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영혼을 염두에 두면 육체는 인간에게 감옥이라는 생각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비젼이라는 것도 인간정신의 영적 결정체일뿐 우리들 육신의 어느 구석에도 미래적 구원의 그림자는 없음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세적인 불안이 단순한 긍정론으로서의 구제사조나 사후의 천국에 대한 환상적인 희망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은 더욱 아니다. 인류는 어차피 새 시대의 새벽을 마련해야 하고 다음 세기가 명실상부한 휴매니즘의 시대가 되도록 하자면 새로운 희망의 비젼 곧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휴매니스트 선언이 불가결의 것임을 알게 된다. 1993년에 이어 40년 만에 발표된 세계 석학들의「제2차 휴매니스트 선언」(월간중앙)으로 나타나있다. 휴매니즘은 인류 전체의 지상명제로 서로를 분열시키는 사소한 차이, 독단적인 신조, 또는 지난날의 종교에서 연유된 의례적 관습 등을 초월해나갈 윤리과정임이 확실해진다. 선언은 밝히기를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구원해야하고 인류발전을 방해하는 기존가치를 창조적인 가치로 바꾸어야 하며 비판적인 예지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일러준다. 모든 분야에서 자유의 극대화와 인간관계의 인간화를 위해 문제의 이 대헌장은 인류의 공동과제로 추구돼 나가야 할 터이다. 도덕의 회목을 통한 인류평화의 실현은 순결한 영혼의 투쟁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믿음을 환기시킨다.
인류의 역사는 탁월한 개성에 의해서 위기를 모면하고 향상의 빛을 더한다.
가령 가톨릭 시인으로「열망의 현인」(타임지10ㆍ8)이란 부름을 받는 WㆍHㆍ오든만 하드라도 그의 현생은 지난 9월 28일에 66세로 막을 내렸지만 심령으로 읽힌 마지막 세기적인 시사의 한 페이지를 그는 장식한다. 사회모순이나 물질문명의 병폐에 대해서 그는 한 시인으로 분노했으며 지성으로 대결했다. 정신문화의 가치창조를 실현한 오든의 업적은 인류의 문화재로 길이 보존되어 마땅하리라. 미래사회를 향한 그의 개안은 보다 현명한 정신의 투사를 대망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기도 한다.「호서평원의 인문산맥」을 다룬 박태순씨의 「한국탐험」시리즈(세대)는 대륙적 기질의 반항인들을 현지답사로 묘사해 보여준다. 스스로를 역사발전의 제물로 바친 평지돌출의 인물들 곧 김옥균 이상재 한용운 김좌진 윤봉길 신채호 손승희 신규직 최익현 유관순 조병옥 등의 인맥에 대한 허심탄회한 접근을 시도한 글이다. 민종직을 비롯한 항일의병의 홍주성 전역을 설명해 나감에 있어서 수당 이남규가 누락된 것은 유감이나 만해 한용운과 단재 신채호에 중점을 둔 것은 산 역사의식의 안목이다. 실상 단재나 만해는 역사인식에 있어서 남달리 투철한 자주의식을 강조했고 그 실천에 혁명적 열정을 태운 선구자들로서 절망의 시대에 처한 오늘의 지식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내일의 역사와 미래사회를 위한 영원한 정기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한편 계간지「창작과 비평」에서도 단재 신채호의 민족주의」라는 주목할 연구의 업적이 안승직 교수에 의해 수확되었다. 20세기 초에 우리나라가 낳은 대표적인 사가이자 계몽사상가이며 혁명가였던 단재가 문화전선과 혁명전선에서 가장 용감하고 가장 단호하고 가장 정열적인 민족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운동에 대한 진정한 과업을 그가 이해했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단재가 발견한 민안은 민족혁명의 주도세력이었다.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고취한 그의 업적은 설혹 반봉건 투쟁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할지라도 민족문제 해결에 올바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결론지은 논조의 공명되는바 크다. 한 시대를 생기있게 살다간 남강 이승훈을 다룬「나라사랑」지 제12집 또 인맥의 향훈으로 가득 차 있다. 남강의 참된 모습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함석헌 이기백 양씨의 글이 특히 주목을 끈다. 남강은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지 않아서 기도만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의 개신교 신앙은 참여를 실천하는 값진 본보기가 된다. 이에 우리 가톨릭의 지성이 잠을 깨고 역사와 미래에 사는 길을 모색할 때는, 이미 와있는 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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