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방법론
전호에도 잠깐 언급한 바 있으나 복음화의 여러 가지 문제 중 방법론도 무시 못할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학설이 있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 하겠지만 전달하는 방법 여하로 옳게 인식될 수도 있고 그르게 인식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교가 참된 종교이고 진리를 가르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유일의 계시종교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 진리의 말씀을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하는가가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동소이한 구주식 방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전호에도 말한바 있는 2천년 가까운 세월을 뼈에 박히도록 생활화된 신앙은 이제 2백년 남짓한 한국과 너무나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민족이 다르고 역사가 다른 문화권 안에서는 그 민족이 처해있는 생활환경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다. 그 민족이 가지는 습성이 다르고 때로는 이론기준마저 다르다. 생활습성과 감정이 다른 이런 민족에게 어떻게 같은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겠는가. 실례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게 발간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인준 받은 가톨릭 교리서(그리스도의 길ㆍ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발간)를 사용해본 일선 사목자들은 알 것이지만 과연 거기 있는 차례대로 가르쳐서 예비자교리에 차질이 없던가 묻고 싶다.
제1편「하느님과 우리의 구원」그 속에 하느님의 존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성신, 삼위일체, 로 되어있고 제2편「교회와 성사」속에 교회, 성사가 있고 제3편「그리스도의 계명」편에 하느님께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사랑, 교회법, 제4편에「하느님 나라의 완성」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한 과의 설명순서는 성경 성경의 해설, 복습이란 큰 글자 밑에 위에 설명한 것을 문답식으로 복습을 시키고 신앙생활 제목 아래는 여러 가지 교회문헌을 중심으로 실제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성경공부라고 그 과에 맞는 것을 또 뽑아놓고 그친다. 이렇게 한 과를 3페이지 혹은 2페이지 정도로 54과로 나누어져 있다. 발간된 책의 명의가 한국주교회의로 되어있기 때문에 가급적 그것을 권하고 있기는 하나 도대체 일선사목을 담당하고 예비자 교리를 강의해 본 분들이 무어라 하던가 여론이라도 들어봤어야 할 것이다. 엮은 사람들이 예비자 교리반을 직접 지도해 보지 않고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에 말한바와 같이 어느 민족이든 그 민족이 가지는 절대 자에 대한 감정은 자기들의 생활환경에 의해서 인식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한국민족의 경우 다행히도 우리 겨레는 종교심이 다른 민족보다 많다고 보아야겠다. 또 다른 이점은 일찍부터 불교와 이조 5백년간에 유교가 들어와서 윤리적 바탕으로 잘돼있다고 보아야겠다. 하느님의 십계나 삼강오륜의 도리나 따지고 보면 별 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사상과 그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믿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우리 민족은 종교심을 더 가지고 있다는데서 이점이 아니 될 수 없다. 그리고 크리스찬니즘의 전파에 있어 어려운 점부터 먼저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생활과 거리가 멀지 않다는 가까운 점부터 말해주는 것이 더 친밀감을 생기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양종교라고 말하는 일부 고집쟁이들에게 구태어 이미 가지고 있는 신관에 불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어렴풋하나마<하느님>이라는 개념과 그 위에 불교나 유교가 애써 닦아놓은 윤리관에 천주십계부터 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친밀감을 더해주지 않나 생각된다. 사실 경험에 의하면 예비자들은 이미 양심 형성이 되어있다는 말에서 친근감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실시하고 있는 방법은 첫째 인생문제부터 시작하고 종교가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둘째로 우리 종교에서는 이런 윤리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셋째로 비교종교학을 말해준다. 넷째로는 우리 종교특수성을 말하고 다섯째로 창조와 그리스도론 여섯째로 교회론과 교회사 모든 성인의 통공과 기도 일곱째 성사와 은총론 결론으로 성경과 교리를 비교해가며 그리스도의 행적과 성경의 중요성을 말한다. 교회법과 법규는 마지막 단계에서 신앙생활면에서 강조한다. 이상과 같은 방법은 개인경험에서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론이 없을 수 없겠으나 지금까지의 어떤 방법보다 나는 효과를 보았다. 이런 방법론은 실무담당 일선 사목자들의 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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