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작품 앞에서 비평은 오직 상독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작품은 많아도 땀과 피가 모자라는 우리의 문학 현실은 더 많게는 사랑의 매질에 인색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오늘날 비평정신의 빈곤은 급기야 비평문학의 부재를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문학사의 방향 제시와 바람직한 창조활동에 보탬이 되는 가치관의 제시는 아득한 일로만 여겨지고 저질의 PR 비평에 매달리게 된 비애 어린 자책감을 되씹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1970년도의 한국 문학은 답보상태에 있다. 활발한 발걸음이 없다. 걷는 자에게 미래가 있다. 제자리 걸음에는 오직 안일의 덫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가장 미급한 것은 사랑의 행진이다. 인간이 오늘처럼 사랑의 사막에서 몸부림쳐 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욱이나 시인과 작가에게 땀과 피에 절은 본격적인 작업이 부진하다 할 때 어떠한 사랑의 열매도 기약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오아시스는더욱 멀다. 생각을 가다듬을 일이다. 좋은 감정. 값진 언어를 허투루 뿌리지 말자.

사랑이 목마른 이 계절에 가톨릭청년 송년호는 권두시와 축시로 우리를 적잖이 달래 주고 있다.

얼마나 사랑하시기에 하느님 당신이 몸소 사람이 되시어 사람을 위하여 피를 흘리고 죽으시나이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나이까.

태조 이전에 스스로 계신 자 영원 무궁토록 가실 줄이 없으신 자 여기 아기로 나시어 모든 섭리의 열쇠가 되시도다. 알파요 오메가이신 자여.

오묘하도다. 신비하도다. 영광이 차도다. 평화가 넘치도다. 메시아 인류의 구세주 우리와 꼭같은 귀여운 아기여.

(이효상「얼마나 사랑하시기에」에서)

스승이 주신 유산

가난과 십자가라

사도의 가는 길이

예나 이제 다르리까

젊음을 불태우시는

신비에 찬 사명감.

속화의 물결이

몰고온 비인간화 바람

주님의 포도밭엔

자갈만 남습니다

오늘도

골고타에는

임의 피가 고이는데. (하한주「사도의 길」에서)

한솔의「얼마나 사랑하시기에」에는 주님의 사랑이 가득 담겨져 있다. 십자가의 사랑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에게 평화와 영광과 신비가 깃든다. 거듭해서 읽을수록 진리의 샘이 솟구친다.

시「사도의 길」에도 성화의 길이 소중한 계시처럼 열려 있다. 어느 시대에나 사도의 가는 길은 골고타의 길이다. 피어린 희생의 길인 줄 안다. 비인간적인 요소와 싸우는 참의 길은 늘 끊임없이 고독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얼마나 사랑하시기에」와「사도의 길」에는 새로운 그 무엇이 아쉽기만 하다. 시적 발상이나 표현에 있어서 머물고 있어 신앙에는 큰 보탬이 되나 예술적인 성과로서의 광채는 덜하다. 이러한 보편적인 결함의 극복은 가톨릭 문학의 새로운 전관를 위하여 유의 깊게 우리가 함께 검토할 성질의 것인지 모른다.

믿음이 곧 예술 자체인 것은 아니다. 믿음이 깊을수록 높은 예술적 형상화에의 배려를 필요로 한다. 예술적인 땀이 배이지 않은 작품은 문학으로선 부적합할 때가 있다. 땀 없이 열매가 어려운 것처럼 피 없이 사랑은 없다. 땀은 노동 피는 희생의 상징인 줄 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땀과 피를 아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완벽한 작품을 염원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