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 재해대책사업 위원회」가 발족과 함께 벌인 1단계「식량보조 사업」은 첫 사업이며 앞으로 벌일 2ㆍ3ㆍ4단계 사업의 기초사업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작업이었다.
한정된 양의 식량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전해 주는 것 이것이 1단계 사업성패의 열쇠였다「재해대책위」는 각 도로부터 받은 수해대상자 가운데 피해가 심한 마을을 우선으로 대상자를 선정 소정의 양곡(정부미)을 해당 읍면사무소로 보내고 별도로 수해자에게 구호양곡을 보내는 취지와 받을 양을 명시한 서신을 보냈다. 수해자들은 서신에 적힌 양대로 정확히 자기 몫을 찾아갔고 이 방법은 자칫 분배과정에서 있기 쉬운 불상사를 방지하는데 효과를 거두었다. 428톤의 양곡이 이런 방법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자 실의에 주저앉았던 수재민들은『쌀을 준 것보다 보여준 따뜻한 마음씨가 더욱 감사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오고 있다.
충북 제천군 한수면 명오리의 배춘옥 여인은 구호품은 받을 때 기쁨의 아무런 용기를 주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웠던 수재민들에게 보여준 교회의 관심은 많은 수재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는 내용의 편지를「원주시 가톨릭교회 신부님」을 수신으로 보내왔다. 수재민들의 쇄도하는 구호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 1단계 사업은 끝을 맺고 이어 2단계「생산기반 조성사업」에 착수한 것은 3월초부터였다.
2단계 사업은 물에 떠내려간 제방을 다시 쌓고 보뚝을 세우고 필요한 수로와 양수기를 설치해 줌으로서 생산기반인 농토를 복구하는 작업이었다. 3개도 수해마을 가운데 피해가 심하고 소규모라 해서 정부지원에서 소외된 18개 마을을 선정 총 4천1백만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었다. 지원은 1년 거치 4년 분할 상환조건. 먼저 행정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상담원이라고 부르는「재해대책위」사업요원이 현지를 답사 현지 농민들과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후 농민 스스로가 사업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모든 사업은 농민 스스로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업종목을 정하고 이에 따른 사업계획 정관을 작성토록 하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 개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참가한 협업이라야 하는 점이다.
막연한 계획을 미끼로 돈이나 받아놓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격하고 마을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에 마을 전체가 참가함으로서 자립의 의지를 함께 심어주자는 것이 이 사업의 최대목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두된 것이 교육문제다. 「재해대책위」는 2단계사업 대상부락 선정을 마치자 곧「지도자 학습회」를 개최, 2차에 걸쳐 290명을 교육하는 한편 사업자금 취급자 85명에겐 2박3일간 경리교육을 시킴으로서 마을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도록 기반을 닦아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도자 교육일뿐 마을이 협업으로 사업을 벌이는데 있어 회원 모두가 사업을 알고 참가의욕을 갖게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는 회원끼리 사업계획을 세우고 정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해결되었다.
고등학교 학력이 드문 농촌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여러 차례 토의하는 과정에서 마을은 자연의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다.
어떤 마을은 무려 11차례에 걸쳐 한우조합정관을 수정하다 보니 이젠 누구나 정관양식을 알 정도라고 장담한다.
이렇게 진행된 2단계 사업으로 농토를 복구하고 금년 풍작의 기쁨을 맛보게 된 수재민이 857호. 동리면적(蒙利面積)은 310정보다.
강원도 횡성군 안홍면 강림1리 마을은 지난 수해 때 4만평 논에 물을 대주던 보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금년 농사가 난감한 형편이었다.
「재해대책위」는 이 마을이 요청한 보건설비 1백40만원을 즉시 지원, 길이40m 넓이5m 보가 23일 만에 준공을 보아 금년 농사를 무사히 거두었고 추수가 끝나면 옥수수밭 1만평을 논으로 바꿀 꿈에 부풀어있다.
보공사로 종전 평당 2~3백원 하던 논값이 7백원 이상으로 올랐고 옥수수밭 개답(改畓)으로 단보당(3백평) 1만4천원 수입이 5만원선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이장 지영식(37)씨는 말한다
이들은 건설업자에게 맡기기로 했던 공사를 자신들이 직접 나서 40만원을 절약하는 집념 때문에 다른 곳에 앞서 3단계「부락개발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다.
마을86호가 받은 혜택은 보공사지원 1백40만원의 도정공장 구입비 1백60만원 한우 22두 구입자금 2백64만원 부녀구판 사업자금 20만원 도합5백84만원에 달한다.
부락개발 위원회 총무 이재호씨(40)는 앞으로 4년 후면 이 돈을 모두 갚고도 최소한 1천2백만원 정도의 마을기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어「잘사는 마을」의 기반을 닦게 되었다면서『원주교구에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지금도 감격해 한다. 강림1리 마을에 이어 인근 2리 마을도 지난 9월 6백만원의 보조로 마을 앞 개천을 막는 길이60m 폭8m의 보를 쌓고 있다. 지난 20년간「선거공약사업」이었던 이보가 완성되면 53세대 소유10만평 밭이 논으로 풀리게 된다. 그래서 아래 위 두 마을은 지금 한창 잘사는 희망에 부풀어있다.
(계속)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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