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한국보다도 훨씬 늦게 시작된 동남아 여러나라의 SOS 마을들은 거의 자립의 단계에 들어섰는데도 아직 한국의 경우는 요원한 형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꾸만 저의 무능한 소치인것 같기만 합니다.』 멀리 고국 오지리를 떠나 한국의 의지할곳 없는 고아들을 위해 11년간을 헌신해온 대구 SOS 어린이마을 원장 이 프란치스까 여사(51)는 이렇게 겸손된 말로 자신의 과거를 더듬는다.
1962년 11월16일 이 여사는 온갖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한국땅에 첫발을 디뎠다.「비엔나」여자신학원 동창인 하 마리아 여사의 연락으로 한국에서 일할 결심을 했으나 당시 40세란 나이탓으로 어려움이 많으리란 우려때문에 선뜻 이 여사의 꿈은 실현되질 못했다. 그러나 이 여사의 끈질긴 집념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SOS 어린이마을을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는 세계에서 한국땅에 처음 진출케 하기에 이르렀다. 내한 한달만에 검사동 소재 후생원에 수용중이던 무의무탁 아동 18명을 돌보던중 63년 2월에 한국을 방문한 세계 SOS 어린이마을 총장 헬만 그마이너 박사가 이곳을 찾아 모든 실정을 파악하고 여기에 SOS 어린이마을을 설립키로 약속 그 해 5월에 그 실천을 보았다. 귀국한 그마이너 박사가 오지리 국민들에게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자고 호소, 모금한 성금으로 64년 1월에 SOS 어린이마을 설립규정에 따른 2개의 가정을 2동의 주택에 입주시키고 이어 2월에 다시 두 가정을 입주시켰다.
부모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던 어린이들은 여기서 매 가정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8~10명씩이 한가족을 이뤄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티없이 자랄수 있게 됐다. 처음 후생원 아동 18명과 삼덕동 근로소년원생 16명 등 모두 34명에 지나지 않던 식구가 11년만인 8월말 현재 15 가정에 1백56명의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또 아이들의 성장과 진학에 따라 71년 2월 시내 만촌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4백21평의 매머드 남학생 기숙사를 건립, 중학교 이상 아동들과 직장에 나가는 아이들을 이주시켰다. 이어 72년 6월에는 시내 삼덕동에있던 기숙사를 개축, 18명의 여학생들을 보내 학교와 직장에 나가게 하고 있다.
8세때에 어머니를 여의고 육친의 정에 주리며 자란 이 여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사랑의 뜨거움을 알기에 모든 아이들에게 인자한 어머니의 사랑을 전해 주기에 노력하고 있다. 『제가 14세때 수녀인 이모님을 통해서 어머님의 마지막 유서를 받아 보았습니다. 유서에서 어머니는 제가 수녀가 되어 불우한 형제들을 도와주길 원하셨습니다.』 고 어머니를 회상하는 초로(初老)의 이 원장의 눈엔 이슬이 맺힌다. 어머님에 대한 간절한 이 사랑의 정이 이 여사로 하여금 이 어려운 사업을 오늘에까지이 끌어온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른다. 이 원장의 밤낮을 가리지않는 노력에도 불구, 아직도 한국 SOS 마을은 재정적 자립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다도 역사가 짧은 대만 필립핀 일본 등지에서는 거의 자립의 기틀을 잡았는데도 비단 한국만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3백만원 정도의 보조외엔 일반 국민들의 협조가 거의 없다. 『물질적인 도움보다도 먼저 정신적인 협조, 사랑의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 여사는 자칫 비뚤어지기 쉬운 아이들을 따뜻히 포옹해줄수 있는 사회 전체의 사랑의 손길을 아쉬워했다. <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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