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癩病)은 고칠 수 있다
발행일1960-01-31 [제214호, 4면]
과거의 관습에 의하면 나병은 불치의 병으로 또는 그 환자는 인간 사회에서 버림받은 것으로 추방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이 발달되지 못하였던 과오이었고 전염병으로 인식이 부족하였던 소치이었다. 현대의학은 이것을 정복하고 있으나 선입개념과 습관을 고치는 것은 용이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나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이 병을 방치하자면 이 병에 대한 전문의사의 분야도 있겠지마는 일반사회나 환자의 올바른 이해와 현대의학의 지향도 알아야 한다.
금번 가톨릭교회 계통으로 이러한 나병환자를 위하여 수천리 밖, 외국에서 많은 인사들이 내한하여 그 치료에 임하고 있다함을 듣고, 당국의 한사람으로서 또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이 인류애에 넘치는 거룩할 희생의 활동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분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도 이 나라의 나병의 근치를 위하여 여기에 나병에 대한 상식 몇마디를 말해보고자 한다.
나병은 어떤 병인가? 우선 우리들은 이것부터 알아야 하겠다. 나병은 소위 나병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 신경에 신생하여 병을 일으킨다. 이 신경 중에서도 뇌신경이나 척수신경같은 충추신경이나 내장신경에는 병을 일으키지 않고 꼭 말초신경에 침입한다.
과거에 있어서는 이 질병은 고칠 수 없다고 하였으나 현대의학은 이것을 치료도 할 수 있고 예방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병이든 좋은 병은 없으나 특별히 이 병이야말로 병든 개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은 과거 우리의 의학이 발전하지 못하였던 소치이었으나 현대 과학은 이것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개념과 습관을 탈각하고 현대의 과학을 신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 나병이란 유전이냐 혹은 선천적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옛날에는 이 질병을 유전병으로 믿어온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 병은 절대로 유전도 아니고 태내 전염을 의미하는 선천적 질병도 아니다.
대체로 이 나병은 감수성이 많은 청소년기의 사람들과 유아(幼兒)들에게 (즉 저항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많이 전염된다. 장년이나 노년기에는 전염하는 율이 적으나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끝으로 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자면 전염성 환자와 떨어져 살도록 하고 잠자리나 음식을 같이 않도록 하며 소독을 철저히 한 다음에(환자가 쓰던 물건까지도) 서로 방문도 제한하며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염을 일으키는 근원이 되는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함으로써 이 병의 예방과 퇴치가 가능한 것이고 그 외에는 딴 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특히 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 무서운 병도 근치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