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한 해 동안 교회는 쇄신과 발전을 향해 숨가쁜 걸음을 재촉해 왔다. 이 가운데서도 평신자들이 주축이 된 군종후원회 성소(신학교)후원회 교도소후원회 등의 활동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에 본란에서는 70년도를 보내며 한 해 동안 이들 후원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서울】금년 6월 말 현재 국방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군인 중 가톨릭 신자 수는 전국의 약 3.9%에 해당하는 2만5천2백여 명으로 나와 있다.
이들 2만5천여 명의 군인 신자들은 전후방 각 부대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이들을 맡아 사목하는 군종신부 수는 11월 말 현재 총 40명이다.
군별 군종신부 수는 육군 29명 해군ㆍ해병이 5명 공군 6명으로 해군과 해병대는 부대가 대부분 도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적으로 군종신부 손에 매달리지 않고도 성의 여하에 따라 주일미사 참예 정도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해도 전방지역에 넓게 퍼져 있고 군종신부 손이 아니면 성사조차 볼 수 없는 육군의 경우 군종신부 모습은 어느 전방 사병의 말을 빌면「별」(장군) 보기 만큼이나 힘든다는 정도로 귀한 존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대(聯隊)급까지 나가 있는 목사의 활동은 대대(大隊)까지 충분히 덮고도 남음이 있지만 1개 사단(師團)에 한 명 꼴도 안 되는 군종신부의 힘으론 수십 리에 걸쳐 있는 관할 부대를 한 번 순회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형편이다.
여기서 군종신부들을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와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나마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한다는 군종단 자체의 호소가 68년 주교회의를 움직여 전국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을 통한 활동을 해도 좋다는 승락을 얻게 되었고 금년 1월 13일 서강대학에서 전국 주교와 군 고위 장교, 각계 인사 다수가 모인 가운데 군종후원회가 탄생되었다. 발족 이후 군종신부 한 명이 이 일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지난 10개월 동안 가입시킨 회원은 특별회원 56명 정회원 1백63명 준회원 29명 도합 2백48명이다.
후원회에 가입한 회원은 월 1천 원(특별회원)에서 4백 원(정회원)의 회비를 통해 군종신부를 돕는 대신 40명의 군종신부들이 후원회 회원을 위해 봉헌하는 미사의 은전(恩典)을 받게 된다.
현재 후원회는 회원들로부터 들어오는 월 10여만 원으로 월 1회 장병을 상대로「빡스」지를 발간하는 외 두드러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발족한 지 얼마 안 되는 관계로 자체 기금 마련도 약한데다 회원 증가가 일단 벽에 부딛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회원은 성직자ㆍ신자 장성ㆍ저명인사가 대상이었으므로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일단 이 계층(階層)이 망라되고 나서는 후원회의 저변(底邊)을 형성할 일반 신자의 호응이 그리 뜨겁지 않는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이 회의 실무 담당인 군종 박춘식(야고보) 신부는 신자들의 그럴 듯한 모임만 있으면 나가 일장 호소를 하곤 입회 원서를 몇 장씩 받아오고 있다.
어느 군종신부는 너무 본당(本堂) 위주의 사목에만 굳어 버린 신자들의 눈을 저 155마일 눈보라 치는 전선에서 밤도 잊은 채 수고하는 아들들과그들의 영혼 사정을 맡고 있는 군종신부에게 조금이나마 돌리게 하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안타까워한다.
군종신부들은 소속 교구로부터 매월 몇만 원의 생활비와 군종단 보조 외는 수입의 몇 배에 달하는 지출을 강요 받고 있다.
작년 군인주일에 군종신부를 위해 전국에서 모금된 돈은 고작 1백60만 원이었고 그것도 몇 개월 동안 푼푼이 보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든 군종신부의 활동은 일반사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고 보면「군종후원회」의 할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지게 마련이고 모처럼 발족한 후원회의 성패는 일반 신자들의 관심 여하에 달려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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