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6월28일
1시30분 점심이나 먹자는 것을 고급식당에 음식값이 비쌀 것이므로 좀 참자고 하고 거절했다. 조금 있다 동물원에 갈 터이니 거기에서 간단히 요기할 수 있을 것이란 심산이었다.
1시30분에 일본영사관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기에 응접실에서 또 기다렸다. 여사무원이 점심식사하러 갔다가 약 10분 후에 늦게 돌아왔다. 4개월간의 비자를 받아가지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시장기가 좀 들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동물원에 이르러 집에서 가져갔던 맥주 바나나 사과 과자 등으로 시장기를 메꾸었다. 동물원을 찾은 이유는 그 규모가 굉장할 것이고 동물의 종류도 많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실제로 보니 우리 창경원이나 비슷했고 특이한 것은 닉슨 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했을 때 선물로 받은「판다」라는 동물이었다. 곰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한 온순하고 깨끗한 흑백의 짐승이었다.
저녁식사에는 조요셉(전 국회의원) 부인 김 마리아 장 박사 부처 등을 초대했기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장 박사가 조금 늦게 와서 6시30분에 식사를 시작했다. 민 요안나 레오니 프란세스카 김 마리아 등이 요리한 순 한식인데 맛이 좋았다. 된장찌개 갈비 물고기찜 등 훌륭한 반찬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주로 고국소식, 워터게이트 사건 이야기였다. 장 박사의 말에 의하면 닉슨 대통령이 꽤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6월29일
12시55분 비행기로「바팔로」에 돌아왔다. 아침 일찍 한국청년이 찾아와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식사를 같이한 후 레오니와 함께 비행장으로 가는 도중 케네니 대통령 묘지가 있는 국립묘지로 가기로 했다.
「알링통」국립묘지에 도착하니 시간은 10시쯤 되었다. 우리 국립묘지와 비슷한데 그 규모가 크고 경내가 굉장히 넓다 케네디묘지와 그의 동생 묘지를 눈익혀 보았다. 그 둘레가 매우 아름다운데 케네디 묘지에는 1년 내내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의 전사들 묘지가 한결 정다왔다. 그래도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저렇듯 희생한 이가 많구나 생각되었다. 한국에 전사한 장병들에게는 감사하는 마음 금치 못하였다.
약 1시간반을 돌아보고 나니 시간이 없어 멀리서 백악관 국무성을 바라보고 바로 비행장으로 달렸다. 비행장에서 레오니가 비행기표를 사주어서 고마웠으나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신세인데 나를 위해 적어도 2백50불이나 쓴 모양이니 참으로 마음 아팠다.
시간이 좀 있어 김 마리아의 부탁으로 메리놀 본부에 있는 반 신부님 앞으로 한국에 보낼 돈을 필요로 하는 김 마리아에게 주고 한국에서 한국 돈을 지불하도록 하면 어떻겠느냐. 좀 도와줍시사고 소개장을 써주었다.
30분 전에 정한 게이트로 갔다. 외인 금지구역에서 그 청년과 레오니를 매우 섭섭한 마음으로 이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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