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요안 비엔네 聖堂(성당)
서울 鐘(종)4안에 至聖所(지성소)
발행일1960-01-24 [제213호, 4면]
서울의 한복판 종로4가 - 이곳은 가장 번잡할 거리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소위 적선지대(赤線地帶)로서 세민의 염오를 받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도 『범을 잡으려면 산으로 가야한다』고 하였다. 이 추악한 거리를 성스런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서도 이곳에 반드시 성당이 있어야 한다. 동대문가는 뻐스를 타고 4가에서 내리면 바로 길건너편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商店)들의 틈으로 겨우 사람하나 들어갈만한 길이 뒷길로 뚫여있다. 그 딋길이 바로 문제의 적선지대인 것이다. 이 뒷길을 면하고 서 있는 성당이 바로 종로4가본당이다. 성당이라고 하지만 무근 높다랗고 뾰죽한 첨탑(尖塔)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고마한 목조건물로서 집웅앞 이마에 역시 나무 십자가가 있으며 비족은 마당엔 본당주보성인 『요안 비안네』의 성상이 서있기에 우리는 성당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본당은 사방이 집이라서 본당의 전경을 사진찍을수도 없었다.
『신부님 계십니까?』하고 사제관(공소 비슷한 구옥이며 초라하였다)에 들어가 자개틀린 미다지를 두드렸다.
때마침 손님신부와 담화중이시었다. 그래도 반가히 맞아주시는 신부님의 호의에 실례를 무릅쓰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비좁은 온돌방 그리고 얕은 천장- 아마 서울시내의 본당중에서 이렇게 검소하고 또 초라한 집과 방을 쓰시고 계시는 신부님이 또 계실가하는 생각에 우선 고개숙여진다.
『신부님 이런 방에 거하시기 불편하기겠읍니다.』
『뭘요 이보다도 성당이 비좁아서 큰일입니다. 주일이면 이사가 일곱대씩이나 있어도 그래도 성당이 좁습니다. 나야 뭐…』하시면서 본당교우들의 칭찬을 놀라울정도로 하신다.
즉 이 본당은 1955년 명동본당으로부터 분리되어 이곳에 임시로 자리잡은지 어언 5개년이 지내는 동안 본당교우들은 그저 성당을 짓겠다는 일념에서 한결같이 성금을 모으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작년 성탄때에는 성당을 지을 대지를 넓히기 위하여 성당 바로 옆에 있던 양조장을 하던 집을 샀다는 것이다. 그 넓이는 백30여평에 천만환이 훨씬 엄는 (매평에 십만환이 넘는) 앖으로 구입하였다는 것이다.
그와같이 입지조건이 나쁜데다가 또한 본당의 교우들의 거의 모두가 그날그날 장사를 하여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므로 정말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도 교우들은 열심으로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데 대하여 감사하고 있으신 표정이시다. 명동에서 분리될때는 800명의 교우인 것이 지금에는 약2500명으로 증가된 교우수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것도 없는 성당, 또 아무 발전도 없는 성당에 대하여 쓸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겸손되히 말씀하시는 신부님의 그 겸신하신 말슴에 기자는 그저 고개만 숙으러졌다.
아무 할 말도 없고 아무런 자랑거리도 없다는 그 겸손된 신부님(요안, 이철중)을 뫼신 본당 교우들은 행복할 것 같고.
이 본당의 교우들과 신부님의 뜻이 반드시 이루워질 것을 의심치 않으며 연상 미소로 말씀하시는 신부님을 하직하고 나왔을때 시계는 한시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