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성도「예루살렘」이다. 구약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고 인류 구원의 역사를 가진「예루살렘」!『예루살렘의 성을 짓고 견고케 하소서』하면서 읊조린다. 우리 순례단은 제각기 아우성을 치면서 잠깐「예루살렘」의 도시를 내려다보고는 곧「체드론」골짜기로 약 3백여m를 내려가니 그곳에 작은 경당이 하나 있었다. 이 경당 자리가 곧 예수께서「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면서 울으신 장소란다.「예루살렘」이 회개하지 아니함을 통곡하신 유서 깊은 이곳에서 우리는 공동미사를 거행하고「예루살렘」을 향하여 기도를 바치면서 미리 준비된 팔마 가지를 각자가 손에 들고 두 줄로 줄을 지어「예루살렘」입성을 기도했다.
우리 순례단은「시편」을 읊으면서 그 옛날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예루살렘」입성을 했듯이 개선장군처럼 으쓱하면서 무덤성당에 이르렀다.
무덤성당에 이른 우리 순례단은 그 감격이 극도에 다달았다.
물론 이 성당 안에는 다른 순례단들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랑곳 없이 부활의 승리에 도취되어 그동안 순례 여정의 절정으로서의 감격을 그대로 느끼면서 온통 이 성당 안에서 독판을 쳤다.
우리 순례단은 한 주일「예루살렘」체재 동안 성주간 행사를 하기로 미리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시온수녀원에 호텔을 정하고 다음날 저녁 8시에 성 목요일 미사를 집전하기로 했다.
성지「예루살렘」에서 저녁 8시에「최후만찬」합동미사를 집전하고 주례 사제의「세족례」까지를 하고서는 우리 순례단은 큰 횃불을 앞세우고「제세마니아」동산으로 묵묵히 행렬하여 갔다. 우리를 영접하는 프란치스꼬회 수사들은「제세마니아」성당 자리를 마련해 놓고 우리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옛날 그리스도께서 최후만찬을 마치시고「제세마니아」동산에서 한 시간 기도한 그 사적을 묵상하면서 우리들은「제세마니아」동산 성당에서 기도를 바쳤다.
「제세마니아」성당 제단 위에 벽화가 하나 있는데 그 내용은 예수께서 열심히 기도를 하고 계시고 그 옆에 제자들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기에 크리스도께서는『너희는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느냐』고 꾸짖지 않았던가.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의 거대한 사업을 앞에 놓고「제세마니아」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기도하신 바로 그곳에 내가 앉아서 기도 드린다고 생각하니 실로 그 감격을 무어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었던 기도의 향을 이곳「제세마니아」동산에서 주님께 한 시간 동안 뜨겁게 호소한 후 다시 우리는「가이파의 집」주위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한 곳으로 조용히 방향을 돌렸다.
우리가 있었던 수녀원에서 이곳「제세마니아」동산에 오기 위해서는 우선「체드론」골짜기를 건너「예루살렘」성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약 1km를 걸어야 했고「가이파의 집」으로 가는 데도「제세마니아」동산에서「예루살렘」성을 타고 약 1km 이상을 걸어야 했다.
역시 우리 앞에는 큰 두 횃불을 앞세우고 마치 그 옛날 유대인들이 손에 횃불을 들고 그리스도를 잡으러 온 것처럼 우리는 조용조용히 그리스도께서 재판을 받으시던 그곳으로 향했다.
그 옛날 대제관들이 오르내리던 50여개나 되어 보이는 층층대 주위에 모여 마지막으로 지도신부의 강론을 듣고 성 목요일 행사를 마쳤다.
「성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날이다. 이날오후3시에 우리는 순례객들을위해서 준비된 커다란 십자가를들고 예수님이 처음으로 십자가를 지신 곳 즉 성로선공의『제2처 예수 십자가를 지심이라』하는 곳에 가서「골고타」까지 예수님이 직접 십자가를 지고 가신 그길을 따라 가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기로 했다.
마침 총지도 신부님이 나를 보고서 십자가를 지겠느냐고 묻는 통에 너무나 기뻐서 승락을 하고 내가 곧 예수님의 역을 맡아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맨 앞장을 섰다. 예수님이 지고 가신 그 십자가를 그대로 모방해서 만들어진 십자가인지라 너무나 무거웠다.『예수 제1차 넘어지심이라』한 곳에 와서는 마침 장궤를 하면서 십자가를 땅에 놓을 수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예수님처럼 제1차 넘어질 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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