨 꼭 파출소장 같군. 왜 그렇게 일을 혼동하나?』
『어차피 그 놈은 도둑질한 놈이거든』
『공장 주인으로? 이봐. 그건 이 일과 아무 관계 없어… 그렇다고 뽈렛트와 쟈꼬와 애들에게 방이 생기나. 알랭, 앙리한테 뽀뽀해라.』
앙리는 어린 애에게 네 번 뽀뽀를 했다.
『살 집을 마련할 묘안이 있나?』
『묘안이 아니라 방이 있어.』
『뭐라구…』
집 주인과의 오늘 아침 회담 경과를 듣는 앙리는 어리둥절하고 한 대 얻어 맞은사람 모양 불안해 보였다.
『그것 보게.「쓸데없는 소리」』도 가끔은 효과가 있는 법이야!』
『그렇군…』앙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후에 갑자기 앙리가 입을 열었다.
『피에르 CㆍMㆍT의 동맹 파업자 모임에 안 나오겠나?』
『안 나가겠어. 난 그들의 요구에 찬성할 수 없어. 그네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아니면 늙은이와 가장 가엾은 노동자 오십 명을 내쫓으려고 하고 있지 않나. 그건 어리석은 파업이야. 그네들은「싸니」중에서도 임금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축인데…』
『그네들이 파업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 것 아닌가?』
『그리고 나서 어쩌자는 거지? 공동 요구가 관철되는가를 기다려 봅시다. 만일 공장 주인들이 임금을 재고려하지 않겠다면 파업이 정당화되니까 그땐 파업을 해야겠지』
『자넨 주교 명령으로 교회 문 앞에서 모금을 하면서 파업을 하고 싶단 말이지! 집어치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공장 주인들이 마음을 돌려서 파업을 전연 하지 않아도 좋게 되는 걸세. 그런데 자넨 그렇게 되면 재미없다는 거지』
『난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를 믿지 않는 것뿐이야』
『자넨 집주인도 믿지 않았었지 않나』
앙리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피에르는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여보게 지금은 우선 뽈랫트와 쟈꼬의 문제가 급해. 수리가 되지 않으면 집에 들 수 없거든. 그래서 내 생각엔…』
피에르와 앙리가 단체 소유지(團體所有地)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 공동주택을 짓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두 사람을 보자 곧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차렸다.「싸니」에서는 헛간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누구나 모욕감과 의분을 느끼고 있었던 차다. 그러니 목수, 전공, 미쟁이, 칠고들이 불탄 방을 수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당장?? 오늘당장!? 하루 종일?? 하루 종려!? 제기랄 공동주택을 빨리 끝마칠라고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더구나 일요일인데도? 아직 가로등도 꺼지기 전에 일어나서 손을 부비며 오늘은 여기까지 해 내야지. 했는데 이 신부와 그의 친구 공산당 놈이 요러니 다 글렀구나. 그래 어린 애가 둘이나 있다지 물론…그리고 집주인에게 여보라는 듯이 해내야 한다고…그렇지 그래! 그러나 공동주택도 중요하단 말이야! 뭔? 덜 급하다고? 아! 그렇게 따지다가는 끝이 없겠어…좋소. 좋아 가겠소! 당신네들 꽤 구찮게 구는군. 불을 내지 않았으면 됐을 것 아니야!…』
피에르와 앙리는 묵묵히 서서 그 사람들이 서로 떠들어대게 내버려 두었다. 그래도 그들이 틀림없이 막다른 골목 동네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네들은 점심 때가 돼도 일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오늘 저녁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무척 스스로에게 흡족해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덟 명이 아직 잠이 덜 깬 거리에 몰려 왔다. 망치, 톱, 물통, 손수레마 등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며?.
『이왕 여기 왔으니 벽이 마르는 동안에 마르쉘네 집 칠을 좀 해 주시오. 루이네 마루도 고쳐 주시지. 앙리네 유리창도 좀 손질해 주고…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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