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의사이시다. 공생활 3년 간 병든 영혼을 구하시는 데 주력했을 뿐 아니라 병고에 신음하는 많은 환자를 기적으로써 쾌유시켰던 것이다.
■의료봉사 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30여회의 기적 가운데 반수가 환자를 완쾌시킨 것으로 많은 불우한 환자에게 사랑의 의료봉사를 하셨다.
하느님의 모상을 옮겨서 창조하신 가장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는 것이 의사의 직무이며 이것은 사제가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는 것이 임무인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의사는「로만칼라」가 없는 성직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 2천 년 전에 행하신 의료봉사를 의사는 현대 의학이란 과학적 방법으로써 봉사하고 있다.
영어로 의료행위를 MEDICAL SERVICE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진료행위는 이미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는『나의 미소한 형제들 중 한 사람에게 베풀 때마다 곧 내게 베푼 것』(마테오 25ㆍ40)이라고 하시며 친히 질병으로 신음하는 환자에게 자비를 베풂으로써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적 제물을 바치는 것임을 가르치셨다. 가톨릭 의사는 환자에게 봉사정신으로 시종 하는 일을 하느님께 위임 받은 사도들이다.
■그리스도를 치료하듯
그 환자 안에 그리스도께서 임하고 계실 뿐 아니라 환자 자신이 바로 의사의 자비를 갈구하시는 그리스도인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마치 그리스도를 치료하듯 대해야 마땅한 것이다. 진료행위를 친절히 하는 것과 동시에 가난한 환자에게는 경제적 부담까지도 덜어 주고 자선을 베풀어 그리스도의 증인임을 명백히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 의사는「의사의 신자」가 아닌「신자의 의사」라야 하며 의료행위는 하느님 왕국 건설을 위한 다만 봉사적 수단이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일행에 있어 그 성공 여부는 얼마나 웅장한 건물을 짓고 많은 재물을 모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환자에게 친절과 양심 그리고 희생으로써 진료하느냐의 봉사정신에 달린 것이다.
■존경 받는 간호원
간호원 역시 의사에 못지 않게 환자 진료에 있어 봉사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간호원이 머리에 쓰는 흰색의「캡」은 순결ㆍ박애ㆍ희생ㆍ봉사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성들만이 간직하고 있는 모성애에서 발동하는 봉사정신 때문에 간호원은 높이 평가되고 존경 받는 것이다. 공립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에게 불친절하고 명령조인 간호원의 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십자가상의 아들을 바라보는 성모의 괴로운 심정 같이 항상 환자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동정할 줄 알며 환자의 손발이 되어 주는 희생적 봉사를 하는 것이 간호원의 본연의 자세일 것이다.
■대학교육의 맹점
오늘날 일반 대학 교육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맹점은 도의교육(道義敎育)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에서도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기술 교육에만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하며 인간은 무엇보다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기본적 인간 교육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의ㆍ간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의료 기술 교육과 병행해서 사회에 대한 봉사교육을 마땅히 시행해야 될 줄로 안다.
공공 의료기관은 사회복지 사업의 하나로 따라서 비영리 기관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많은 교회 의료기관이 훌륭한 봉사로 포교사업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항간에 들리는 말처럼 어떤 교회 병원은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수지타산(收支打算)에만 급급하여 일반 병원보다 경제적 부담을 환자에게 더 지우고 있다면 이는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로 오히려 교회의「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교회 병원은 원칙적으로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자선병원이라야 하며 더욱이 가난한 환자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병원이라야 할 것이다.
■무의촌 진료활동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매년 하기방학 때 실시되는 의간대 학생들의 무의촌 진료봉사에 대해서다. 이 봉사활동에는 세 가지의 의의가 있다. 첫째 무의촌 주민들에게 다소나마 의료 혜택을 주고 둘째 학생들로 하여금 봉사정신을 함양케 하여 졸업 후 의사 또는 간호원으로써 봉사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훈련과 경험을 쌓게 하며 셋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불우한 동포들의 참상을 직시케 함으로써 무의촌에 대한 의학도의 인식을 높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명을 띠고 있는 무의촌 진료 봉사단이 그 본래의 임무를 망각하여 마치「바캉스」기분으로 해수욕이나「레크리에이션」에만 정신이 팔리고 일보 나아가서는 봉사단이 도리어 대접을 받을려는 본말이 전도되는 사태가 벌어져 주민들로부터 불평과 불신을 받는 사례가 가끔 있다고 한다. 가톨릭 의간대 학생회의 무의촌 봉사단은 명실공히 봉사단으로서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여타의 봉사단의 귀감이 되어 일반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는 봉사단에 대한 불신감을 일소하는「캠페인」의 선봉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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