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가까이 모시던 본당신부나 온지 얼마 안된 젊은 보좌신부가 군종신부로 선발되어 신자들의 전송을 받으며 홀홀히 짐을 챙겨 본당을 떠난다. 얼마후 약간 거칠어진 얼굴에 군복차림으로 본당을 찾아온 신부를 보고 신자들은 『신부님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위로하기 바쁘다. 그럭저럭 세월이 흐르다 보면 처음 보낼 때의 서운한 마음은 점차 가시고 잊을락 말락한 4~5년 지나 제대하고 다 시뵙게되는 신부를 붙들고는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느냐』고 또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군사목을 맞는 군종신부 생활이 편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군종신부의 생활이 어떤것인지 『군종신부의 날』(27일)을 맞아 군종신부 생활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완전군장의 철책 선행군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구슬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8월 중순 어느날 오전 11시. 30세 전후의 한 젊은 군종신부가 완전 군장으로 혼자 동부전선○○ 지역 휴전선 철책을 따라 행군하고 있었다.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토끼 한 마리 빠져나오고 힘들 정도로 촘촘이 엮어놓은 철책선 후방 순찰로는 언제나 긴장이 흐르고 전방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수 있는곳
육군 보병학교에서 12주간 군종신부 훈련을 마치고 이틀전 도착한 이 신부는 이날 오후 2시에 있을 사단장 신고에 앞서 부대방침에 따라 철책선 행군을 하고있는 중이다. 행군에 낙오되면 신고도 따라서 늦어진다. 11시30분경 4km 행운을 마친 신부, 부대로 돌아와 서둘러 땀에절은 옷을 갈아입고 오후 2시 정각 긴장된 표정으로 사단장 방문을 들어선다.
『신고합니다. 중위 ○○○는 ○월○일부로 ○○부대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갖전입은 병사처럼 목소리가 팽팽하다.
부대 정신무장 강화에 힘써달라는 간단한 훈시를 듣고 방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던 선배 군종신부가 잘되었느냐는듯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인다.
젊은 신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선배신부는 세번만에야 신고를 마친 신부도 있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이 병아리 군종신부는 선배신부를따라 사령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장교들과 인사를 나눈다. 『군종신부 ○○○입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요』
한 부처에서 다른 부처를 가는 도중 신부는 선배신부의 말을 따라 지금 들른 부처의 책임자 계급성명을 수첩에 메모한다.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은 군종신부 업무수행에 중요한 일이다.
두어시간 동안 사령부 순시(?)를 마치고 오후 4시경 부대에서 조금 떨어진 선배신부 숙소에 도착. 훌훌 벗고 세수를 끝낸 젊은 신부가 『좀 피곤한데요』하자 열심히 비누칠을 하던 선배신부 하는말『이제 겨우 시작이야. 해보라구 오늘보다 힘든날이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신학생때 군에 입대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 신부는 이제 두번째 군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계급도 위치도 다르지만.
▲인맥을 찾아서
군종신부의 대상은 60만 국군 전부다. 가톨릭 신자 장병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지금처럼 45명씩이나 나서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보면 허허벌판을 돌아다니며 씨를 뿌리는 사람이다.
그 씨는 제때 싹이 틀수도 있고 훗날 싹이 틀수도 있다. 따라서 결실을 따질수 없다. 그 결실은 오랜 세월을 두고 온 교회가 거두는 것이다. 군종신부는 하고자 들면 할 일이 얼마든지 있는 반면 생각에 따라선 몇 군데 미사드리고 출퇴근만 해도 된다. 허지만 젊고 또 사병이 있기에 부지런히들 열심히 이리뛰고 저리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신부지만 계급 낮고 직책이 시원치 않으면 뛰고 싶을 때도 마음대로 차 한 번 얻어탈수 없다. 어떤 신부는 재주껏 차를 사서 부리기도 하지만 그 수는 극히 적다.
이래서 신부를 부담없이 도와줄 신자장교를 찾는 일이 중요시된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어느 신부는 신자인 사단화학 참모가 필요할 때마다 차를 빌려주곤 해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또 주일미사에 신자 병사가 많이 나오도록 교섭하는 일은 역시 신자인 정보참모가 적극 나서준다.
전날 신고를 마친 신부 이웃부대 신부 3명과 함께 진부령고개에 있는 군인교회로 가는길에 그곳 보안부대를 인사차 방문했다.
마침 다른 손님과 얘기중이던 부대장은 신부가 왔다는 부하의 연락을 받고 직접 문간에 나와 젊은신부를 맞는다.
뜻밖의 환대에 어리둥절한 신부에게 부대장은 자기는 신자이며 부임한지 몇 일 안돼 신부님을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오늘 저녁 집으로 모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약속은 다음날로 미뤘지만 그는 「찝」차한대에 다섯명(4명 정원에 기자가동승 정원이 넘었다) 타기 힘들다고 자기차를 내주어 험한길을 유쾌하게 다녀올수 있었다.
보안대장은 앞으로 지역내 군종신부의 훌륭한 후원자임이 틀림없는 귀한 존재다.
군조직의 특수성에 비추어 효과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신자는 물론 호의적인 장교를 많이 발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군종신부는 인맥을 찾는 광부이기도 하다.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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