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추자도로 귀양간 경헌의 내력을 말하기로 한다. 경헌에 대한 이야기는 대구에 있는 황찬수씨의 말에 의하면 자기 부조들에게서 전해온 말대로 그 어머니 정씨 부인이 두 살난 아들을 안고 제주도 귀양길을 떠나 제물포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오는 도중 아들을 외로히 내려놓을 추자도 가까이 왔을때 정씨 부인은 그 아이 장래를 생각해서 몸에 지녔던 패물 몇가지를 사공들에게 가만히 주면서 이 아이는 귀양오는 도중에서 급증으로 그만 죽은 것을 바다에 수장해 버렸다고 추자도 뱃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했다. 사공들은 정씨 부인 부탁대로 하였기 때문에 경헌이 자라는 동안에 아무도 그를 귀양온 사람이라고 말한 이가 없이 무사히 자랐다고 한다. 또한 3년 전에 일본 「교또」(京都) 에 있는 나의 친구 한 사람이 내가 황사영의 생애와 그 백서를 연구한다는 말을 듣고 일본 「도꾜」에 있는 자기 친구 황대성(黃大成=譜名기益ㆍ80여세)에게 말하여 그 세보을 아는대로 내게 보내주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
나는 뜻밖에 「도꾜」에서 온 편지 한 장을 받았는데 그분도 황사영의 5대손이라고 했고 신자인데 족보는 충청도에 있을뿐 자기에게는 없다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어려서 그 부조들에게서 들은대로 자기 4대조(경헌)가 두살에 추자도로 귀양왔을때 서울에서 따라온 여종이 그 아기를 기르다가 얼마후에 몰래 충청도로 도망쳐 거기서 몇해를 지나다가 아기가 좀 자란 후에 도로 추자도로 와서 살았는데 후에 결혼하여 아들 3형제를 낳고 맏아들은 아들 형제를 둘째아들은 외아들을 낳은 즉시 죽고 세째는 미성으로 죽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황대성 자기의 맏아들 규영(奎榮)은 충남 당진군 신평면 신당리에 산다고 하였다. 이분의 말이 다소 틀린 것은 위에 밝힌 황씨네 후손 가첩에 의하여 명확하니 더길게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황대성은 경헌의 후손이 매우 번창했으니 그중에 한사람인 것이다.
필자는 그 후손되는 두 사람에게서 들은대로 이번 추자도로 가서 어느말이 옳은지 알아보려 하였다.
그런데 현재 추자도 예초리 202번지에 살고있는 오정태(吳正泰ㆍ73) 노인을 만나 경헌의 내력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오씨자기 증조부때 일이었는데 추자도 주민들은 대개 고기잡이로 업 을삼는바 늦은 가을 그 어느날 오씨가 물산리 끝 바닷가를 거닐다가 해는 이미 수평선을 넘을 황혼인데 물결소리와 함께 아이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는 이상스레 생각하고 이리저리 찾던중 어떤 바위틈에 붉은 포대기로 싼 그 무엇이 눈에 뜨이는데 그 속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씨는 그 아이를 즉시 품에 안고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서 포대기를 펴보니 아기는 두어살 되어보이고 흰누비 저고리에 붉은고름을 둘렀다. 그 아이 옷고름에 꽃힌 쪽지에 「창원 황씨 진사의 아들」이라 씌여있었다. 오씨는 그 아이를 양자로 길렀는데 몇대동안에는 추자도에서 황씨와 오씨사이에는 혼인을 안했을만큼 인연이 깊었다 한다.
그런데 그 누비저고리는 오래 보존돼 오다가 어떻게 없어졌는지 지금은 없다고 한다. 아! 원통하고도 아깝도다! 제주 정씨 부인이 경헌에게 보낸 친서와 그 저고리가 오늘까지 보존되었더라면 이번 나의 추자도 답사는 1백% 성공일 것을 아깝게도 그 두가지 유물을 발견치 못함을 한탄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오씨 노인 문중과 황씨 후손 문중에서 잘 알려진 사실로서 「도꾜」에 있는 황대성씨의 이야기는 와전인 것이 분명하고 대구에 사는 황찬수씨의 말은 신빙할만한 것으로 안다. 오씨가 아기를 발견했을 때의 그 정경은 뱃사공들이 정씨 부인의 부탁을 받아 아기를 바닷가 바위위에 내려놓은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끝으로 몇마디 말하고자 함은 역시 황씨네 가문전설중 황사영의 무덤이 서울 절두산 근처에 있다는 것인데 전설에 의하면 육시를 당한 사영의 시신을 희광이들이 집거적에 끄어모아 절두산 밑 한강물에 던진것을 교우들이 처음부터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 시신 거적을 몰래건져 밤중에 절두산 근처에 묻었다는 것이다. 그곳 나이많은 신자들 중에는 그 무덤을 아는 분들도 있다해서 황찬수씨가 성당에 가서 문의한 바도 있었으나 아직 그 노인들을 못만나 확실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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