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복음 20장이나 마르꼬복음 10장 혹은 루까복음 19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그의 제자들과 같이「예리꼬」에서「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사적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 순례단은「유혹의 산」방문을 마친 다음 그 옛날 예수님의 발자취를 더듬으면서「예루살렘」을 향하여 약 8km를 걷기로 했다.
우리는 2천 년 전 바로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그 거룩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길은 아직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바로 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하기야 그 길을 금으로 옥으로 수를 놓아도 마땅치 않거늘 그 길은 돌길 그대로였다.
우리들은 그 길을 걸으면서 한결같이 쨍쨍 쪼이는 햇빛 때문에 저마다 더위를 얘기했건만 실상 성서에는 예수께서 더워하셨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예수께서는 더위나 추위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머리 속에는 인류 구원의 방대한 문제가 언제나 크게 작용했을 뿐 사소한 더위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었건만 우리들에게는 하찮은 더위니 추위니 하는 것이 먼저 큰 문제로 대두되나 보다.
그 길은 메마른 사막의 길이었고 주위에 있는 사막의 산들은 그 옛날 그리스도 당시나 다름없이 말 없이 서 있었다. 예수께서 이 길을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사도들과 어떤 대화를 하셨을까? 하면서 우리는 묵묵히「예리꼬」에서「예루살렘」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이윽고 산 모퉁이를 돌아가니 돌아가는 큰 길과 작은 지름길 두 개가 나타났다. 우리 학생들은 다투기 시작했다. 어느 길이 과연 예수께서 가신 길인가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 학생들에게 동양의 격언『군자대로행』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체면도 있지 그래 어찌 지름길이라고 해서 이런 작은 길로 가셨을까! 결코 그리스도는 큰 길로 가셨을 것이라고 우기면서 그들로 하여금 쟁론을 하지 않고 큰 길로 가게 했다.
약 1시간30분 간을 도보로 걸은 다음 다시 우리는 버스를 타고「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예수 문제들과 함께「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사「오리」와 산 근처에 있는「베파제」에 이르신 후』(마테오복음 21장 1절 참조)라고 하신「베타니아」(일명 베타제)라고 하는 곳에 우리 일행은 도착했다.
『그때에 한 병자 라자로가「베타니아」에 있으니 이는 마리아와 그 형 마르따다의 본촌이요』(요한 11장 1절) 한 것처럼 이곳은 예수께서 라자로를 부활시키신 곳이다. 이곳에 모인 우리들은「예루살렘」입성을 준비했다.
먼저 우리는『간음하다 들킨 여인 하나를 학자와 바리세이들이 데려가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이르되 스승이여 이 여인이 금방 간음하다가 들키고…이런 계집을 돌로 쳐 죽이라 하였으니…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쳐라… 나도 너를 죄로 판단치 아닐 것이니 가서 이 후로는 다시 범죄치 말라』(요한 8장 참조) 하는 성서 귀절을 낭독하고 우리는 다같이 고백성사를 준비했다.
그리스도께서 간음한 죄인을 용서해 주신「예루살렘」근처에서 우리도 오늘 죄의 용서를 빌어야겠다는 요지의 지도신부의 열렬한 강론을 듣고 우리 지도신부단은 학생들의 고백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신품 받은 이후 여기서 만큼 열심히 고백의 성사를 준 적은 없는 것 같다. 고백을 듣는 그 순간 곧 그리스도께서 옆에 계시는 것처럼 느끼면서 참말 사제 된 보람을 느꼈고 모든 학생들도 한결같이 깊은 참회를 하면서 정성껏 고백의성사를 받았다.
이곳「베타니아」는 예수님께서 틈틈이 기도하신 산「오리와」등산과 연결된 곳인데 여기서 2km 걸으면 곧「예루살렘」도시가 나타나고「체드론」골짜기가 나타난다. 우리 순례단은 침묵 속에서「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산등성이를 몇 개 돌면서 올라가니「예루살렘」도시가 나타났다. 옛날「예루살렘」성전이었던 곳에「돌지붕」이란 이름을 가진 큰 성전이 서 있었고 주위에는 가지각색의 옛 역사를 자랑하는 옛날 집들이 총총히 있었고「예루살렘」을 내려다보는 우리 앞에는 옛날 구약 성자들의 무덤이 총총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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