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6월 25일
고마운 바론 신부님이 눈치가 빨라서 내가 가는 귀가 어두운 것을 알고 자기 사촌이며 또한 유명한 귓병 의사인 바론 박사를 만나 진찰을 받았다. 말이 잘 안 통하여 결과는 어떤지? 뭐 별것 아니라는 눈치였다. 별 이상은 없고 기술자한테 가서 보청기만 사용하면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6월 26일
미국으로 오기 전부터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역시 미국에서 한국 마산까지 전화를 걸어 꼭 오라고 하던 레오니를 만나러 「워싱턴」으로 떠나기로 했다. 이날 2시30분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1시30분에 비행장으로 나갔다. 비행기표 32불20센트, 생각보다는 쌌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워싱턴」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두어군데 들렸다가는 것인 줄 몰랐기 때문에 첫길이라 착륙할 때마다 「워싱턴」이나 아닐까 하고 옆 사람에게 물어봤다. 알고보니「로체스타」의 「시라쿠즈」를 지난 모양이다.
「워싱턴」국제비행장에 도착하여 메인 터미널 출구로 나갔다. 미리 연락을 하였기에 레오니가 꼭 나와있을 줄 믿었다. 복도로 나가니 과연 레오니가 아이들하고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왔는지? 레오니도 여기 온지가 일년이 넘었건만 워낙 넓은 천지라 비행장 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서 택시로 온 모양이다. 비행장에서 택시를 타고 레오니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달렸다. 흑인 여자운전사가 차를 모는데 길을 잘 모르는지 혹은 요금을 올릴 심사인지 길을 많이 돌아서 병원에서 갈 때는 4불 몇 센트였는데 올때는 9불 몇 센트였다.
병원은 겉으로 보기에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었다. 거기에 속한 의사가 일천 명이나 된다나 수술실이 20개 이상 되고 수술실마다 용원이 20명이나 된단다. 입원실이 몇 개인지 종사원이 몇인지 물을 필요가 없었다. 이윽고 레오니 집으로 가는데=사는 곳이「워싱턴DㆍC」즉 「워싱턴」중심가에서 약 45분간의 자동차 거리였다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라 공중에서 보아도 과연 아름답구나 수도가 다르구나 했더니 자동차로 지나가며 보는데도 도시가 깨끗하고 짜임새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고급아파트, 침실이 2개 거실 하나 화장실 주방이 있었다. 레오니에게는 알맞은 집이었다. 이 아파트의 월세는 여러 가지 잡비를 합쳐서 2백 불이란다. 내가 온다구 술, 담배, 한국반찬 여러 가지 준비를 해놓았다. 언니 요안나는 장면 박사 동생인 제부집에 가고 없었다. 아이들(쌍둥이)은 어릴 적에 부산에서 보았지만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모를 정도였다. 여기서 국민학교에 편입하여 금년 10월부터는 5학년이 된단다.
장 박사의 딸이 하나 있는데 여고에 다니는 언니가 있으나 데레사를 상대해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만 있으면 이 집에 와서 쌍둥이 오빠 베드로와 바오로하고 논단다. 정말 집에 갈 생각은 않고 오히려 이쪽에서 보낼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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