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6월 29일
이 나라는 실용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제시간에 떠날 줄 알았더니 왠걸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이유를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몇차례 연기하면서 무려 세 시간을 짜증 속에 기다렸고 제때에 점심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하여 고생했다.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니까 언제 갑자기 떠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내 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2시10분쯤 비행기에 탑승했다「워싱턴」에서「바팔로」로 직행하기 때문에 약 1시간 만에「바팔로」에 도착했다. 어제 연락을 했기에 도착시간이야 늦었지만 시간을 맞추어 나와 있을 줄 알았던 김 바오로 신부가 오지 않아 행여나 하고 기다리다가 그만 택시로 돌아왔다. 택시값은 6불38센트, 젊은 신부의 정의가 의심스럽고 얄미웠다.
▲6월 30일
지금까지 친절히 일을 봐주던 바론 신부가「뉴욕」으로 가게 되어 섭섭한 마음으로 하직인사를 하고 오늘은「볼리버」라는 촌락본당에 가기로 되어있었다.
오후 4시에 가자는 김 신부의 연락을 받고 4시쯤「바팔로」에서 출발했다
갈 때는 지난번「크네프ㆍ크리크」로 가던 길이었기에 비교적 빨리 달렸다. 약 1시간 반후「크네프ㆍ크리크」를 지나서 한 30분간 달려 당지에 도착했다. 본당 신부는 바쁜일이 있어서 문만 다 열어 놓고 부재중이었다. 벽에 일본 문자가 붙어있고 일본 물건도 한두 개 눈에 띄어 일본에 있었던 신부님이 틀림없었다.
잠시 후 본당 신부가 왔는데 대환영을 하며 잠자리도 정해주었다. 한국전쟁 때 종군신부로 일본 복강(福岡)에 있으면데 한국에 있는 미군들을 가끔 와서 돌보았다 한다. 그래서 서울 춘천 수원 대전 대구 진해 등지를 드나들었단다. 그래서 한국주교를 특별 대우해주는 모양이다. 저녁 7시 미사를 같이 지내고 미사 중 강론을 하였다. 8백여 세대가 소속된 본당인데 비교적 작은 본당이고 신부도 그 신부 한 분이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온갖 것을 다 뵈주는데 그 신부는 신이 났다. 일본 것 한국 판소리 오 주교님과 같이 찍은 사진 러시아 책 일본말 책 노리게 등 장시간에 걸쳐 재미있게 구경했다. 일본 한국을 좀 아는 신부이고 일본말도 좀 하는 신부라서 더 친근감이 들었다. 밤 11시경 침실에 들었다.
▲7월1일
아침 8시에 미사가 있어서 시간 맞추어 일어나 그 미사에 강론했다. 본당 신부가 친히 요리하여준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금 있다가 9시 미사를 본당 신부와 같이 지내며 강론했다.
나를 힘대로 후원하느라고 두 주일 전부터 예고하였고 주보에는 장 주교 환영이라고 인쇄까지 하여 두었다. 그 성의가 참으로 고마왔다.
나를 환영하는 목적으로 강당에서 미사 후 일반교우와의 환영회가 있었는데 커피와 다과를 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나의 리프레트에 한국말로 내 이름을 적어달라고 성가시었다.
조금 후 사제관에 돌아와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후 12시30분경에 김 신부와 같이「바팔로」로 돌아왔다. 더 빨리 오기 위해 본당 신부님의 자세한 길 안내를 받았으나 도중 길이 어긋나서 오히려 3시간 이상 차를 타게 되었다. 도착 즉시 저녁식사를 하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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