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톨릭신자 이시겠지요. 나는 가톨릭 신자를 만나면 언제나 반갑습니다』 한국 과학원 석학교수로 12일 영주귀국한 이태규(71ㆍ알렉시오) 박사는15일 사무실로 찾아간 기자를 창가로 안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본에서 26년. 미국에서 25년 도합 51년의 외국생활을 보낸 7순의 노령인데도 李 박사의 우리말은 예상보다 뚜렷하고 표정은 세속의 고뇌가 머무른적이 없는듯 밝고 깨끗하다.
『7순이 넘기까지 연구생활을 해오면서 좌절감도 여러번 느꼈습니다. 그럴때마다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지요. 특히 고백성사를 보고나면 새로운 힘이 나곤 했습니다. 결국 지금 생각해보니 신앙은 내 생애를 끊임없이 지배해온것 같습니다』
190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1919년 경성제일고보(京城製一高普)를 마치고 도일(渡日). 「히로시마」 고등사법 「교또」제대(帝大)에서 수학, 31년 동대학원에서 이학(理學) 박사학위를 받은 李 박사는 한국인 첫 이학박사이자 「교또」제대의 첫 한국인 교수로도 유명하다.
그 후 해방되던 1945년 귀국. 서울 문리대학장을 역임하다 1948년 도미(渡美). 71년까지 「유타」대 교수로. 71년부터는 동대학의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촉매작용 점성이론 화학동력학(動力學) 액체이론 분야의 세계적 권위로 노벨상 수상자 추천위원을 거치는 등 李 박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화학자로 명성이 높다.
『내가 신앙을 안건 「히로시마」고등사범때 부터였지요. 처음엔 개신교 교리에 심취되어 매주 예배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1928년 봄 어느날 하느님을 생각하며 「교또」의 「가와하다마찌」거리를 걷다 앞에 보이는 성당이 주는 안정감에 매혹되어 그곳의 듀쯔라는 불란서인 신부한테 교리를 배워 그해 7월17일 영세했습니다』
李 박사는 그때 불란서인 신부의 경건하고 정결한 태도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는듯 했었다면서 영세때의 감격은 지금도 새롭다고 한다.
『자연현상을 관찰하노라면 과학적으로 인지할수 없는 그러나 치밀하고 연관있는 현상을 발견하는데 나는 이런 현상이 「하느님의 의사」처럼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이 105편에 달하고 미국 화학회 표창(58년) 한국학술원상 수상(60년)에 『미국에서 대학만 잘택했더라면 노벨상을 받을수도 있었을것』이라는 세계 정상급의 과학자이건만 이(李) 박사는 최근 단백질 인공합성에 힘입어 생명을 창조해낼수 있다고 떠들어대는데 대해 『그것은 극히 간단하고 기초적인 합성에 불과하다』면서 과학으로 모든것을 이해할수 있고 만들어낼수 있다는 생각은 지식이 얕은데서 오는 교만하고 위험한 사고방식임을 경고한다. 이 박사는 해방후 한때 공산주의를 이기는 길은 가톨릭 정신으로 청소년을 교육하는 길 밖에 없음을 절감, 몇몇 인사들과 가톨릭대학 건립사업을 추진한바 있다.
이 사업은 결국 자금난으로 실현되지 못했는데 이 박사는 공직에 오른 사람이 너무 가톨릭을 내세운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 소신은 변함이없다.
부인 박인근(69ㆍ카타리나) 여사와 함께 귀국.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세계수준에 오를수 있는 한국 과학 연구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이 박사는 자리가 잡히는대로 신자 지기(知己)들을 찾아봐야겠다고 같은 나이의 성직자 평신도 몇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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