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끝내 놓고 항상 생각되어지는 것은 보람보다는 끔직스럽도록 나를 괴롭혔던 어려움들이다. 무엇인가 창작하는 일 중에 영화처럼 어렵고 고통스러운 창작작업도 있을까! 소설의 경우 작자는 펜과 원고지만 있으면 되고 미술의 경우 캠퍼스와 붓만 있으면 우선 작품이 되어질 것이다.
영화감독의 경우는 우선 카메라와 배우를 사줄 제작자를 찾는 데부터 난관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의 특성은 우선 가난하다는 것.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세계 지도로는 점에 불과한 이 남한이 목표 시장의 전부이며 그나마 TV의 출현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영화는 좁은 시장 속에서도 점점 관객을 잃어 아사의 비명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이니 제작자 즉 자본주는 자본이 넉넉할 리가 없다. 단 한 편 만들고 있는 그 한 편이 생명이다. 성공하며 살고 망하면 죽는다는 처절한 입장에서 발버둥친다. 언제부터인지 영화 제작업자들 간에는 이상한「타부」가 있다. 그것은 종교물은 영화로서 흥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개의 종교물이 영화화되었으나 결과는 실패였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새남터…」의 경우 제작자를 찾는 데 우선 힘겨웠다. 다행히 직업적인 제작자가 아닌 홍정표 사장이 용단을 내려 줬기에「새남터의 북소리」는 이제 탄생된 것이다.
제작자의 문제는 해결됐으니 다음은 배역의 선정문제이다. 드라마의 내용이 내용이니 만치 우선 교우들로만 구성해 보고 싶은 생각에 히로인 다련은 교우 윤정희를 기용했고 마침 남궁원 형이 우리 천주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평소 알고 있었으므로 작품 속의 민서와 입장이 같아 남궁원 형을 결정했다.
그리고 배교자 여상과 용팔은 중후하고 예리한 연기가 필요한 역이므로 역시 교우 김성옥과 이낙훈을 기용했다. 그리고 특기할 일은 당시의 앵벨 주교님과 모방 신부님은 불란서 신부 훼린과 미국인 신학대학생 홀트 씨가 맡아서 수고해 주셨다.
작품이 끝난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캐스트의 선정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직업적인 의식을 떠나 언젠간 꼭 하고 싶었던 우리의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헌신했기 때문이다.
고문 장면에서 윤정희는 거꾸로 철봉에 매달려 소위 당시 학춤이라는 장면을 찍는데 10분 간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결국 피가 솟구쳐 숨을 못 쉬겠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였었다. 촬영이 끝나 내려오면서 나는 나대로 미안하고 안타까워 위로할 때「신공」으로 생각하고 참았다는 윤정희의 말을 듣고 나는 더욱 보람과 의욕을 느꼈었다. 새남터 형장을 촬영할 때는 최소한 5백 내지 6백여 명의 소위 엑스트러가 필요했었다. 이것은 현재 한국 영화의 실정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나의 고민은 더욱 컸다. 현실적으로 6백여 명의 인원을 모으는 일도 불가능했고 직업적인 엑스트러로는 감격과 감동의 모습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기때문이다. 허나 이처럼 어려운 사정과 입장을 아신 대방동 및 당산동 성당의 교우님 신학생 여러분들이 자진 협조해 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형장에서 앵벨 및 모방으로 분장한 훼린 신부와 홀트 씨는 그 추운 날씨 강바람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은 채 십자가에 매달려 고생을 하셨고 형리가 물을 뿜고 회칠을 할 땐 갑자기 검은 먹구름과 광풍 비바람이 쳐 우리들을 소연케 했고 막대를 겨드랑에 껴 군중 앞으로 주리를 돌릴 땐 비바람과 천둥까지 쳤으나 이 장면이 끝나고 다른 장면을 찍을 땐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날이 개어 나는 결코 우연히 아닌 것으로 신념한다. 한국 영화에서는 종교물이 결코 성공 못한다는, 아니못한 이유를 나는 나대로 분석해 봤다. 그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이유가 있었다. 종교물도 아니고 에로물도 아닌 어중띤 주제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새남터의 북소리」의 경운 철두철미 사실과 고증에 철저했고 어설픈 애정을 피했다. 중후와 감동을 일단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옛날 기해년의 옛이야기를 지금 1970년대에 와서 주지해야 할 의의를 찾는 데 노력했다.「새남터의 북소리」가 작품으로뿐만 아니라 흥행으로도 성공을 거두어 종래의「타부」를 씻어 주고 앞으로 계속 이런 우리 천주교 정신이 깃든 영화들이 나와 주길 바란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