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무서운 밤이 왔다. 악몽에서 잠이 깨였다. 바깥에는 성당에까지 뛰어갈 용기를 꺾어버린 폭우(暴雨)가 쏟아지고 있다. 나는 이밤처럼 기구하려고 애써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아주 침착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기구(祈求)하기 시작하였으나 차츰 격열하고 조야(組野)한 심정으로 변하여져 마즈막에 와서는 격동하는 필사적인 의지(그러나 겁없는)와 더부러 겨우 냉혈(冷血)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 가슴은 괴로움에 떨렸다. 아니! 당찮은 일이다.
이제야나는 이미 기구하고저 하는 마음 자체가 바로 그 기구이며 천주께서도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그때 나의 기구는 내 허파 속에 든 공기와 같이 또 피 안에 섞인 산소와도 같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 뒤 그러한 것은 이미 나의 일상생활이 아니었고 나와 친근한 생활도 아니었다. 이러한 태도는 마음 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간직하면서도 그 비약(飛躍)에서 나를 동망쳐버리게 하였다. 나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나의 앞에는 하나의 벽(壁)이, 검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구에 전심하지 못한다. 틀림없이 나의 슬픔은 너무나 컸다. 나는 나만을 위하여 천주께 기구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기구를 들어주지 아니하셨다.
새로 한시를 쳤다. 방금 이 마을의 마지막 등불이 꺼졌다. 밖에는 바람소리와 비소리가 들릴 뿐이다.
적적하고 고요하다. 이번에는 아무런 분심을 강요하거아 또는 잡념을 물리칠 가망이 없다. 그보다도 아무런 장해(障害)가 없다. 다만 천주 홀로 계심을 느낄분이다. 나는 검은 밤을 호흡한다. 밤은 생각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내 혼(魂)의 깨어진 금을 타고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내 자신이 바로 밤이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그와같은 괴로움을 상각하려고 애써보았으나 아무도 이 알 수 없는 일에 대하여 궁령히 여겨주는 자가 없었다. 환전한 고독이다. 나는 이 고독에 대한 조고마한 동정도 없다.
만약 앞으로 영원히 사랑을 모른다면!
희망을 저주(詛呪)하는 죄는 가장 중한 대죄(大罪)이면서도 가장 좋은 대우(ㄷ 무서운 밤이 왔다. 악몽에서 잠이 깨였다. 바깥에는 성당에까지 뛰어갈 용기를 꺾어버린 폭우(暴雨)가 쏟아지고 있다. 나는 이밤처럼 기구하려고 애써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아주 침착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기구(祈求)하기 시작하였으나 차츰 격열하고 조야(組野)한 심정으로 변하여져 마즈막에 와서는 격동하는 필사적인 의지(그러나 겁없는)와 더부러 겨우 냉혈(冷血)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 가슴은 괴로움에 떨렸다. 아니! 당찮은 일이다.
이제야나는 이미 기구하고저 하는 마음 자체가 바로 그 기구이며 천주께서도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그때 나의 기구는 내 허파 속에 든 공기와 같이 또 피 안에 섞인 산소와도 같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 뒤 그러한 것은 이미 나의 일상생활이 아니었고 나와 친근한 생활도 아니었다. 이러한 태도는 마음 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간직하면서도 그 비약(飛躍)에서 나를 동망쳐버리게 하였다. 나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나의 앞에는 하나의 벽(壁)이, 검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구에 전심하지 못한다. 틀림없이 나의 슬픔은 너무나 컸다. 나는 나만을 위하여 천주께 기구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기구를 들어주지 아니하셨다.
새로 한시를 쳤다. 방금 이 마을의 마지막 등불이 꺼졌다. 밖에는 바람소리와 비소리가 들릴 뿐이다.
적적하고 고요하다. 이번에는 아무런 분심을 강요하거아 또는 잡념을 물리칠 가망이 없다. 그보다도 아무런 장해(障害)가 없다. 다만 천주 홀로 계심을 느낄분이다. 나는 검은 밤을 호흡한다. 밤은 생각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내 혼(魂)의 깨어진 금을 타고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내 자신이 바로 밤이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그와같은 괴로움을 상각하려고 애써보았으나 아무도 이 알 수 없는 일에 대하여 궁령히 여겨주는 자가 없었다. 환전한 고독이다. 나는 이 고독에 대한 조고마한 동정도 없다.
만약 앞으로 영원히 사랑을 모른다면!
희망을 저주(詛呪)하는 죄는 가장 중한 대죄(大罪)이면서도 가장 좋은 대우(待遇)와 귀여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죄를 자각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죄를 고하고 이 죄에 선행(先行)하는 슬픔은 매우 달콤한 것이다. 가장 좋은 악마(惡魔)의 묘약(妙藥)이오 진미(珍味)이다.
나는 내 신앙과 희망과 자비심(慈悲心)을 잃지 아니하였다. 결국 한번은 죽어야 할 사람이 현세(現世)에서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가? 영원한 복락일까?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복락이 원하는 바이지 사람이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은 제가 가지고저 하는 것만을 진실하게 가진다. 왜냐하면 사람은 모든 것을 또 완전하게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매괴신공을 바쳤다. 어두움의 샘과 같이 보이는 뜨럭 쪽에 열려진 창문이 있다. 그러나 내 위에서 동쪽으로 굽은 성벽(城壁) 모퉁이가 희어져 오는 것만 같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당겨 머리위에까지 덮어썼다. 춥지는 않았다. 지병(持病)의 고통마저 느껴지지 않았으나 어쩐지 토(吐)하고 싶은 기미가 있다.
이미 사라저버린 나를 괴롭히던 번민(煩悶)들은 다시 살아갈 길이 없다. 내 혼의 한 쪽은 감각을 잃었고 이 상태는 끝까지 지속될 것이다. 내가 내 자신 내 인격에 대하여 가졌던 불신(不信)은 방금 어디로인지 사라졌다. 나는 다시 이 불신(不信)과 만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 싸움은 끝났다. 나는 이미 그것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다. 이 보잘것 없는 전리품(戰利品)을 얻고 내 자신과 화해(和解)하였다.
사람들은 흔히 제 자신안에서 서로 미워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생각을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 은총의 힘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 심중에서 모든 교만심(驕慢心)이 사라진다면 더 많은 성총이 제 자신을 겸손한 마음으로 아무런 반항도 없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마치 예수께서 어떠한 되로움도 다 참아받으심과 같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